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일 앞으로 다가온 17대 총선은 그 어느 때보다 의미가 크다. ‘3김 시대’ 이후 치러지는 첫 총선인데다 탄핵으로 인한 정국의 소용돌이가 아직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각 당은 코앞에 다가온 선거에서 나름대로의 목표치를 제시하며 지역별 전략을 마련하는 등 본격적인 선대위 체제로 돌입했다. ‘탄핵 돌풍’ 속에서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총력을 펼치고 있는 각 당의 총선전략을 살펴보자.17대 총선은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양강구도 속에서 치러질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양 당 관계자들도 총선 판세가 결국 이러한 구도로 굳어질 것을 의식, 과반의석을 놓고 치열한 난타전을 각오하고 있다. 여기에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자민련의 득표력이 얼마만큼 될지도 판세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여 이들이 보여줄 경쟁력도 관심사다.

한나라당 ‘박풍’으로 본격적 세몰이

한나라당은 새로 선출된 박근혜 대표와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전격 영입된 박세일 서울대 교수를 투톱으로 하는 선대위 체제를 가동, 탄핵안 가결 이후 추락한 당 지지율 회복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주력하는 전략은 박근혜 효과, 이른바 ‘박풍(朴風)’의 확산. 하지만 영남권을 제외하고는 박근혜 효과가 아직 뚜렷이 나타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는 상태다.이 같은 상황에 이르자 한나라당은, 현재 여론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는 열린우리당의 의석 석권에 따른 ‘1당 독재’ 현상에 대해 강한 경계심을 표시하면서 ‘거대 여당 견제론’을 부각시키려 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개헌저지선인 최소 100석을 1차 목표의석수로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한나라당은 또 박대표 취임 이후 민생현장 방문과 지역별 지원활동을 통해 민심돌리기에 주력하는 한편 후보자가 인물면에서는 앞선다고 판단, ‘친노-반노’ 구도가 아닌 ‘인물홍보’에 나서고 있다.

민주당 추미애 선대위원장 체제로 반전 시도

탄핵정국에 따른 당 내분으로 분당위기로까지 치달아 선거를 제대로 치를 수 있겠냐는 회의론까지 제기됐던 민주당은 28일 추미애 의원이 선대위원장직을 고심 끝에 수락함에 따라 본격적인 총선 채비를 갖추고 있다.거기에 ‘박풍’에 맞먹는 ‘추미애 효과’를 기대하며 호남의 전통적 지지층을 재결집시키고 수도권 전략지역에서 의석을 추가한다는 전략 하에 지역구 40~50석, 비례대표 10석을 목표로 본격적인 선대위체제를 꾸려나갈 방침이다. 또 전통적인 지지기반인 호남을 근거로 지지층의 재결집을 시도할 계획이다. 그러나 전통적 지지층이 대거 열린우리당으로 이동하고, 정당지지율이 3%까지 떨어져 민주노동당에까지 뒤져 정상적인 판세분석 자체가 불가능해 반전 가능성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열린우리당 ‘민생안정’, ‘민주수호’로 지지율 유지

탄핵정국으로 당 지지율이 50%까지 치솟으며 고공행진을 이어나가고 있는 열린우리당은 총선정국을 한꺼번에 뒤집을 만한 변수가 나오지 않는 한 지지율이 40%안팎에서 유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열린우리당은 박풍을 차단하기 위해 대구경북공략에 나서는가 하면 호남에서 불지도 모를 추풍(秋風) 차단에도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나라당을 비롯한 야당의 ‘거대여당 견제론’ 확산 차단에 나서며 ‘민주 대 반민주’, ‘낡은 세력과 새로운 세력’ 구도로 총선을 끌고 갈 계획이다. 역대 선거에서 보여준 유권자들의 ‘독주견제’ 성향을 인정하면서도 부패한 야당세력에 대한 심판론을 적극 부각시킨다는 전략이다. 야당이 주장하는 ‘인물론’에 대해서는 낡은 세력으로 규정하면서 ‘거여견제론’ 역시 ‘의회 독점권력을 뺏기지 않으려는 과거세력의 엄살 또는 대국민 협박’이라 규정하고 이를 널리 알릴 계획이다.

민주노동당 진보정당 이미지 부각 주력

민주노동당은 진보정당 사상 첫 원내진출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이에 원내진출을 넘어 최소 15석, 나아가 원내교섭단체 구성까지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탄핵소추 후 한때 3% 내외로 떨어졌던 지지율이 다시 회복세를 보이며 7∼8%까지 나오고 있어 일단 숨을 돌리며 지지세 확산에 주력하고 있다. 또한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의 ‘거품’이 빠지면서 지역판세가 혼전을 거듭할 것이라 예상, 진보정당으로서의 색깔을 분명히 하며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을 동시에 압박하겠다는 각오다. 열린우리당이 제안한 후보자 공조를 단호히 거절한 것도 이러한 민노당의 분명한 색깔 부각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다.

자민련 충청권에 당력집중

지난 16대 총선에서 원내교섭단체 구성에 실패하며 ‘충청당’으로 전락한 자민련은 이번 총선을 통해 반드시 원내교섭단체를 재구성하겠다는 결의를 다지고 있다. 하지만 각종 여론조사 결과 단순지지도에서 민주노동당보다 뒤지고 있어 총선 전망이 어둡기만 한 상황이다. 때문에 교섭단체 구성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사실상 당선가능성이 희박한 지역보다는 전통적 지지기반인 충청권에 당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김종필 총재가 후보자 사무실 개소식에 일일이 참석하는 등 충청권을 누비며 바닥표를 다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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