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이 최근 잇따라 자산을 매각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삼성물산은 최근 서초동 삼성타운 신축예정지를 삼성전자에 매각한데 이어, 할인점인 삼성테스코(삼성 홈플러스)의 지분을 매각기로 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삼성물산이 외국계 펀드와 맞서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자산을 매각하는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삼성은 최근 그룹차원에서 지주회사격인 ‘삼성물산 구하기’에 적극 나서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서울 서초동에 연면적 10만여평 규모의 ‘삼성타운’이 조성되고 있다. 일명 ‘S-프로젝트’. 이 프로젝트에서 삼성물산은 삼성타운 신축예정지를 소유하고 있으며, 시공사로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그런데 최근 삼성물산이 삼성타운 예정지의 땅 1,700여평을 1,038억원에 삼성전자에 매각기로 한 것이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삼성물산이 임대료 등 막대한 개발이익을 노릴 수 있는 알짜 땅을 왜 팔아야 했는지 여부에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삼성물산은 대외적으로 “이번 자산매각은 재무구조개선을 위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돈이 자사주 매입 등 M&A에 대한 방어에 쓰이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증권업계 등에서는 “조만간 삼성물산이 외국계 펀드의 공격 대상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삼성물산 내부적으로도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지난달 27일 전경련 주최 포럼에 참가한 김신 상무도 “삼성물산이 향후 1~2년 내에 적대적 M&A를 목표로 한 소버린 같은 펀드의 공격을 당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면서 “삼성물산이 제2의 SK가 될 가능성이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또 김 상무는 “삼성물산의 지분을 소유한 헤르메스 등이 M&A에 대해 경고하면서 각종 경영과 관련한 요구를 해오고 있다”고 덧붙였다.김 상무의 발언 등을 종합해볼 때 최근 삼성물산 경영에 외국인 펀드들이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이에 따라 삼성물산으로서는 외국계 펀드의 간섭에서 벗어나 경영권 안정을 꾀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인 셈이다.업계 관계자는“취약한 지배구조때문에 삼성물산이 자사주 매입 등을 적극적으로 펼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실제로 삼성물산은 지난 8월 카자흐에 합작투자한 구리제련사 카작무스지분 24.8%(본사 9.3%+홍콩 현지법인 15.5%)를 1,155억원에 처분했다. 이와 함께 할인점인 삼성테스코(삼성홈플러스)의 지분 매각 일정을 사실상 확정했다. 삼성물산은 현재 11%의 삼성테스코 보유지분을 오는 2007년에 5%, 오는 2011년에 5%, 나머지 1%는 추후 매각하기로 영국 테스코사와 합의했다.

매각 가격도 최초 5%지분은 기준가격 3만9,303원에 상하 20% 범위 수준에서 결정키로 했다. 나머지 지분은 추후 협상할 예정이다.증권 업계 관계자는 “이번 자산매각은 재무구조조정 차원도 있지만, 경영권 방어를 위한 것” 이라며 “삼성물산은 적대적 인수합병(M&A)건이 수시로 재부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이처럼 대내외적으로 삼성물산에 대한 M&A 가능성이 커지자, 삼성은 그룹 차원에서 ‘삼성물산 구하기’에 적극적이다. 삼성SDI는 지난달 17일부터 시장의 부정적 반응으로 인한 주가하락을 무릅쓰고 삼성물산 주식 431만주(약 700억원)를 사들였다.그 결과 삼성SDI는 삼성물산에 대한 지분율이 4.5%에서 7.4%로 높아져 최대주주가 됐으며, 삼성물산에 대한 그룹의 지분율은 15.64%로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움직임이 삼성물산에 대한 그룹 차원의 경영권 강화 시나리오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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