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인 콕 집어 인사하는 게 아니라구요?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국군기무사령부(이하 기무사) 개혁의 일환으로 인적 쇄신을 단행했다. 지난 3일 이석구 기무사령관을 경질하고 비(非)육사 출신의 남영신 육군 특전사령관을 신임 기무사령관으로 임명한 것. 최근 황수경 통계청장도 경질했다. 이와 관련해 야권을 중심으로 교체 배경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명백한 숙청정치”라며 “문명농단”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정부 입맛 안 맞으면 철퇴?···“언제 목 날아갈지 모르는데 어떻게 사실을...”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일 이석구 기무사령관을 전격 경질하고 비육사 출신을 사령탑에 앉혔다.

기무사 계엄령 검토 문건의 보고 과정에서 불거진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의 ‘진실 공방’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공개석상에서 장관의 증언을 거짓이라고 언급한 상황이 항명이자 하극상으로 비춰졌기 때문으로 해석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4일 오전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기무사 국민 배신”이라고 했다. 이어 “기무사를 해체하고 군사안보지원사령부를 새로 창설하는 근본 취지는 새로운 사령부가 과거 역사와 철저히 단절하고 정치개입과 민간인 사찰 등 잘못을 다시는 반복하지 않도록 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남영신 신임 사령관을 임명하며 국방부 장관과 남 사령관에게 “기무사 댓글공작 사건, 세월호 민간인 사찰, 계엄령 문건 작성 등 불법행위 관련자를 원대 복귀시키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스스로 과거 기무사의 잘못된 행위들을 완전히 뿌리 뽑으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바른미래당은 이 전 사령관의 교체는 타당하다고 밝히면서도 “기무사 계엄 문건에 대한 의문은 해결되지 않고 더욱 커지기만 하고 있다”면서 “더 이상 군의 어떤 정치개입도 있어선 안 된다. 갑작스러운 기무사령관 경질이 드루킹 특검의 김경수 경남지사 의혹을 가리기 위한 국면 전환용 정치적 술수가 아니기를 바란다”고 했다.
 
“국면 전환용
정치적 술수 아니기를”

 
이 전 사령관에 이어 황수경 통계청장 경질 논란이 가열됐다. 청와대는 2기 개각을 앞둔 정기 인사의 일환이라고 해명했으나 향후 강신욱 신임 통계청장 체제에서 나오는 통계 지표에 대한 정치권의 불신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황 전 청장 경질과 관련해 야권을 중심으로 교체 배경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됐다. ‘고용 쇼크’를 비롯한 침체된 경제 상황의 책임을 청장에게 전가해 경질했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황 전 청장 논란의 시작은 통계청이 지난 17일 ‘2018년 7월 고용동향’을 발표하면서부터다. 통계청은 당시 7월 취업자가 2708만3000명으로 작년 동기 대비 5000명 증가했다고 밝혔다. 지난 2010년 1월 마이너스 1만 명을 기록한 후 8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한 것이다. 이러한 발표가 교체 배경 의구심의 단초가 됐다.

지난 23일에는 ‘2018년 2분기 소득 부문 가계동향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발표에서는 소득 최하위 20%(1분위) 가계의 명목소득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6%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으며 최상위 20%(5분위) 고소득층은 10.3% 증가한 것으로 조사되면서 정부가 양극화를 심화시켰다는 비난에도 직면했다.

이후 정부 2기 개각에 따른 차관 인사에 황 전 청장의 교체가 확정되자 ‘정부 입맛에 맞지 않는 이유로 경질됐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여기에 황 전 청장이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제가 그렇게 (청와대 등의) 말을 잘 들었던 편은 아니었다”라고 발언해 논란은 더욱 커졌다.
 
“문재인표 통계
만들려는 목적”

 
청와대는 역대 차관급 인사들의 임기에 따른 것이었다고 반박하며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고 새로운, 일신(日新)된 모습을 갖추기 위해서라도 인사는 필요한 것이다. 특정 이슈 때문에 특정인을 콕 집어서 인사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황 전 청장이 ‘청와대 말을 잘을 잘 들었던 편은 아니었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는 “그건 그분 생각일 것”이라고만 답했다.

바른미래당은 ‘문재인표 통계’를 만들기 위한 목적이라고 맹공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지난 28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정책회의에서 “통계청장 인사에 대한 의구심을 지울 수 없는 이야기가 계속되고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최도자 바른미래당 의원도 회의에서 “고품질 국가통계심사 및 서비스를 통해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지원할 적임자라고 임명된 황 전 청장이 13개월 만에 물러났다”면서 “국가 통계는 정책이 제대로 실현되고 있는지 평가할 수 있는 수단이자 새 정책수립 수단의 핵심이다. 세계 각국은 통계 조직의 중립성‧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권의 입맛에 맞는 통계는 존재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언제까지 전임 정부 탓만 하고 있을 것인가. 제발 초심으로 돌아가라”고 촉구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명백한 숙청정치”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하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훼손한 데 대한 보복”이라며 “곡학아세(학문을 굽혀 세상에 아첨하다)하는 정권은 오래 못 간다. 정권 입맛에 안 맞다고 과학을 억압하는 정권, 진실을 조작하려는 정권은 필망”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정권이 권력을 농단했다면 현대 문명의 총아인 통계를 건드리는 문재인 정권은 문명을 농단하고 있는 것”이라며 “통계청장 경질을 묵과하고 넘어가면 안 된다”고 전했다.

자유한국당도 일제히 비판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혁신비대위원장은 “사실을 사실로써 이야기할 수 있겠나. 언제 목이 날아갈지 모르는데...”라고 개탄했다.

이어 “통계가 마음에 안 든다고 통계청장을 경질해 버렸다. 숫자로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 이런 일이 벌어질진대, 숫자가 아닌 어떤 질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거나 아니면 주관적인 판단을 담고 있는 정보들은 청와대나 대통령이 어떻게 처리하겠나”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통계청장 경질 논란이 향후 통계청의 통계지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편 청와대는 지난 26일 차관급 인선을 발표, 강신욱 신임 청장에게 통계청을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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