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베트남 감독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사상 첫 아시안게임 결승 진출 기대로 부풀었던 베트남이 한국에게 졌다.

올해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일궈내며 '박항서 매직'을 과시한 박 감독은 사상 첫 아시안게임 준결승 진출이라는 역사까지 새롭게 썼다. 결승 진출에 실패했지만 첫 메달에 도전한다.

베트남은 D조 조별리그에서 3전 전승을 기록해 1위로 토너먼트에 올라 바레인, 시리아를 차례로 꺾었다. 끈끈한 조직력과 팀워크를 바탕으로 조별리그에서는 강호 일본까지 제압했다.

'박항서 매직', '쌀딩크'(쌀국수와 히딩크를 합친 말) 등 다양한 수식어가 유행이다.

박 감독은 베트남 축구에서 영웅, 나아가 신과도 같은 존재가 됐다. 베트남은 동남아시아에서도 축구 약체로 평가받던 나라다. 국제축구연맹(FIFA) 가맹국 211개국 중 랭킹 102위에 불과하다.

그러나 마법처럼 박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달라졌다. 경기력뿐 아니라 결과로 말해주고 있다.

박 감독은 지난해 10월 베트남 U-23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어쩌면 쫓기듯 한국을 떠나 급한대로 자리 잡은 모습이었다.

2002 한일월드컵에서 코치로 거스 히딩크를 보좌하며 4강 신화를 썼지만 이후 내세울만한 지도자 경력은 없다. 2002 부산아시안게임에서 감독을 맡았으나 박지성, 이영표, 이운재 등 월드컵 태극전사들을 데리고도 금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이후 프로축구 K리그 경남FC, 전남 드래곤즈, 상주 상무와 실업 내셔널리그 창원시청 등에서 감독직을 역임했지만 성적은 별로 좋지 않았다.

베트남과 궁합은 좋았다. 감독이 된지 3개월 만에 치른 AFC U-23 챔피언십에서 사상 첫 결승 진출을 이끌며 준우승을 차지했다.

베트남 전역이 들썩였다. 지는 것에 익숙했던 베트남 축구에 승리 DNA를 심어준 것이다. 

박항서호의 아시안게임 선전은 베트남을 넘어 동남아시아 전역으로 퍼졌다. 한국이 한일월드컵 4강에 올랐을 때, 아시아 축구계가 한국을 성원하던 장면과 닮았다.

개최국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말레이시아, 태국 등 동남아 국가들도 베트남의 선전에 뜨거운 성원을 보내고 있다.

비록 조국을 상대로 벌인 선의의 경쟁에서 패했지만 베트남 축구가 보여준 가능성과 잠재력은 대단했다. 중심에 박 감독의 존재감은 엄청났다.

"내 조국 한국 팬들에게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지 않고 내가 일하고 있는, 축구를 사랑하는 베트남 국민도 실망시키지 않는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던 박 감독은 약속을 지켰다.

베트남은 일본-아랍에미리트(UAE)의 준결승 패자와 9월 1일 동메달 결정전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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