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외식업계는 극심한 진통을 겪었다. 조류독감, 광우병, 그리고 만두파동 등으로 소비자들이 외식을 극도로 꺼렸던 것이다. 여기에 불황 등으로 인해 매출이 급감했고, 업체간 과당경쟁도 수익률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외식업계 한 관계자는“현재 외식업체들은 과당경쟁으로 출혈이 심한 상태”라며 “올해 업계에서는 구조조정 바람이 크게 불 것”이라고 전했다.이와 관련, 두산그룹의 외식사업 분야가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두산은 지난해까지 버거킹, KFC 등 세계적 브랜드로 국내 패스트푸드업계의 강자 자리를 지켜왔다.그런데, 최근 두산그룹 외식사업 분야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두산은 지난달 KFC와 버거킹 등 외식사업부문을 분리해 신설회사 SRS코리아(주)를 설립했다. 신설법인 설립에 대해 두산 관계자는 “유사업종이었던 KFC와 버거킹을 통합,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라며 “관리 비용 및 원재료 비용을 절감하고, 신제품 개발이나 마케팅, 의사결정 등을 신속하게 할 수 있어 효과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하지만 일각에서는 “KFC와 버거킹 등을 매각하기 위한 수순이 아니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즉 “외식분야를 일괄적으로 매각하기 위해 KFC와 버거킹을 통합한 것”이란 소문이 돌고 있는 것이다.업계 관계자도 “KFC와 버거킹 등에 대한 매각설이 지난해부터 꾸준히 제기돼왔다”며 “두산이 외식사업에서 손을 떼려는 것은 경기불황 등으로 수익이 크게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현재 KFC 등의 매각대상자로는 롯데·신세계 등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 계열인 롯데리아는 치킨 전문 패스트푸드점을 갖고 있지 않아, KFC 등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롯데리아 관계자는 “치킨 패스트푸드점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KFC 등의 인수를 공식적으로 검토한 적은 없다”며 “롯데리아를 통해 치킨 패스트푸드 신제품 개발에 힘쓰고 있다”며 KFC의 인수설을 부인했다.그러나 업계에서는 가격 등 조건만 맞는다면, 롯데와 두산간 KFC와 버거킹 매각절차가 빠르게 진행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와 같이 ‘두산의 외식사업 분야 M&A설’이 불거지고 있는 것은 두산그룹의 행보와 무관치 않다.

두산은 지난 2001년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 인수, 2003년 고려산업개발 인수에 이어 대우종합기계 인수 작업을 마무리하면서 중공업전문 그룹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이에 일각에서는 “주력 사업이 중공업·건설 분야로 바뀌면서 외식분야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특히 “진로 인수를 위해 외식사업 분야를 매각하려는 것”이라는 의견도 대두되고 있다. 이에 대해 두산측은 “외식사업부문 통합 신설회사인 SRS코리아의 경우 자본금 등에서 규모가 작은 회사”라며 “이 회사를 매각해, 진로인수자금으로 사용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한편 현대백화점·CJ 등 대기업들이 외식사업분야를 강화하면서 대기업 외식업체간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현대백화점은 지난해 호텔현대의 외식사업부를 ‘웰푸드’라는 별도법인으로 독립시켜 외식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현대백화점의 ‘웰푸드’설립은 외식사업부의 경력 강화 및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이외에 롯데그룹은 롯데리아외에 패밀리레스토랑 ‘TGI프라이데이스’를 운영하며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다. 신세계의 경우도 단체급식업체인 신세계푸드시스템이 ‘까르네스테이션’등 외식업체를 운영하고 있다.이와 함께 CJ는 계열사 CJ푸드빌을 통해 빕스, 스카이락, 한쿡 등 7개 브랜드를 운영 중에 있다. 또 동원 F&D 등 식품 대기업뿐 아니라 현대종합상사 등 비식품기업까지 속속 외식 사업에 진출하고 있다.업계 관계자는 “주 5일 근무제 확대 등으로 외식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대기업들이 외식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며 “하지만 기업들의 무분별한 외식사업 참여로 영세 외식업체들이 줄줄이 문을 닫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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