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회고록이 오는 9월 출간될 예정으로 알려져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 전 회장의 부인 정희자씨가 주도해 현재 집필 준비중인 세칭 ‘김우중 회고록’에는 그동안 설로만 무성했던 ‘김우중 리스트’ 등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는 내용들이 담겨질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김 전 회장의 회고록 집필을 맡은 주인공은 소설가 주치호씨. 그는 이미 대우그룹 패망사를 다룬 소설 ‘세계를 경영한 사나이 김우중’이라는 책을 펴낸 경험이 있다. 주씨의 이번 회고록 집필은 김 전 회장의 부인인 정희자씨가 직접 주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주씨는 <일요서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5월 정희자씨를 만나 회고록 집필을 약속했다”면서 “정씨는 ‘김 전 회장의 뭔가 하나를 남기고 싶다’는 강한 의지에 따라 회고록 집필을 계획하게 됐다고 강조했다”고 귀띔했다.

회고록 수록 내용 어떤게 있나

정씨는 주씨에게 집필을 부탁하기 앞서 유명 소설가 A씨 등 여러 작가와 접촉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세계를 경영한 사나이 김우중’이라는 소설을 읽고 주씨에게 회고록 집필을 맡기기로 결정했다는 것. 회고록 출간 시기는 오는 9월 전후가 될 것으로 주씨는 예상했다. 주씨는 “오는 8월 정도면 김 전 회장에 대한 검찰 조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회고록)집필을 위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김 전 회장을 만나 구체적인 내용과 사실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칠 경우 빠르면 오는 9월쯤 회고록이 출간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어떤 내용이 회고록에 수록될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다만 주씨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내용이 주로 회고록에 담겨질 것”이라고 전해 이 회고록이 기존에 알려진 대우그룹 몰락과 관련된 내용보다 훨씬 자세한 부분들이 다뤄질 것임을 시사했다.

특히 이 회고록에 대우그룹 침몰과정에 개입된 정·관계 인사들과 김우중 전 회장의 해외출국과 관련해 연루된 인사들의 이름과 실체가 공개될 경우 상당한 파장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이 부분에 대해 주씨는 “아직 자세한 내용은 공개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회고록인 만큼 사실을 정확히 기술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주씨는 이어 “김 전 회장은 자신을 포함한 계열사 사장에 대해 천문학적인 액수의 벌금을 선고한 대법원 판결에 강한 불만을 갖고 있다”면서 “회고록의 주요 내용은 이와 관련이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주씨는 대우그룹 침몰과 관련해 “그동안 언론을 통해 제기되고 있는 ‘대우 병사’설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강한 어조로 반박했다. 그에 따르면 대우그룹의 구조조정이 한창일 당시 정부는 회사채 발행 한도제 등의 규제조치를 잇따라 도입했다. 이 조치는 사실상 대우를 겨냥한 것이라는 게 주씨의 주장. 그는 “정부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일본 노무라연구소는 ‘대우그룹에 비상벨이 울리고 있다’는 리포트를 발표했다. 이후 삼성캐피탈이 700억원을 회수해가는 등 어려움이 가중되기 시작했다”면서 “대우그룹 해체와 침몰은 DJ 정부가 저지른 정치적 타살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주씨 “‘대우 병사’설 납득 안돼”

주씨는 특히 DJ정부가 김 전 회장을 서둘러 외국으로 내보낸 배경에 강한 의혹을 내비치고 있다. 그는 “대우 고위 관계자로부터 ‘조풍언씨가 김 회장에게 한국을 잠시 떠나 있으라는 대통령의 요구사항을 전달했다’는 얘기를 분명히 들었다”면서 “김 전 대통령이 사실상 김우중씨를 버린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김 전 회장의 선견지명을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고 말하고 “그를 일방적으로 찬양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그의 공과에 대한 정확한 평가없이 무조건 매도하는 것도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 회고록 출간 앞둔 대우맨들 반응, “글쎄~”

김우중 회고록 집필 작업이 물밑에서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대우맨들의 반응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요서울>은 옛 대우 임원들을 상대로 회고록의 출간 가능성을 물었다. 결과는 일단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검찰 조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김 회장이 과연 ‘자충수’를 두겠냐는 것이다. 김 전 회장의 ‘입’으로 통했던 백기승 유진그룹 전무(전 대우그룹 홍보이사)는 “회고록 집필이 진행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내가 확인한 바로는 (회고록 집필을 위한) 특별한 움직임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김 전 회장의 부인인 정희자씨를 통해 회고록이 진행되고 있다는 질문에 “정희자씨가 회고록을 쓰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면서 “(김우중 회장으로부터) 천천히 하자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김우일 대주그룹홀딩스 대표(전 그룹구조조정본부장)도 조심스럽지만,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그에 따르면 최근 들어 김 전 회장에 대한 좋지 않은 목소리가 검찰이나 법원 안팎에서 감지되고 있다. 검찰 수사가 아직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검찰을 자극할만한 회고록을 내놓을 수 있겠냐는 것이다. 그는 “김 전 회장을 포함한 계열사 사장에 대해 법원이 천문학적인 액수의 벌금을 부과한 것도 일종의 ‘괘씸죄’가 적용됐기 때문”이라면서 “이같은 상황에서 김 전 회장이 검찰을 자극할만한 회고록을 작성하지는 못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회고록을 쓴다고 해도 검찰조사가 끝나고, 사면이 된 후에나 가능할 것”이라면서 “사견이기는 하지만 회고록 집필을 맡은 사람이 조금은 앞서가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회고록 집필 사실을 알린 주치호씨의 대답은 한결같다. 신빙성을 확인하는 기자의 여러차례의 질문에 “지난 5월 정희자씨를 직접 만나 의견 조율을 마쳤다”면서 “김 전 회장이 정씨에게 ‘뭔가를 하나 남기고 싶다’는 의지를 표명했다고 들었다”고 강조했다.

# 김우중 회고록 집필 선정된 주치호씨 인터뷰
- 정희자씨 찾아와 회고록 집필 논의


<일요서울>은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회고록 집필을 준비중인 주치호씨를 직접 만나 자세한 내막을 들어보았다. 그는 율산그룹 신화의 탄생과 몰락을 그린 ‘지금 서울은 몇시인가’라는 책을 쓰는 등 주로 기업 관련 저서를 많이 다루었다.

- 김우중 회고록을 쓰게 된 배경은.▲“지난 5월 김 전 회장의 부인 정희자씨가 요청해왔다. 김 전 회장이 ‘무언가 남기고 싶다’는 의지가 있다는 점을 전하고 회고록 집필을 부탁했다. 나를 찾아온 것은 몇 년 전 출간한 ‘세계를 경영한 김우중’을 보고 찾아온 것으로 알고 있다.”

- 정희자씨가 직접 요청해 왔나. ▲“그렇다. 지난 5월 정씨를 만나 회고록 집필을 요청 받았다.”

- 회고록의 구체적인 내용을 말해달라.▲“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내용이 담겨질 것으로 본다. 특히 김 전 회장은 현재 자신을 포함한 계열사 사장에 대해 천문학적인 액수의 벌금을 선고한 대법원 판결에 강한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때문에 이와 관련된 내용이 주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출간 시기는 언제인가. ▲“아직까지 정해진 것은 없다. 단지 9월 전후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이는 김 전 회장의 사면을 염두에 두고 잡은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8월 정도가 되면 김 전 회장에 대한 검찰 조사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김 전 회장을 만나 취재할 경우 9월쯤 회고록이 출간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 ‘세계를 경영한 김우중’의 저자로서 이번 사건을 어떻게 생각하나.▲“일각에서는 대우가 병사해서 침몰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물정을 잘 모르고 하는 소리다. 대우그룹의 구조조정이 한창일 당시 정부는 회사채 발행 한도제 등의 규제조치를 잇따라 도입했다. 이 조치는 사실상 대우를 겨냥한 것이다. 대우그룹 해체와 침몰은 DJ 정부가 저지른 일종의 정치적 타살이다.”

- 대우는 방만한 경영으로 무너진 것이 아닌가. ▲“그렇지 않다. 생각을 해보라. 증권시장이 어떤 곳인가. 정부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일본 노무라연구소는 ‘대우그룹에 비상벨이 울리고 있다’는 리포트를 발표했다. 이후 삼성캐피탈이 700억원을 회수해갔다. 이같은 점이 연쇄반응을 일으키면서 대우가 무너진 것이다.”

- 근거는 있나. ▲“대우 고위 관계자로부터 ‘조풍언씨가 김 회장에게 한국을 잠시 떠나 있으라는 대통령의 요구사항을 전달했다’는 얘기를 분명히 들었다. 이 점만 봐도 김 전 대통령이 사실상 김우중씨를 버린 것 아니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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