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1년 10월 삼성중공업의 노동부 특감 비리와 관련, 새로운 의혹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전 삼성중공업 중간간부였던 박모(48)씨의 증언이 담긴 녹음테이프에서 제기된 ‘노동부의 조건부 감사 및 허위서류 작성’과 삼성중공업의 노동부 고위관계자 ‘8,000만원 뇌물제공’ 의혹이 보도(본지 548호)된 이후 박씨는 기자와 만나 그동안의 심정과 삼성중공업의 부정부패에 대해 털어놨다. 또한 검찰이 최근 박씨의 증언이 담긴 녹음테이프를 바탕으로 수사를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박씨와 당시 삼성중공업 관계자들도 새로운 의혹을 제기하고 있어 주목된다.지난 2001년 삼성중공업에서 3건의 사망재해가 발생하면서 2001년 10월 15일에서 19일까지 5일간 노동부 본부 차원의 특감이 실시됐다.

당시 특감에서 삼성중공업의 거제조선소장이 결재한 ‘노동부 특별감독 대책안’과 ‘노동부 특별감독시 소요경비 내역’ 등 내부 자료가 유출되면서 삼성중공업이 노동부 고위 관계자와 감독관을 상대로 사전 모의와 향응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나왔다.삼성중공업의 내부 자료에 의해 삼성측이 특감 직전에 노동부 본부 관계자 6명에 대한 식대, 주대, 찬조금 등으로 1,900만원을 지출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에 따라 대통령 특별지시로 지난해 12월부터 올 2월까지 삼성중공업에 대한 1차 재감사가 실시됐지만 사전모의와 향응제공에 대한 혐의점을 찾아내지 못하고 마무리됐다.

이후 지난해 12월부터 올 4월까지 재감사가 실시됐고 삼성중공업과 노동부 산하기관 관계자 일부만 징계를 받는 수준에서 감사가 마무리됐다.하지만 지난달 10월 15일 전 삼성중공업 환경안전팀 중간간부였던 박씨의 증언이 담긴 녹음테이프에 의해 2차 재감사시 노동부 배모 감사관이 삼성중공업의 또다른 약점을 제시해 조건부 감사를 했고, 노동부 송모 국장에게 8,000만원의 뇌물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박씨의 증언이 담긴 녹음테이프에 대한 본지의 보도가 나간 이후 박씨는 기자와 만나 삼성중공업 노동부 특감 비리와 관련,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의혹들을 제기했다.

의혹1 조건부 감사 삼성의 약점은?

박씨는 녹음테이프에서도 주장했던 노동부의 삼성중공업 조건부 감사에 대해 먼저 입을 열었다.2001년 10월 노동부 특감 비리와 관련, 같은 해 12월 퇴사한 박씨는 올해 3월부터 실시된 2차 재감사 당시 삼성중공업 인사담당 박모 전무가 자기를 불러 긴급한 상황을 설명한 후 허위서류를 작성해줄 것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박씨는 “당시 박 전무가 ‘노동부 배 사무관이 삼성의 약점을 들고 왔다’고 말했고 향후 보상을 해주는 조건으로 삼성측이 작성한 허위서류를 그대로 옮길 것을 권유해 자필로 3장짜리 허위서류를 작성했다”고 털어놨다.

이러한 과정에서 박씨는 노동부 배 감사관이 제시한 삼성중공업의 약점이 산재보험 관련 ‘확정보험료 편법 납부’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산재보험은 직원수와 임금총액을 기준으로 납부하는데 개산보험과 확정보험으로 나눠진다.우선 전년도 기준으로 부과된 개산보험을 내고 올해 늘어난 직원과 임금총액을 개산보험과 비교해 그 차액을 내년에 확정보험으로 납부하게 된다.박씨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작업량에 따라 단기간에 급조되는 인력이 많고, 이에 따라 한달에 약 3,000여명의 유동인력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따라서 작업기간에 따라 몇 개월 동안만 채용되는 인력이 많고 1년을 채우지 못하고 나가는 인력이 상당수 있어 이러한 인력을 산재보험에 포함시키지 않은 채 확정보험 신고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전 삼성중공업 환경안전팀 고위관계자는 “실제로 산재보험 결제를 할 때 몇 개월 동안 근무한 노동자들의 산재보험은 누락된 상태였다”며 “삼성중공업에서 보험담당으로 근무한 6년 동안 확정보험에 협력업체들의 단기 노동자들을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말했다.2001년까지 산재 보상 담당이었던 박씨도 “몇 개월간 단기근무한 협력업체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10년 이상 확정보험료를 내지 않은 셈”이라고 말했다.이에 대해 삼성중공업측은 “산재보험은 인건비 총액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협력업체 인원이 누락됐을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의혹2 특감시 작업중지 명령 없었다

박씨는 이어 2001년 노동부 특감시 노동부가 주요 시설에 대한 작업중지 명령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타업체와의 형평성 문제와 함께 노동부-삼성간의 유착 의혹도 제기했다.대부분 조선업계에서는 사망재해 등 중대재해가 발생해 노동부 감사를 받을 경우 노동부 감사관은 조선소 작업장 전체나 사고와 관련된 주요 시설과 안전과 직결된 부문에 대해 작업중지 명령을 내린다. 하지만 2001년 당시 삼성중공업은 극소수의 작업장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작업장이 가동됐다는 전언이다. 박씨는 “타사의 경우 작업 중지로 인해 막대한 손해비용을 발생시키면서 작업을 중지하는데 삼성은 2001년 특감 당시 특감 기간도 단축시키고 감사관 인원도 줄이는 한편 작업 중지 명령을 받지 않았다”며 “삼성이 특감 직전 사전모의와 향응제공을 통해 특혜를 받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삼성중공업측은 특감 당시 작업 중지가 이뤄지지 않은 것을 시인하면서 “대우나 현대하고는 상황이 달랐고 중대 재해가 발생하면 감사를 위해 중지하지만 필수 사항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조선업계 관계자는 “작업중지는 재해율, 중대재해 발생여부, 적색작업장 판정 등에 따라 노동부가 결정하는 것”이라며 “안전점검실태조사 등을 위해 감사를 받을 경우 대부분 사업장의 주요 시설은 작업을 멈춘다”고 말했다.조선업계에서는 1년 동안 사망재해가 3건 이상 발생할 경우 노동부 본부에서 직접 특별감사를 실시하게 되는데 일반적으로 감사기간은 9일간, 감사관수는 25명 정도다.하지만 삼성중공업의 경우 4일간 9명의 감사관에 의해 특감이 이뤄졌다.또한 2001년 노동부 특감에서 삼성중공업의 경우 4일간 9명의 감사관에 의해 특감이 실시됐다는 점에서 삼성-노동부 사전모의와 유착 의혹을 받고 있다.

의혹3 회사 고위관계자 관계인 개인사고 산재처리

박씨는 노동부 특감 비리에 이어 삼성중공업의 부당 산재 처리에 대해 꼬집었다.그는 “삼성중공업 노동부 특감 비리는 결국 삼성이 사망재해 사건을 은폐하려는 의도에서 시작된 것”이라며 “실제로 산재를 받아야 될 사람들이 많지만 산재처리가 되고 있지 않고 개인 사고를 산재처리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씨는 산재 은폐와 관련, 삼성중공업 고위 관계자의 처남 정모씨가 일요일 산재 적용이 제외되는 시간에 개인적인 교통사고가 나고도 산재 처리가 된 사실도 털어놨다.박씨는 “2002년도에 삼성중공업 고위 관계자의 처남이 일요일 오전에 교통사고가 났는데 혼수상태였지만 산재처리 대상은 아니었다”며 “하지만 당시 담당자였던 부하직원이 도움을 요청했고 결국 서류를 조작해 산재로 처리돼 현재까지 산재로 병원에 입원해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부당 산재처리건은 박씨가 2001년 자진사퇴한 후 박씨의 부하직원들이 산재처리 문제를 박씨에게 문의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이에 대해 박씨는 노동부 사무관에게도 직소 민원을 제출했고, 이후 박씨가 노동부에 관련 증인들까지 알려줬지만 무마된 것으로 알려졌다.이에 대해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일요일이긴 하지만 회사에 출근하다가 발생한 사건으로 알고 있다”며 “산재보험으로 처리된 것은 회사에서 개입한 것이 아니라 사고 당사자 가족이 직접 신청해 처리된 것”이라고 말했다.전 중간간부 박모씨의 잇단 폭로와 관련삼성중공업 “박씨와의 대화 담긴 테이프있다” 역공삼성중공업 노동부 특감 비리와 관련, 전 삼성중공업 환경안전팀 중간간부였던 박씨가 자신의 증언을 담은 녹음테이프에 이어 새로운 의혹을 잇따라 제기하자 삼성중공업과 박씨 간의 첨예한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다.

지난 11월 3일 오후 2시경 박씨와 박 전무가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만난 사실이 확인된 가운데 삼성측이 박씨와의 대화가 담긴 녹음테이프가 있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그동안 박씨의 의혹 제기에 대해 ‘사실 무근이며 박씨에 대해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말만 반복해온 삼성중공업이 돌연 박씨와 박 전무의 대화내용까지 녹음하고 나선 것은 향후 법정 소송을 위한 유리한 증거 확보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지난 10월 박씨의 증언이 담긴 녹음테이프가 검찰에 전달될 당시만해도 삼성은 “박 전무와 박씨는 부서간의 연관관계도 없고 올해 재감사에서 서로 만나지 않았다”고 주장했었다.하지만 박씨가 그동안 박 전무와의 ‘휴대폰 통화내역서’를 제시하자 결국 말을 바꿨다.

박씨-박 전무 ‘녹음테이프 공방’

박씨에 따르면 지난 11월 3일 삼성중공업 인사담당 이모 차장의 권유로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박 전무와 1시간 동안 대화를 나눴다.이후 삼성중공업은 박씨가 요구조건을 내세우며 지속적으로 박 전무와의 만남을 시도했다는 증거로 녹음테이프가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지난 11월 3일 박씨와 박 전무가 만나 대화한 내용을 녹음한 테이프가 있다”며 “여기서 박씨가 박 전무에게 ‘어려운데 도와달라’고 말한 내용도 있고 그동안 박씨가 박 전무를 괴롭혀온 사실이 드러나 있다”고 말했다.이에 대해 박씨는 “박 전무와 1시간 가량 만난 것은 사실이다”며 “그날 인사담당 이모 차장이 여러번 전화를 해서 박 전무와 만나라고 해서 거제조선소까지 가서 박 전무를 만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박씨는 “최근 삼성중공업 인사담당 이 차장이 20만원이 든 봉투를 건네 증거 확보차원에서 받아뒀다”고 “그들이 나에게 잘못을 하지 않았다면 왜 그런 돈봉투를 주겠냐”고 반박했다.박씨는 지난 11월 3일 박 전무와의 대화내용이 담긴 녹음테이프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이틀 후 삼성중공업 이 차장을 만나 사실여부를 확인했다.박씨에 따르면 이 차장은 삼성중공업 홍보실에 ‘(취재기자에게) 녹음테이프 있다고 해라’고 지시했고, 실제 이 차장은 박씨와 만난 자리에서도 “녹음테이프는 내가 있다고 하라고 했다”고 말했다는 것.결국 삼성중공업은 기자가 확인에 나서자 녹음테이프 존재여부에 대해 말을 바꾼 셈이다.현재 박씨는 거제경찰서에서 전 삼성중공업 노조위원장인 최모(47)씨가 고발한 노동부 특감 비리와 관련, 참고인 조사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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