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독단적인 촛불집회 주도 시민단체 간부에 대한 체포영장 청구를 놓고 법무부와 검찰 사이에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 검찰이 법무부와 협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영장을 청구한데 대해 법무부가 법령위반 여부에 대해 경위파악에 착수하는 등 책임규명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이번 갈등은, 형식적으로는 사전보고 혹은 사후 보고냐의 절차상 문제를 둘러싼 마찰로 비쳐지고 있지만 속내는 촛불집회 대응 등 시국사건과 관련된 검찰과 법무부의 입장이 근본적으로 차이를 보이고 있고 여기에는 강금실 법무장관과 송광수 총장의 해묵은 갈등이 내재돼 있다는 분석이다.송광수 검찰총장은 지난 3월 29일 법무부의 촛불집회 주동자 체포영장 청구 사전보고누락에 대한 진상조사에 대해 “나를 조사하라”고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송 총장은 이날 출근길에 “법무부의 조사방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조사를 하면 밑의 사람을 하지 말고 나를 직접 조사하라”며 “밑에 사람에게는 책임이 없다. 대검의 모든 책임은 총장이 지는 것”이라고 말해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송 총장은 또 “체포영장 청구 전에 사전보고를 받았느냐”는 질문에는 “받았다”고 짧게 답했고, “체포영장 청구 지시를 했느냐”는 물음에는 “내부적인 지휘체계의 문제인데, 누가 지시했느냐 안했느냐가 뭐가 중요하냐”라며 답변을 피했다.송 총장은 또 “법무부에 보고하지 말라는 지시를 했다는 말도 떠돈다”는 물음에는 “그런 지시를 왜 하겠느냐”고 반문,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이와관련, 강금실 법무부장관은 이날 오전 법무부에서 열린 검사장 간담회에 참석하기 앞서 송총장 발언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일절 대답하지 않았다.특히 법무부는 이날 사전보고 누락에 대한 경위 파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으며 이종백 검찰국장이 직접 조사해 강 장관에게 보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는 누구를 대상으로 어떤 방식의 조사를 하게 될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법무부 관계자는 “주요 시국사건의 경우 검찰이 법무부장관에게 정보보고를 하도록 ‘검찰보고 사무규칙’에 규정돼 있다”면서 “검찰의 이번 사전보고 누락이 관련 규정의 위반에 해당하는지는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검 관계자들은 “구속영장이 아닌 체포영장은 보고대상이 아니며 영장 조치후 보고하며 이번 건도 보고했다”고 주장,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 관계자는 또 “체포영장을 보고하라는 것은 검찰의 정치적 독립과 배치된다”며 “과거 법무부가 검찰 업무를 일일이 통제하던 것과 다를 것이 없다 ”고 강조했다.이에 대해 법무부측은 “참여정부 출범 후 검찰은 철도노조와 한총련 간부 등에 대한 체포영장 청구를 보고한 바 있다”고 반박했다.이처럼 법무부와 검찰이 공안사건을 놓고 마찰을 벌이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법무부와 검찰은 지난해 한총련 간부들과 재독 사회학자 송두율 교수의 사법처리를 놓고 심한 입장차를 보였다. 강장관은 송 교수와 한총련 사법처리에 대해 반대 입장이었으나 대검은 송 교수와 한총련 학생들을 모두 사법처리하는 등 ‘보-혁’갈등의 양상을 보였다. 특히 강장관은 송 교수 문제와 관련, “송 교수가 김철수라도 사법처리할 수 있겠느냐”라는 입장을 밝히며 시대변화에 발맞춰 송 교수 사법처리를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었다.

그러나 검찰은 실정법 위반인 점을 내세워 송 교수를 전격 구속수감했었다.법무부와 검찰은 송 교수 처리 외에도 세 차례 정기인사, 법무부 전간부에 대한 감찰 문제 , 검찰의 감찰권 문제 등으로 사사건건 맞서왔다. 이미 법무부는 지난 2월 서울중앙지검 승격과 관련, 지검장급 간부 인사가 있자 법무부에 반기를 들어온 대검 간부 3명을 인사조치하려다 검찰 저지로 이를 관철시키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을 놓고 검찰 주변에서는 ‘송 총장이 강장관보다 세다’는 말이 돌기도 했다. 이 간부들은 법무부 전간부에 대한 징계 요구, 검찰총장과 장관의 인사권 협의 조항 신설, 법무부 직보 폐지 등을 주장한 인물로 법무부 심기를 정면으로 건드린 공통점이 있다. 결국 총선이후 검찰 인사를 놓고 강 장관과 송 총장의 본격적인 힘겨루기마저 예상되고 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는 지난 26일 노무현 대통령 탄핵반대 촛불시위를 주도한 ‘탄핵무효·부패정치 청산 범국민운동’ 최열 공동대표 등 시민단체 간부 4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당했다.이 과정에서 체포영장 청구를 지시한 대검이 법무부에 사전보고를 하지 않은 사실이 뒤늦게 확인돼 법무부와 검찰간 마찰을 빚고 있는 것이다.이에 대해 탄핵무효·부패정치청산 범국민행동측은 “누구나 공감하듯 범국민행동이 주최해 온 탄핵무효 촛불행사는 전국민의 자발적 참여 속에서 평화롭게 진행되었고 경찰이나 서울시에 행사 관련 협조를 요청하는 등 평화로운 행사를 위해 제반의 노력을 다해 왔다”며 “무리하게 긴급 체포영장을 청구한 이유와 배경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 검찰이 현재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법률적인 근거가 미약하며 무리한 정치적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국민행동측은 또 “선거법 저촉여부나 집시법 위반 관련 사안에 대해서 우리의 행사가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판단하며 사법당국이 이에 대한 사법적 판단을 하겠다면 기꺼이 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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