<뉴시스>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충북 옥천에서 일가족 4명이 유명을 달리한 뒤 자해를 한 상태로 발견된 40대 가장이 의식을 회복하면서 경찰 수사가 빠르게 진척될 전망이다.
 
26일 옥천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1시 47분경 옥천군 한 아파트에서 양 손목과 복부 등에 스스로 상처를 입힌 채 발견된 가장 A(42)씨가 같은 날 저녁 무렵 대전의 한 종합병원에서 응급치료 후 의식을 되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A씨의 부인 B(39)씨와 10세, 9세, 8세 딸 세 명은 이날 모두 사망한 채 B씨의 여동생에 의해 발견됐다.
 
여동생은 경찰에서 "언니가 약속 장소에 나오지 않아 집에 가보니 언니와 조카들이 숨져 있었고, 형부가 몸에 자해를 한 채 쓰러져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도착 당시 네 모녀는 이불을 덮은 채 누운 상태로 숨진 상태였으며, 입가에선 거품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경찰은 집 안에서 수집한 불상의 약통을 과학수사계에 성분 감식을 의뢰한 상태다. 약물중독 외 다른 혐의를 의심할만한 외상과 외부침입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경찰은 A씨를 일가족 살해 범행의 유력한 용의자로 여기고 있지만 아직까지 정식 조사를 진행하지 못한 상황이다.
 
A씨는 전날 병원 이송 당시 "내가 범행을 했다"는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의식은 찾았지만 좀 더 회복이 필요해 정식 조사를 하지 못했다"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는 의료진의 소견에 따라 이르면 27일 참고인 조사를 한 뒤 혐의점이 확인되면 피의자로 전환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옥천에서 체육관을 운영하는 A씨는 평소 빚 문제로 고통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이웃은 "세 딸의 엄마는 매일 등굣길을 배웅했고, 아빠도 주말마다 자녀들과 여행을 갈 정도로 화목했다"며 "다만, 빚이 좀 많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A씨 아파트 경비실 직원은 "부인과 큰 딸이 경비원들이게 냉커피와 음료 등을 자주 가져다줄 정도로 친절했다"며 "인사성이 유난히 밝았던 아이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하다"고 전했다.
 
경찰은 A씨의 건강이 회복되는 즉시 정확한 사건 경위를 살펴보는 한편, 오는 27일 오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숨진 4명의 부검을 의뢰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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