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 된 제도, 어떻게 뜯어고칠까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2018 자카르타‧발렘방 아시안게임이 지난 2일 폐회식을 끝으로 16일간의 열전을 마무리했다. 한국은 금메달 49개, 은메달 57개, 동메달 70개로 총 176개의 메달을 획득, 중국과 일본에 이어 종합 3위에 자리했다. 이 가운데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일부 종목 선수들을 대상으로 병역특례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병역특례를 두고서 그간 형평성‧공정성 문제가 주로 지적돼왔는데 이번 논란을 계기로 45년간 이어오던 제도 자체를 전면적으로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이다.

방탄소년단 입방아 왜?···TF 구성한 ‘문체부’, 의견 수렴 나선 ‘국방부’

이번 논란은 아시안게임 일부 종목 대표팀 선수들이 병역특례 대상으로 선정되면서다.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선수가 팀의 우승에 편승해 특혜를 받았다는 내용이 주로 지적되는 대목이다.

여기에 가수 방탄소년단(BTS)이 빌보드 메인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논쟁이 가열됐다. 운동선수는 특례를 통해 병역을 면제받지만 유명 가수는 혜택을 보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병역특례는 박정희 정권 시절인 지난 1973년 ‘병역의무의 특례규제에 관한 법률(병역특례법)’이 신설되면서 적용되기 시작했다.

지난 1993년 특례법이 폐지되면서 일부 달라진 점도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전문연구‧산업기능요원 이외에 공중보건의나 예술체육요원도 포괄적으로 병역특례로 언급하는 경우가 많은 상황.

예술‧체육분야에서는 국위선양과 문화 창달에 기여한 이들을 병역특례 대상으로 삼아 왔다. 현재 운동선수에 대한 병역특례 기준은 올림픽 3위 이상, 아시안게임 1위 입상자다.

하지만 제도에 편승하거나 특례 대상이 된 이후 국가대표 선발에 불참하는 사례까지 발생하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례 기준 “일관성 없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을 둘러싼 논란이 대표적이다. 당시 대표팀은 선발 과정에서부터 군 미필자 중심으로 꾸렸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 부상으로 제대로 활약하지 못했던 나지완 선수가 병역특례 대상에 포함되면서 비판 여론이 가열됐다.

2010년 아시안게임에 참가했던 추신수 선수는 병역특례 자체보다는 혜택을 받은 이후 국가대표팀 소집에 응하지 않으면서 비판의 대상이 됐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는 김기희 선수가 경기 막판 4분 출장하고도 사실상 병역특례 대상으로 선정돼 특혜 시비가 불거졌다. 런던올림픽에서 동메달을 획득해 특례 대상에 포함됐던 박주영 선수는 올림픽 개막 전 프랑스 모나코에서 장기체류 자격 취득으로 군 입대를 10년 연기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병역을 기피하려 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병역특례 기준을 놓고도 잡음이 적지 않은 상황. 운동선수에 대한 특례 기준에 2002년 월드컵 축구 16위 이상 입상자, 2006년에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위 이상 입상자가 추가됐다가 지난 2008년 다시 현행 기준으로 축소되면서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병역기피 수단 악용
 
병역특례 제도의 허점을 노린 ‘꼼수’ 논란은 예술‧체육 분야가 아닌 다른 분야에서도 나타난다.

가수 싸이는 정보처리 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한 뒤 산업기능요원으로 복무했으나 출근을 제대로 하지 않는 등 특혜 의혹이 불거져 검찰 수사를 받은 뒤 재입대했다.

일반 국민의 경우 산업체가 원하면 전공과 관계없이 산업기능요원으로 지정받아 근무하는 등 부유층 자녀들의 병역기피 수단으로 병역특례 제도가 악용되기도 한다. 업주는 출근하지 않는 편의를 제공하는 대신 뒷돈을 받거나, 병역기피를 목적으로 업체에 서류상으로만 편입하는 경우도 수사기관에 의해 적발된 바 있다.

대학 연구소에서 교수와 학생이 짜고 특례업체에 이름만 올려둔 뒤 연구를 하는가 하면, 업체들 사이에서 정원을 거래한 경우도 적지 않다. 지난 2016년에는 한국게임과학고에서 협력 관계인 병역특례업체 소속 산업기능요원을 방과 후 학교 강사로 채용해 급여를 지급했다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주요 공직자에 대한 검증 과정에서 빠지지 않고 병역특례 의혹이 등장할 정도로 편법 병역 기피가 최근까지 만연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병역특례를 둘러싼 논란에도 불구하고 제도가 빠른 시일 내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여러 차례 문제가 되면 수면 위에 오르지만 관련자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유야무야됐던 과거가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지난 2016년 국방부는 산업기능요원 배정 인원을 2023년까지 단계적으로 줄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인구 감소로 병역 대상 자체가 줄어든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러나 학계나 산업계 등에서 강력하게 반발하자 무산됐다.지난 2013년 체육계 병역특례 기준 축소가 고려된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 체육계에서 반발한 사례도 있다. 병역특례를 없앨 경우 종사자들의 동기 부여와 사기 진작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등이 반대 이유로 꼽힌다.

이번에 다시 병역특례를 둘러싼 문제 제기가 잇따르면서 당분간 사회적 논의로 이어질 전망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는 ‘병역특례를 전면 폐지해 달라’와 ‘병역특례를 유지해야 한다’는 청원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특례 폐지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기존의 취지를 벗어나 엘리트 스포츠 집단의 병역 회피용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반면 “스포츠 영웅들이 모두 외국으로 귀화할 것”이라며 특례 유지를 주장하거나 “병역을 유예하는 등의 방식으로 제도를 변경해야 한다” 등의 다양한 주장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폐지가 능사는 아니라고 본다”면서 “군 복무 기간 공백이 선수 생활에 큰 영향을 준다. 적절한, 시대 상황에 맞는 체육 특기자 병역 특례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논의에 동참했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는 병역특례 논란에 대응하기 위해 전담팀(TF)을 구성하기로 했다. TF 단장은 이우성 문화예술정책실장이 맡는다. 문화계와 체육계의 의견을 수렴해 병무청, 국회 등 관련 기관과 논의를 확대할 예정이다.

국방부도 병역특례와 관련한 논란에 대해 의견 수렴에 나서기로 했다. 국방부는 관련 기관과 협의하고 여론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 형평성‧공정성‧정책 실효성 등을 고려해 병역특례에 대한 개선 방향을 정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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