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관련 발표 하는 박원순 서울시장 <뉴시스>
[일요서울|장휘경 기자] "어제는 쉬는 날인데 집주인한테서 전화가 왔어요. (여의도 개발계획을 보류하겠다는) 뉴스를 보고선 가격을 조정할 테니까 팔아 달라는 거예요. 시장 반응이 벌써 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서울 여의도 진공인중개사사무소 진경선 대표)
 
26일 서울 부동산 시장은 일순 혼란에 빠져들었다. 박원순 서울 시장의 기자회견이 그 발단이었다. "부동산 가격이 안정돼야 다시 (개발을) 추진할 수 있다"는 박시장의 발언을 시장은 여의도·용산 마스터플랜 개발계획(싱가포르 구상)을 중단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그는 강남북 균형발전을 명분 삼아 집값 상승을 부추겨온 보수시장들과 다를 게 뭐가 있느냐는 비판을 더이상 견뎌내지 못했다.
 
박시장 발언의 후폭풍이 가장 거센 지역은 여의도·용산이다. 이 지역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 시절 개발계획이 좌초된 적이 있어 불안감이 더욱 큰 상태다. 서울 여의도 공작아파트 근처 공인중개소는 "난리도 아니다"라며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 23일 한국감정원에서 발표한 '2018년 8월3주 주간아파트 가격동향' 자료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매매가격은 전주(0.18%) 대비 2배 이상 상승한 0.37% 증가율을 기록했다. 특히 용산(0.45%)과 영등포(0.51%)는 큰 폭의 상승치를 보였다.
 
여의도 시범아파트 인근 A공인중개소는 "물건을 거둬들였던 매도자들이 얼마에 팔 수 있느냐고 문의가 왔다"며 "반대로 매수자들은 박 시장 발표 이후 좀 더 기다려보겠다며 관망세로 돌아서 상황이 역전됐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와 국토부가 엇박자가 났는데 큰 개발을 밀어붙이기가 사실상 쉽지 않을 것"이라며 "박 시장 개발계획이 보류 정도가 아니고 아예 무산될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진경선 진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도 "집주인들의 기세가 조금은 꺾일 것"이라고 봤다. 진 대표는 "근처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은 박 시장이 책임도 못질 말을 남발하면 어떡하느냐고 불만스러워 하더라"고 주민들 사이에 팽배한 불만의 기류를 전했다. 또 가격을 낮출 테니 집을 팔아달라는 문의를 한 집주인 사례를 전하며 시장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귀띔했다.
 
박시장의 싱가포르 발언 이후 들썩이던 용산도 분위기는 크게 다르지 않다.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불만이 팽배했다. 용산 서부이촌 대림아파트 근처에 있는 B공인중개소 대표는 "계획을 보류했다는데 정확히 언제까지인지도 밝히지 않았다"며 "시장이 이렇게 말을 바꾸면 고객이나 중개사나 도대체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하느냐"면서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2007년 용산 개발계획이 틀어지면서 떨어졌던 가격이 이제야 좀 회복됐기 때문에 매도자들은 조금 더 참다가 팔기위해 기다린 것"이라며 "그런 사람들은 지난달에 팔 걸 후회할 거고 이미 집을 산 매수자들은 최고점에서 산 게 아닌지 후회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상승세가 꺽인 틈을 타 급매물을 주워담으려는 투자자들도 눈에 띈다. 용산 서부이촌 C공인중개소는 "과거에 비슷한 일로 집값이 엄청 떨어진 적이 있기 때문에 그걸 기대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아침에 급매 나오면 사겠다는 매수자 전화가 왔다"고 했다.
 
박 시장 발언이 부동산 시장에 큰 영향을 끼치진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용산 서부이촌 문석주 으뜸공인중개사 대표는 "지금까지 매도자들은 용산 마스터플랜이 발표되면 집을 팔겠다고 매도 시기를 늦춰 왔는데 (박시장이) 보류하겠다고 했으니 집을 더 안 내놓을 것"이라며 "언젠가 추진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있기 때문에 박 시장의 발언은 '미봉책'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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