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가짜·조작’ 판치자 280억 투자 ‘전쟁 선포’  

고(故) 노회찬 전 정의당 의원이 투신한 다음 날인 지난 7월 24일 영상 스트리밍 사이트 유튜브에는 ‘노회찬 타살 의혹’을 담은 영상이 30만 회가 넘는 조회 수를 기록하며 공유되기 시작했다.

경찰이 타살 의혹에 대해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한 상황이었지만 영상은 일파만파 퍼졌다. 조회 수가 급격히 올라가자 추천시스템을 통해 인기 섹션에까지 올랐다.

음모론은 점차 확산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금괴 불법 취득 사건을 덮기 위해 노회찬 의원이 타살됐다” “유서도 가짜다” 등의 가짜 뉴스 콘텐츠가 생겨났다. 유튜브 조회 수를 얻기 위해 유튜버들은 각종 음모 콘텐츠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누리꾼들은 “100% 타살이다” “부검을 해야 한다” 등의 댓글을 달며 동조했다.
 
유튜브는 본인의 기호에 맞게 특정 콘텐츠를 구독하고 시청할 수 있는 점이 강점이다. 하지만 특정 이념을 강조하거나 사실 확인 없는 가짜뉴스를 무분별하게 방송하는 개인 인터넷 방송이 난립하며 이 강점이 오히려 개인의 편향성을 부추키는 수단이 되고 있다.
 
실제로 ‘신의 한수’라는 채널의 ‘문재인의 이상한 행동과 건강이상설’ 영상을 보자 추천 영상으로 ‘건곤감리’라는 채널의 ‘북한에게 돈바치는 대통령비서실장 임종석'이라는 영상이 뜨기도 했다. 해당 영상들의 주장은 모두 거짓으로 확인됐지만 최근에도 조회수가 꾸준히 늘어 수십만에 달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 8월30일 발표한 ‘유튜브 동영상 이용과 허위정보 노출 경험’에 따르면 20세 이상 이상 성인 남녀 중 77.8%가 유튜브 사용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50대의 72.3%, 60대 이상 연령층의 67.1%가 유튜브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장·노년층의 유튜브 이용률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유튜브 조회 수를 조작하는 대행업체 성행도 문제다. 포털 사이트에 ‘유튜브 조회 수 늘리기’를 검색하면 수십 곳의 대행업체가 등장하는데 이들은 메신저나 블로그 등을 통해 접수를 받아 조작활동을 하고 있었다.
 
업체는 조회 수를 비롯해 구독자 수, 좋아요, 댓글, 시청 시간 등 유튜브에서 채널의 인기를 가늠할 수 있는 대부분의 주요 지표 조작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가격은 조회수 1000회당 1만 원 수준, 좋아요는 20개당 1000원 수준, 구독자는 100명당 1만5000원 수준, 댓글은 25개에 3만 원 수준으로 가격대가 형성돼 있다.
 
구독자나 조회 수는 콘텐츠 추천에 영향을 미친다. 높을수록 인기콘텐츠나 관련 영상 상위에 추천될 확률이 높아진다. 또 유튜브는 ‘광고수익 조건’을 최근 1년간 총 4000시간 시청, 1000명 이상 구독자 보유 등으로 잡고 있기 때문에 일부 신입 유튜버들은 조회 수 조작을 이용하고 있다.
 
약 1500만건의 유튜브 조회 수를 조작했다는 마틴 바실레브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무한대의 유튜브 영상 조회 수를 조작할 수 있다”며 “수년간 유튜브는 조작을 막으려 했지만 막을 수 없었다. 항상 우회하는 방법이 있기 때문”이라고 증언했다
 
한편 유튜브는 지난 7월 ‘가짜뉴스에 대한 전쟁’을 선포하며 2500만 달러(한화278억)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밝혔다. 뉴스에 등장하는 정보원 정보를 함께 노출해 뉴스의 신뢰성을 미리 볼 수 있게 하는 전략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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