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미연합 군사훈련’ 재개 시사···韓, ‘퍼주기식’ 논란만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6월 싱가포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첫 정상회담을 가진 뒤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더 이상 실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한미는 북한의 비핵화 이행을 이끌어 내기 위한 선행 조치로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중단한 것. 이후 을지프리덤가디언(UFG)과 2개의 한미 해병대연합훈련(KMEP‧케이맵)이 무기한 유예됐다. 

그러나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은 지난 28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돌연 “현재로서는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더는 중단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북한이 비핵화 이행에 진척을 보이지 않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마저 취소되면서 중단된 한미연합 군사훈련의 재개로 해석되는 상황. 

이런 시국에 대북 확성기 철거, 핵심 부대 후방 철수론,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 비무장지대(DMZ) 내 전방 감시초소(GP) 철수 계획, 국방백서 속 주적 삭제 등 북한이 움직이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너무 앞서간다는 비판이 일각에서 일고 있다.

국방백서, ‘주적’ 표현 논란 심화···내년 독수리 훈련 실시될까

청와대는 매티스 장관이 한미연합 군사훈련의 재개 가능성을 시사한 것과 관련해 “현재로선 한미 간에 이 문제를 논의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29일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이렇게 답한 뒤 “북한의 비핵화 진전 상황을 봐 가면서 한미 간에 협의하고 결정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연합훈련 재개 여부를) 논의하자는 요청도 미국 측으로부터 온 적이 없는가’라는 질문에 김 대변인은 “그 자체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김 대변인의 발언은 매티스 장관의 발언이 한미 간 조율된 상황에서 나온 것은 아니지만 연합 군사훈련 재개 여부는 한미 간의 논의를 거쳐야 한다는 점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불필요하게 북한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도 깔려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美, 대북 압박 강화
 
앞서 한미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상응하는 차원으로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중단했다. 후반기 예정된 을지프리덤가디언과 2개의 한미 해병대연합훈련도 무기한 유예키로 했다.

김 대변인은 ‘북한의 비핵화 논의가 진행되는 동안 한미군사훈련을 중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기존 입장에는 변함이 없는 것인가’라는 질문엔 “비핵화 논의가 진전되는 것을 봐 가면서 한미 간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해명하기 급급했다.

매티스 장관은 또다시 내년 한미연합 군사훈련인 ‘독수리(FE) 훈련’의 실시 여부를 놓고 “현재로서는 취소하거나 연기하지 않고 있다”고 지난 29일(현지시간) 거듭 밝혔다.
다만 그는 을지프리덤가디언과 독수리 훈련이 예정대로 열릴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았고 정부와 상의해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추가적인 연합훈련의 중단은 없을 것이라는 매티스 장관의 발언은 내년 3월 독수리 연습부터 예정된 한미연합훈련은 그대로 진행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독수리 훈련은 매년 봄 정례적으로 실시되는 한미 연합 실기동 야회 훈련이다.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 키리졸브(KR) 연습과 함께 규모가 큰 한미 연합훈련 중 하나다.

최근 비핵화 협상이 지지부진해진 데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이 전격 취소되면서 북한에 대한 미국의 태도는 다소 강경해지는 모양새다.

이처럼 미국은 지속적으로 북한의 비핵화 등 선행조치를 위한 대북 압박 카드를 내놓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퍼주기식’ 조치만 내놓고 있다는 비판이 일각에서 일고 있다.
 
“北, 가만있는데 우리는 왜?”
 
비핵화 협상의 진척이 없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대북 선행 조치를 발 빠르게 행동하는 모양새다. 대북 확성기 철거에 이어 핵심 부대 후방 철수론,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비무장화, 비무장지대 내 전방 감시초소 철수 계획 등 선행 조치는 국방 태세 약화 및 국민의 안보 의식마저 위태로울 수 있다는 우려가 잇따르는 상황.

특히 ‘2018년 국방백서’ 논란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가 2년 주기로 발간하는 국방백서에 최근 남북 관계를 고려해 ‘북한 정권과 북한군을 우리의 적’으로 인식한 개념을 수정할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2016년 국방백서에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사이버공격, 테러 위협은 우리의 안보에 큰 위협이 된다면서 “이러한 위협이 지속되는 한 그 수행 주체인 북한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다”라고 표기했다.

국방부는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이 있던 2010년 국방백서부터 이러한 표현을 사용해 왔으며 최근까지도 북한정권과 북한군을 적으로 간주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들어 남북한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고, 남북이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한다는 ‘4‧27 판문점선언’을 이행하기 위한 후속조치 차원에서 올해 발간할 2018년 국방백서에 관련 문구를 수정하기로 한 것.

이에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지난 28일 신경전을 벌였다. ‘마린온’ 사고 원인과 전방 감시초소 상호 시범 철수 방식을 두고 날선 질문도 이어졌다.

황영철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방백서에서 ‘주적’ 개념 삭제가 적당하다고 생각하느냐”면서 “군에서 ‘주적’ 삭제를 검토하고 있다는 발언이 왜 나왔느냐”고 송영무 국방장관을 추궁했다.

김중로 바른미래당 의원도 “주적 개념이 진짜 국방백서에 없느냐”며 “(주적 표현이 삭제되면) 왜 내(병사)가 존재하고 북쪽을 바라보는지 정체성의 문제가 생긴다. 엄연히 현존하는 적은 북한이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에 대해 송 장관은 “국방백서에는 원래 ‘주적’ 개념이 없다”면서 “저는 대한민국 영토·영해·영공을 침범하거나 위해하거나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위협하는 건 다 적이라고 정의했다. 그 부분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송 장관은 또 ‘NLL(북방한계선)과 MDL(군사분계선)을 침범하는 유해 세력도 적으로 보느냐’는 이종명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문에 “당연하다”고 답했다. 이 의원이 “북한밖에 없다”고 지적하자 송 장관은 “중국 어선도 많이 넘어온다”고 반박했다.

비무장지대 내 전방 감시초소 시범 철수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서청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GP도 장성급 회담에서 말했는데 북한과 같이 얘기해야 한다”면서 “양국 정상들이 얘기하는 건 얘기하는 거고 북이 움직임이 없는데 우리는 왜 하느냐”고 질타했다.

우리 정부의 엄청난 양보 조치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비핵화에 대한 행동을 전혀 취하지 않고 있다. 미국이 북한에게 비핵화를 위한 여러 방안을 제시했지만 북한은 모두 거절했다. 비핵화 시간표조차 제시하지 않고 있다. 비핵화에 대한 불확실성과 안보 위협이 엄연히 상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너무 앞선 조치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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