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집회 참가자들을 촬영하는 경찰의 채증이 집회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에 대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헌법재판소가 판단했다.

헌재는 대학생 김모씨 등이 경찰청장을 상대로 청구한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4대5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고 5일 밝혔다.

또 그 근거가 된 경찰청 예규인 채증활동규칙에 관해서는 청구가 부적법하다며 각하 결정했다. 법률이 아닌 경찰청 내부 행정규칙에 불과해 기본권을 직접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헌재는 경찰이 신고범위를 벗어난 동안에만 집회 참가자들을 촬영한 행위는 일반적 인격권과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미신고 옥외집회·시위 또는 신고범위를 넘는 집회·시위에서 단순 참가자들에 대한 경찰의 촬영행위는 주최자의 집시법 위반에 대한 증거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이뤄지는 측면이 있다"며 "집회·시위 과정에서 주최자가 바뀌거나 새로이 나타날 수 있어 증거를 수집·보전하기 위해 촬영을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신고범위를 벗어난 옥외집회·시위가 적법한 경찰의 해산명령에 불응하는 집회·시위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이에 대비해 그 경위나 전후 사정에 관한 자료를 수집할 수 있다"며 "다만 경찰이 촬영해 수집한 자료의 보관·사용은 엄격하게 제한해 집회·시위 참가자의 기본권 제한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진성·김이수·강일원·이선애·유남석 재판관은 경찰의 촬영은 집회 참가자들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위헌이라고 반대 의견을 냈다.

이들은 "집회 참가자들에 대한 촬영은 개인의 집회의 자유 등을 위축시킬 수 있어 증거확보라는 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범위에서 적법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며 "불법행위가 진행 중이거나 그 직후 증거자료를 확보할 필요성과 긴급성이 있는 경우에만 허용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또 "집회가 신고범위를 벗어났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한 촬영의 필요성은 있을 수 있지만 이는 집회현장의 전체적 상황을 촬영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며 "그러나 이 사건에서 여러 카메라를 이용해 근거리에서 집회 참가자들의 얼굴을 촬영한 방식은 심리적 위축을 가하는 부당한 방법으로 집회 종료 목적이 있었다고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씨 등은 지난 2014년 8월 소속 학교 총학생회가 주최하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 도보행진 집회에 참가했다.

그런데 이들이 당초 신고한 장소를 벗어난 지점까지 행진을 하자 경찰은 불법행진이라고 경고하면서 집회 참가자들을 채증카메라로 촬영했다.

이에 이들은 경찰들의 촬영과 채증활동규칙이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및 집회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해 위헌이라며 지난 2014년 10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