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투자 위축 분위기와 대조적으로 두산그룹은 영토 확장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두산그룹은 한국중공업, 고려산업개발 등을 인수한 이후 또다시 대우종합기계 등 ‘초대형 매물 사냥’에 나선 것. 이에 따라 두산그룹이 약 2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대우종기 인수 자금을 어떻게 마련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한국중공업과 고려산업개발 인수와 관련, 특혜와 주가조작 등 의혹을 받아온 두산그룹이 이번 대우종기와 진로 인수자금 마련에 있어 계열사 지원 등의 수법을 동원할 것으로 보여 재계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또 두산이 대우종기 인수를 위해 경쟁사보다 2배 이상 많은 인수가격을 제시하면서 대우종기 인수 후 진로 인수에 참여시킬 가능성도 있어 우량 계열사의 부실 우려도 나오고 있다.두산중공업은 지난 9월 14일 마감된 대우종합기계 최종입찰에서 인수 희망가 1조 8,000억원을 제시하면서 입찰 경쟁자보다 대우종기 인수에 한발 더 다가섰다.올해 최대의 인수합병 매물인 대우종기 인수에 두산은 경쟁자인 효성과 팬택-대우종기 우리사주조합 컨소시엄을 인수가격면에서 이미 멀찌감치 따돌린 셈이다.공적자금관리위원회와 한국자산관리공사가 입찰자에 대한 평가를 인수 가격에 비중을 둘 경우 두산의 대우종기 인수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이처럼 입찰 경쟁사보다 2배 이상 높은 가격을 제시하면서 두산이 대우종기 인수에 적극적으로 달려들고 있어 두산의 인수자금 조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두산 내부 보유금 5,000억 불과’

재계에서는 두산이 대우종기 인수 가격으로 제시한 1조8,000억원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대우종기 인수자로 나선 두산중공업의 내부 보유금이 5,000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이 중 약 4,000억원 정도가 대우종기 인수에 실제 투입할 수 있는 자금으로 관측되고 있다.이렇게 되면 대우종기 인수대금은 차입금으로 채우고 이후 대우종기의 자산을 활용하는 방법을 동원할 것으로 보인다.차입금의 규모는 초기 인수자금으로 예상되고 있는 약 7,000억원 중 내부 보유금 중 투입가능한 4,000억원을 제외한 3,000억원 규모가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증권가 한 관계자는 “두산의 대우종기 인수 방식이 분할상환으로 이뤄질 경우 우선 7,000억원 정도가 초기 인수자금으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두산중공업의 내부 보유금 이외에 계열사나 외부 차입으로 매워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두산그룹 한 관계자는 “대우종기 인수자금 마련은 문제될 것이 없다”며 “일부에서 부정적인 시각을 보이는 것은 입찰 경쟁자들의 의도적인 발언일 뿐”이라고 말했다.일각에서는 두산이 8,400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 팬택보다 2배가 넘는 많은 인수 희망가를 제시한 것에 대해 ‘두산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이후 인수대금을 깎으려는 의도’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또한 대우종기 노조를 비롯해 재계와 노동계에서는 두산의 대우종기 인수와 관련, 여러 가지 비난을 쏟아내고 있어 두산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될 경우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우종기 노조 한 관계자는 “두산이 문어발식으로 영토를 확장하는 것은 결국 4세 경영 후계구도를 잡기 위한 것”이라며 “두산이 한국중공업 인수 당시와 같이 헐값에 사들여 다른 매물에 손을 대는 문어발식 확장을 막기 위해 대우종기 매각은 투명한 절차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재계 한 관계자는 “두산이 2조원에 이르는 인수 대금을 제시했지만 자금조달 방법에는 회의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며 “그동안 두산이 인수합병해온 과정을 보면 이번 인수건도 결과적으로 일단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이후 수를 쓰겠다는 의도를 읽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우량계열사 부실 우려’

두산이 대우종기 인수에 성공할 경우, 그 다음 표적으로 진로가 꼽히고 있다. 일각에서는 두산이 진로 인수에 대우종기를 활용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진로 인수 대금도 약 2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두산그룹이 인수 자금을 우량 계열사인 대우종기를 통해 지원하는 방법을 동원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것.두산은 한국중공업은 인수하면서 결국 우량계열사를 통해 두산건설을 지원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대우종기가 진로 인수의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증권사 한 관계자는 “두산은 대우종기라는 ‘초대형 매물 사냥’을 통해 진로까지 인수하겠다는 전략적인 의도가 숨어 있다”며 “진로 인수를 추진하면서 대우종기를 참여시키는 방법을 동원할 경우 부실 우려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대우종기, 두산서 인수땐 대량 해고 우려”

노동계 “한국중공업 인수 때처럼 할 것”
두산의 대우종기 인수 등 영토확장에 대해 노동계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노동계는 우선 두산이 한국중공업 인수 당시와 마찬가지로 대우종기를 인수할 경우 구조조정을 통해 무차별적인 대량 해고를 우려하고 있다.금속노조 한 관계자는 “두산이 2조원에 달하는 인수가를 제시한 것은 결국 대우종기라는 ‘알짜기업’을 인수한 뒤 빼먹으면 되기 때문”이라며 “두산그룹은 공기업인 한국중공업을 헐값에 인수한 뒤 4년간 2,500명의 노동자를 해고했고 이후 6명이 일하던 작업장에 2명이 일하게 되는 등 산재사망자, 과로사, 대형사고가 끊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결국 두산그룹이 한국중공업, 고려산업개발 등을 저가에 인수한 이후 우량 계열사의 지원을 받아 또다시 대우종기 등을 인수하는 문어발식 확장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두산은 외환위기 당시 14개에 불과하던 계열사가 현재 22개로 늘었고 재계 순위도 10위권에 진입하는 등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하지만 두산이 대대적인 구조조정 이후 인수합병에 주력하면서 각종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한국중공업을 인수하고 인원감축을 시행하면서 노사간의 마찰이 지속됐고, 지난 9월에는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두산중공업 경영진이 유죄를 선고받기도 했다.또 고려산업개발 인수와 관련, 주가 조작으로 증권거래소에 적발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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