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정치권에도 유튜브 열풍이 불고 있다. ‘유튜브 전성시대’를 넘어 ‘황금시대’로 넘어가는 중이다. 단순한 의정활동 홍보 수단에서 영상을 자체 제작해 국민들의 관심과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이런 추세는 뉴스 소비의 패턴이 급격하게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종이의 시대에서 포털로 다시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사회관계망 서비스)가 대세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휴대폰 내 모바일 웹의 발전으로 20대부터 60대까지 보고 듣는 유튜브 동영상이 대세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 읽는 시대 저물고 듣고 보는 시대로 ‘대전환’中
- 20대부터 60대까지 폭넓어 黨·政·靑 ‘동영상’ 열풍
 

젊은층뿐만 아니라 노년층까지 뉴스와 정보를 소비하는 방식이 동영상으로 바뀌면서 정치권도 유튜브 활용에 적극 나서고 있다. 유튜브는 한국인이 가장 애용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이다. 동영상 플랫폼인 유튜브가 모바일 웹을 만나면서 ‘유튜브 전성시대’를 방불케하고 있다. 뉴스 소비 패턴이 그동안 포털이 대세를 이뤘다가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에 자리를 물려줘야 했다.
 
하지만 동영상 소비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유튜브 채널이 각광을 받고 있다. 지난 8월 24일 시장조사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우리나라 모바일 사용자의 유튜브 이용시간은 2016년 3월 79억분이었으나 올 6월에는 289억분으로 3.7배 늘었다. 2016년 네이버 앱과 2017년 카카오톡 앱을 추월했다.
 
국민들과 소통을 중시하는 정치인들 역시 예외가 아니다. 지난달 진행된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본격적으로 ‘유튜브 전성시대’가 오고 있음을 알렸다. 당 대표 선거에 나선 이해찬 의원은 유튜브 채널 ‘이해찬’이라는 TV채널을 통해 표심 잡기에 나섰다.
 
정치인 ‘이해찬’ 구독 1위
정당은 한국당 1위

 
이 의원은 8월 31일 ‘이해찬의 SNS 무한도전 프로젝트-띠 동갑내기 과외하기’를 공개했다. 의원실 막내 여비서에게 SNS 과외 교습을 받아보는 ‘이해찬, 막내 비서에게 SNS 참교육 당하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게시했다. 이 의원이 20대 막내 비서에게 SNS를 배우기도 하고 전두환, 유시민 등과의 인연을 들려주기도 하는 해당 영상은 조회수 약 1만2000회를 기록하며 인기를 얻었다.
 
김진표 의원은 ‘진표 TV’를 통해 원빈이 출연한 커피 광고를 패러디한 동영상을 내보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진표 TV’는 대담 형식으로 김진표의 삶과 정책에 대해 선거기간에 시리즈로 내보내기도 했다. 송영길 의원도 ‘송영길 TV’를 개설해 ‘대담’, ‘특강’, ‘지지 영상’등을 통해 선거운동에 활용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은 개인 채널 대신 한국당 공식 유튜브인 ‘오른소리’에 출연하며 유튜브 홍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는 국회 잔디밭 벤치에 국민과 마주앉아 대화를 나누고 중요한 사안을 받아적는다는 설정의 ‘김병준 메모’를 진행한다.
 
김 위원장은 공식 석상에서 정장을 갖춰입는 평소와 달리 편안한 셔츠 차림으로 등장, 혁신비대위 구성 기준과 방향, 주요 당직자 인선 배경, 소상공인 문제와 김대준 전 비대위원 등 평소 당원 및 지지자들이 궁금해 했던 질문들에 허심탄회하게 답했다.
 
최근에는 통계청장 사퇴 관련,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는 제목으로 다섯 번째 ‘김병준 메모’를 진행해 화제가 됐다. 황수경 전 통계청장이 13개월만에 자리에 물러나고 강신욱 신임 통계청장이 인선되는 과정에 대해 여야 공방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올려 본격적으로 ‘유튜브 정치에 나섰다’는 평을 받았다.
 
한국당 ‘오른소리’TV는 구독자가 3만 명에 육박한다. 여의도 당사에서 영등포 당사로 옮기면 ‘오픈 스튜디오’를 설치해 운영할 예정이다 시민들의 스튜디오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간단한 신청서만 제출하면 누구나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사실상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 재임기간에 2030 젊은층으로부터 소외를 당한 한국당이 젊은층 사로잡기에 나선 셈이다.
 
여야 당대표뿐만 아니라 초재선 의원들도 유튜브 정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주로 앵커, 변호사, 대변인 출신들이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지역구민뿐만 아니라 대국민 홍보수단으로 삼고 있다.
 
앵커 출신이자 당 대변인을 지낸 자유한국당 민경욱 의원은 ‘민경욱의 파워토크’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해 다른 채널과 차별화를 뒀다. 토크쇼 형태로 다른 의원이나 이슈 인물을 인터뷰하는 코너로 눈길을 끌고 있다.
 
역시 대변인 출신인 전희경 의원은 ‘전희경과 자유의 힘’ 채널을 운영하며 당내 독보적인 선두주자로 발돋움 했다. 구독자 수가 약 1만9000명이다. 전 의원은 대변인 시절 논평과 이슈에 대해 심층분석하는 ‘전희경의 브리핑룸’을 올려 호평을 받았다.
 
민주당 표창원 의원과 바른미래당 김성식 의원 등은 주로 대정부 질의, 국정감사 영상을 편집해서 올리고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는 언론 인터뷰를 중심으로 의정활동을 소개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국회 영상이나 TV 인터뷰를 따와서 올리는 것보다 자체 콘텐츠를 제작한 의원들이 더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대변인·방송인·변호사
출신‘자체 제작’

 
정치인 중에는 민주당 손혜원 의원이 가장 많은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지역구 이름을 따서 ‘마포乙 손혜원’이란 이름을 쓰는 손 의원의 채널 구독자 수는 약 2만9000명이다. 2016년 4월에 만들었는데 단시간에 고속 성장했다. 특히 손 의원은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과 함께 ‘경제, 알아야 바꾼다’(경제알바)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변호사’ 출신인 민주당 금태섭 의원의 ‘금태섭TV’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의정활동을 알리는 다른 채널과 달리 금태섭TV는 국회 내 다른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을 소개하거나 국회의 역할을 보좌진이 나와 쉽게 풀어 전달한다. 구독자 약 7000명을 보유한 정의당 심상정 의원의 ‘상정랜드’도 인기다. 국회에 언급한 발언을 올려놓을 뿐만 아니라 각종 패러디 영상으로 당 후원을 요청하거나 정책을 홍보한다.
 
청와대와 정부도 유튜브를 통해 정책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정부에서는 청와대 유튜브 구독자 수가 1위다. 약 10만명이 넘게 구독하는 청와대 유튜브는 문재인 대통령 활동을 소개하거나 ‘청와대 Live’코너로 국민청원 답변을 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정부 내에서 홍보 역할을 담당하는 부처답게 짧은 웹드라마 안에 다양한 정책을 녹이며 눈길을 끌었다.
 
전문가들은 유튜브 채널이 인기를 끌려면 타깃 대상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한결같이 지적한다. 채널이 무엇을 지향하는지, 타깃 시청자들의 관심사는 무엇인지를 분석한 뒤 콘텐츠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 소비자인 국민이 관심을 갖고 궁금해하는 가치와 사안에 관한 콘텐츠를 꾸준히 제작하는 정치인 크리에이터만이 유튜브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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