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는 영리기업인가’수원시가 그동안 제3섹터 기업의 적자를 메우기 위해 공무원들의 호주머니를 털어온 것으로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최근 민관 공동투자로 설립된 ‘제3섹터’ 기업 대부분이 만성적자 상태인 것으로 감사원 감사결과 드러난 가운데 수원시는 제3섹터 기업에서 생산하는 상품을 관할 관공서에 강매해온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특히 관련법상 지자체는 ‘제3섹터’ 기업에 대해 경영지도만 할 수 있지만 수원시청은 관할 구청, 동사무소 등 관공서에 투자기업 상품에 대한 판매 할당량을 주거나 관공서 내에서 판매를 할 수 있도록 자리를 제공하는 등 직·간접적으로 영업활동을 하면서 물의를 빚고 있다.

감사원 감사 결과 지방자치단체와 민간이 공동 출자해 운영하는 ‘제3섹터’ 기업 38개 중 29개가 만성적자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이에 따라 제3섹터 사업이 지방재정 확충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도입됐지만 오히려 부실경영으로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이처럼 ‘제3섹터’ 기업에 대한 부실경영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수원시청이 지난 2000년 수원농협과 공동투자로 설립한 전통주 제조회사인 (주)효원의 적자를 메우기 위해 그동안 관할 관공서에 상품 강매를 해온 것으로 뒤늦게 밝혀져 논란이 되고 있다.특히 수원시청의 제3섹터 사업 담당부서인 기획예산2팀은 효원의 상품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영업활동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전국공무원노조 수원시지부에 따르면 수원시는 구청, 동사무소 등 산하 관공서에 전자메일을 통해 협조공문을 보내고 일정수준의 판매 할당량을 정해 공무원들이 상품을 구매하도록 종용해왔다.수원시의 제3섹터 기업인 (주)효원이 설립 이후 적자가 계속되면서 시청은 구청, 동사무소 등 관공서 공무원들에게 이 회사에서 생산, 판매하는 ‘불휘’라는 제품 구입을 강요’ 흑자유지에 활용했다는 것. 이에 따라 적자를 기록하던 (주)효원은 월드컵을 개최했던 2002년에 10억원 이상 매출을 올리며 흑자로 전환했고 이후 수백만원 정도 소폭의 흑자를 유지하며 적자를 면하고 있다.하지만 적자를 면하는 과정에서 시청에 의해 관공서 공무원들에 대한 ‘상품강매’가 이뤄지자 공무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수원시는 구청의 기획감사계에 일정량의 목표치를 정해주고 구청은 이를 부서별로 나눠 할당하는 방식으로 강매를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강매를 통해 발생한 매출은 연 매출의 20%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연간 매출이 약 10억원 규모인 효원에서 시청의 협조를 받아 추석과 설 등 연간 두차례 특판을 실시, 수원시내 구청, 동사무소 공무원 2,000여명이 최소 1인당 1세트(10만원 상당)를 구입하더라도 약 2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게 공노조 수원시지부의 설명이다.조창형 전공노 수원시지부장은 “수원시에서 구청의 기획감사계 등에 효원의 상품에 대한 판매 협조요청을 하면서 할당량을 부과하고 전자메일을 통해 음성적으로 상품 강매가 이뤄져 왔다”며 “관공서 홈페이지 게시판에 효원에서 생산되는 ‘불휘’라는 전통주 판매광고 등을 게재하는 한편 구청 내에다 불휘 판매대를 만드는 등 적극적인 영업활동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또한 상품강매로 구입한 제품은 관공서 담당부서에 의해 다시 수원시내 기업체에 재판매되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수원시 한 중소기업 대표는 “효원에서 만드는 전통주는 추석이나 설 등 명절을 전후해 각 구청 및 관공서 공무원들에게 할당되고 공무원이 직접 사거나 연계가 있는 각 회사 및 사무소로 강매가 이뤄진다”며 “상품강매에 따라 공무원들의 불만이 쏟아지자 한때 자율적으로 구매하도록 판매방식을 전환하기도 했지만 공무원들이 판매협조를 구하면 기업에서는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구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수원시는 효원의 설립 초기 공무원들에게 ‘상품강매’를 했던 것을 시인하고 이후 자율적인 판매형식으로 바꿨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수원시 기획예산2팀 관계자는 “그동안 효원의 판매활성화를 위해 지역 내 관공서에 할당량을 주면서 협조를 구한 것은 사실이지만 일부에서 문제 제기가 있어 현재는 자율적인 판매로 전환했다”며 “구청에 협조를 구하거나 구청 내에 판매를 하도록 하는 것은 시청의 경영지도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지 직접 영업을 한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해명했다.그는 또 “효원의 제품에 대해 자율적인 판매로 전환했는데 공무원들의 불만이 계속된다면 향후 의견수렴을 통해 판매방법을 개선할 의지도 있다”고 덧붙였다.

제3섹터 기업 효원

공무원 출신 대표이사 자격시비수원시의 ‘상품강매’ 논란에 이어 (주)효원의 대표이사로 그동안 해당지역 공무원 출신으로 채워지면서 대표이사 자격시비까지 번지고 있다. 효원의 대표이사는 지난해까지 수원시 권선구청장 출신이 맡았고 최근 경기도청 지적과장 출신으로 교체됐다. 효원은 수원시와 수원농협이 공동으로 투자해 설립된 회사로 1대주주이자 영리사업을 하고 있는 수원농협측에서 대표이사가 선임되지 않고 경영능력이 확인되지 않은 해당지역 공무원 출신이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부실경영을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공기업법상 제3섹터 기업에 대한 지자체의 보유지분율을 50% 미만으로 제한하고 있어 현재 수원시는 효원의 지분 42.1%를 보유하고 있고, 1대주주는 49.3%를 보유한 수원농협이지만 효원의 경영에는 크게 관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전공노 수원지부 관계자는 “1대주주인 수원농협이 영리사업을 하고 있고 충분히 경영능력을 발휘할 인물들이 많은데도 수원시 구청장이나 경기도청 출신이 효원의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적자경영을 면치 못했다”며 “국민의 혈세로 만들어진 제3섹터 기업이 적자를 내고 이것이 다시 공무원들의 호주머니를 통해 메워지고 있어 회사 설립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3섹터 기업이란?제3섹터(the third sector)란 본래 대립하는 두 개념에 대해서 그 어느 쪽도 아닌 다른 하나를 의미하는 것으로 정부 부문도 아니고 민간 부문도 아닌 양자의 중간 부문 또는 공기업도 아니고 사기업도 아닌 공사 혼합형 기업을 의미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제3섹터 기업은 일반적으로 제1섹터인 국가·지방자치단체 등의 공공활동부문과 제2섹터인 기업 등의 민간 영리활동부문과의 혼합형태 즉 공공섹터와 민간섹터의 공동 출자에 의해 설립된 조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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