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8.25 전당대회 이틀 전, 송영길 당대표 후보는 이해찬·김진표 두 후보를 향해 ‘배후 세력’을 운운했다. 송 의원은 “이해찬 후보는 추미애 당대표를 비롯해 김부겸·이재명 두 분이 지지하고 있고, 김진표 의원은 정세균·전해철 두 인사가 지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누가 당대표가 되든 ‘배후세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결과는 ‘대세론’을 등에 업은 이해찬 의원의 넉넉한 승리였다. 7선의 이 대표는 등록일까지 출마 선언을 늦추면서 강력한 경쟁자인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스스로 불출마를 선언하게 만들고 지지를 얻어내는 정치력을 발휘해 승리의 발판을 만들었다.

이해찬 의원이 출마를 끝까지 고민하다 결심한 배경에는 주변 측근과 참모들의 권유도 한몫했다. 이해찬 사단이 당대표 선거를 기점으로 모습을 본격 드러내고 결집하는 계기가 됐다. 차기 공천권까지 행사하는 무소불위 당대표의 측근 그룹이 탄생한 셈이다. 특히 이화영 경기정무부지사와 김현 전 대변인, 정청래 전 의원이 당대표 출마를 전날까지 고민하는 이 대표를 설득해 출마를 결심하게 만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에 유임된 김태년 정책위의장도 이해찬 사단의 일원이다. 김태년 의장과 이화영 부지사는 2008년 이 대표가 설립한 연구재단 ‘광장’의 멤버다.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 역시 광장 멤버다.

김현 전 대변인은 2012년 이 의원의 당대표 시절 대변인을 맡은 바 있다. 평민당부터 치면 30년 인연이다. 이번에 대변인직에서 물러났지만 핵심 당직을 맡을 것이란 소문이 도는 이유다. 2016년 이 대표와 함께 ‘총선 컷오프’ 당한 정청래 전 의원 역시 이해찬 사단으로 분류되고 있다.

무엇보다 이춘희 세종시장과 이 대표 보좌관 출신인 정태호 청와대 일자리수석, 조상호 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이강진 세종시 정무부시장은 측근 4인방으로 통한다. 사실상 이 대표의 수족같은 존재들이다. 특히 서울대 후배인 정태호 수석의 경우 이 대표가 관악을에 국회의원으로 있던 시절 8년간 보좌관 생활을 했고 2015, 2016년 관악을 보궐과 총선에 나서기도 했다.

조상호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은 핵심 멤버다. 조 실장은 이춘희 세종시장 비서실장과 정무특보로 임명받은 뒤 불과 10여 일 만에 이 대표가 당권 경쟁에 나서자 캠프로 자리를 옮겼을 정도로 이 대표 최측근이다. 이강진 정무부시장 역시 1995년 이 대표 보좌관으로 정계에 입문해 서울시 시의원을 지내고 2006년 다시 보좌관을 맡을 정도로 ‘복심’으로 알려져 있다.

이 대표는 충성도 강한 친이해찬 전현직 의원과 전직 보좌관 중심으로 이너서클이 확실하게 존재하고 있다. 서울대 사회학과 출신인 탓에 서울대 인맥도 측근 그룹으로 알려졌다. 이해찬 사단이 우려스러운 이유는 그가 언론인 뿐만 아니라 친분이 없는 정치인들과 소통을 잘 하지 않는 탓이다. 

측근들과 복심들이 난립할 수밖에 없다. 진실이 호도되고 왜곡될 소지가 다분하다. 특히 선거 중에 이해찬 캠프에서는 ‘지명직 최고’ 두 자리에 북방외교, 경제전문가 몫으로 송영길, 김진표 두 경쟁자에게 줄 수 있다며 ‘통큰’ 소문을 내기도 했다.

선거 중에 무슨 말을 못하랴마는 특위 위원장으로 역할을 준다는 것은 생색내기로 비치기 쉽다. 7선의 친노.친문 좌장의 모습은 아니다. 이미 이 대표는 ‘최고 수준의 협치’를 약속했다. 최고 수준의 협치는 당내 통합부터 시작이다. 측근들 챙기기는 언제든지 할 수 있지만 경쟁 세력을 끌어안는 것은 타이밍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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