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카드와 범 삼성계열로 분류되는 CJ그룹의 CGV 극장이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상을 둘러싸고 충돌하고 있다. 카드사의 수수료 인상 요구에 따른 분쟁이 대형 할인매장에 이어 영화관으로까지 번지면서 ‘집안싸움’ 으로까지 확대된 것이다. 양측이 전혀 이견을 좁히지 못해 이번 분쟁은 ‘제 2의 할인점 사태’ 로 번질 가능성도 커졌다.삼성카드와 삼성 이건희 회장의 장조카인 이재현 회장이 경영하는 CJ CGV 극장이 4개월 동안 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놓고 분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8월 삼성카드측이 수수료 인상을 요구하자 CGV측이 거부했고 삼성카드는 CGV에 “기존의 제휴 가맹점 계약을 해지하고 일반 가맹점으로 전환하겠다” 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카드측 관계자는 일반 가맹점 전환 배경에 대해 “3년간의 제휴관계가 끝나면서 수수료율을 1%에서 원래대로 2%로 올려 달라고 했을 뿐이다. 2%는 다른 카드사들이 모두 받고 있는 수수료율이기 때문에 불합리한 요구가 전혀 아니다” 라고 설명하며 “제휴를 맺으면 통상 수수료율을 낮춰준다. 제휴관계가 종료됐으면 원상복귀하는 것은 업계 상식이다. 전 가맹점에 대해 수수료 재정립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제휴기간이 만료된 CGV에 대해서도 동일한 과정이 이뤄져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도 이와 관련해 “카드사 수익구조를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가맹점 수수료 현실화가 불가피하다. 할인점업계와 결국 절충점을 찾아낸 것처럼 원가 이하의 수수료를 적용하고 있는 멀티플렉스도 수수료를 인상해 어느정도 카드사의 요구를 받아들여야 할 것” 이라고 말하며 “오죽하면 집안 식구인 삼성카드와 CGV가 충돌했겠느냐. 이번 사례는 카드사와 가맹점간에 합리적으로 카드 수수료를 책정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고 주장했다.

그러나 CGV측은 ‘과도한 요구’ 라며 삼성카드측의 수수료 인상 주장을 반박했다. CGV측 관계자는 “삼성카드가 수수료 인상을 지나치게 요구했다. 카드사의 부실을 가맹점에 전가하는 태도는 부당하다” 고 말했다.극장업계 관계자도 “대다수 영화관들은 카드사들이 스스로 해결해야 할 부실 문제를 가맹점에 떠넘긴다고 생각한다. 카드사측이 수수료 인상률을 낮추지 않는 한 분쟁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 같다” 고 덧붙였다. 현재 CGV측은 전국의 CGV극장 체인에서 삼성카드 결제를 거부하고 있다. 인터넷 예매의 경우에는 삼성카드 사용이 가능했으나 CGV측은 지난 15일부터 이마저도 차단해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삼성카드 결제는 중단된 상태다. CGV측은 “수수료 협상이 원활히 타결되기 전까지는 삼성카드를 계속 받지 않을 계획” 이라고 밝혔다. 이에 삼성카드측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CGV가 일방적으로 사전 공지없이 결제를 거부해 불편을 초래했다” 고 긴급 공지했다.

양측은 아직 수수료 협상을 더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보이고 있으나 이견이 큰 상황이다. 삼성카드측은 대형할인매장과의 수수료 분쟁에서 한 발 양보했지만 CGV와의 협상에서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이에 따라 삼성그룹 차원의 중재가 시도될 것이라는 추측도 업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양측은 이번 사태가 ‘집안싸움’ 으로 비춰지는게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양측은 추가 협상을 여는 등 조기에 문제를 해결한다는 방침이지만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양측이 합의점을 찾기 못해 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소비자들의 불편만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