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의 생가 복원공사(소유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가 1년여 동안 극비리에 진행돼온 사실이 확인됐다. 그러나 이 회장의 생가 복원공사는 단순 보수 차원이 아니라 기존 저택을 복원하는 것이어서 증개축 신고 대상임에도 이를 해당 관청에 신고하지 않은 채 10억여원의 사업비를 들여 극비리에 진행중이어서 말썽을 빚고 있다. <일요서울> 확인 결과 경남 의령군 정곡면 중교리 장내마을 안쪽에 위치한 이 회장 생가 복원공사는 지난해 5월부터 시작됐으며, 1년여만인 이 달 말 공사가 마무리되어 준공을 앞두고 있다.마무리 공사가 한창인 이 회장 생가 복원공사는 이 회장이 태어난 본채를 비롯해 사랑채, 그리고 ‘별장’까지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 공사는 지금까지 언론에 전혀 노출되지 않았다.고 이 회장 생가는 본채 상량문에 신해년계사월(辛亥年癸巳月)이라고 적혀 있는 점으로 미뤄 1911년에 지어졌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이번 복원공사 전까지 모두 세 차례의 보수공사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특히 지난 2003년 태풍 ‘매미’가 휩쓸고 지나갔을 때 고 이 회장의 생가가 큰 피해를 입었는데, 당시 마을 뒤 저수지 물이 넘치면서 마을 전체가 1m 가량 잠기는 바람에 고 이 회장의 생가 흙담 일부가 무너지고 구멍이 생겨 보수공사를 한 적이 있었다는 것이 마을주민들의 설명이다.생가 정문에서 10여m 떨어져 있는 골목 맞은편의 ‘별장’으로 불리는 곳은 고 이 회장이 분가하면서 살았던 집으로, 본채와 달리 정원이 현대식으로 꾸며져 있고 관리인이 상주하고 있다.

지난 72년부터 관리를 맡아 왔다는 성모(73)씨에 따르면 이 ‘별장’은 1950년 한국전쟁 당시 두 개의 포탄이 날아들어 한 발은 불발됐으나, 다른 한 발이 폭발하면서 집이 붕괴돼 1961년 재건축하는 우여곡절을 겪었던 것으로 전해졌다.그동안 이 ‘별장’은 전원용 전 의령군수를 비롯한 관내 기관단체장들의 모임 장소로 이용되기도 했으나 지금은 풍수지리학자들이 간혹 방문하고 있다고 성씨는 전했다.조선시대 때부터 고 이 회장 조상을 비롯해 경주 이씨들이 많이 살았던 장내마을은 150호 가량의 비교적 큰 마을이었으나, 1960년대에는 110호 가량으로 줄었다가 현재는 70여호가 남아 있다.마을주민들은 “고 이 회장 친인척의 상당수가 삼성그룹 등으로 취직하면서 마을을 떠났지만, 현재도 마을사람들 중 30명 안팎의 노인들이 이 회장과 친인척 관계”라고 말했다. 이 마을은 특히 5일장이 성황을 이뤄 인근 상인들이 많이 몰려들었던 곳으로, 마을 이름도 5일장이 개설되는 마을이라는 의미에서 ‘장내마을’이라고 붙여졌다는 게 마을주민들의 전언이다.

# 대수선 공사 신고 왜 안했나?

고 이병철 회장 생가는 본채와 사랑채, 그리고 별장채 등 크게 세 곳으로 나누어진다. 총면적 1,000여평 크기의 생가 부지는 718-2~4번지까지 세필지로 나누어져 있다. 그러나 확인 결과 복원공사와 관련해 고 이 회장측은 행정기관에 증개축공사 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의령군 관계자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복원공사의 내용을 보면 증개축에 해당된다. 그러나 해당 번지 건물들에 대한 증개축공사 신고서는 올해는 물론 지난해에도 제출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정곡면 사무소의 관련 서류에는 이들 번지의 3개동 건물 소유주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명의로 등록돼 있음이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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