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유 하나은행장의 임기가 오는 3월로 다가오면서 ‘포스트 김승유’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현재 윤교중 수석부행장과 김종열 부행장이 차기 행장으로 각축을 벌이고 있지만 은행 내부에서 세대교체론이 급부상하고 있어 김 부행장이 조금 더 유리한 상황이다. 하지만 올해 예정된 하나은행의 지주회사 전환에 맞춰 김승유 행장의 연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하나은행이 무리하게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하는 배경에 대해 김 행장의 연임과 무관치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현재 하나은행의 후계구도는 연임설과 세대교체설로 압축되고 있다.당초 한국투자금융 시절부터 30년 동안 김승유 행장을 보좌했던 윤교중(61) 수석부행장이 차기 행장으로 가장 유력시 됐지만 하나은행과 서울은행의 임금통합에 실패하면서 김종열(53) 부행장에게 밀리기 시작했다.

김 부행장이 지난 1월 김 행장의 숙원이던 하나·서울은행 임금통합을 이뤄냈기 때문이다.김 부행장도 김 행장, 윤 부행장과 같이 한국투자금융 출신으로 지난 2000년 하나은행 부행장보에서 1년 만인 2001년에 부행장으로 승진하면서 하나은행의 실세로 떠올랐다.특히 하나은행 사외이사들과 내부 임직원들 사이에서 세대교체론이 부상하면서 김 부행장이 차기 하나은행의 패권을 쥘 인물로 거론되고 있다.김 행장이 연임을 하더라도 차기 행장으로 김 부행장이 가장 유력시되고 있다는 게 업계 지배적인 시각이다.반면 김 행장의 경우 하나은행의 지주회사 전환이 지연되면서 지주회사 회장으로 취임한다는 당초 계획을 수정, 일단 3월 주총에서 행장직을 연임한 이후 지주회사 전환에 맞춰 회장으로 취임한 후 차기 행장을 선정한다는 시나리오도 급부상하고 있다.

일각에서 김 행장이 지주회사 전환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에 대해 ‘자리 보전’을 위한 전략적인 움직임으로 해석하고 있다.하나은행 노조 관계자는 “현재 은행 내부에서 지주회사 전환에 대해 김 행장의 연임과 경영진의 보위를 위한 것이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지주회사 전환이 경영진의 이익을 위해 이용될 경우 적극적인 저지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업계 한 고위관계자는 “최근 김 행장이 LG카드를 지원한 채권은행들에 LG카드 매각시 매입우선권을 줘야 한다며 LG카드 인수 의사를 밝힌 것도 일종의 연임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하지만 지주회사 전환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많아 연임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현재까지는 하나은행의 차기 행장은 지주회사 전환을 이유로 김 행장이 연임하는 쪽으로 많이 기울어진 상황이다.하지만 지주회사 전환에 대해 일부에서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어 김 행장의 연임 또한 불투명한 상황이어서 내달 주총에서 막판 뒤집기가 연출될 가능성도 있다.

지주회사 전환에 대해 하나은행측은 금융지주회사로 만들어 장기적인 경쟁력 확보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하지만 일부에서는 하나은행이 자회사를 가지고 있지만 금융그룹의 수익이 대부분 하나은행에서 나온다는 점에서 지주회사 전환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고 있다.특히 하나증권, 하나알리안츠투신운용, 하나경제연구소, 하나INS, 하나생명보험 등 하나은행이 지분을 출자한 회사들도 대부분 하나은행과의 거래, 자금 조달 등 의존도가 높고 일부는 하나은행의 개별부서 역할만 하고 있어 지주회사 전환 자체가 의미가 퇴색된다는 반응이다.이러한 이유로 일각에서는 하나은행의 지주회사 전환을 김 행장 연임과 연결시키고 있다.업계 한 관계자는 “하나은행이 지주회사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대한투자증권 인수를 통해 그 필요성을 인식시켜야 한다”며 “최근 김 행장이 LG카드 인수 의사까지 비친 것처럼 금융그룹내 다양한 업종의 자회사를 둬야만 지주회사 전환이 의미를 갖게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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