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의원·낙선자·당직자’ 등 줄줄이 투하…전문성은 안드로메다로?

<뉴시스>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바른미래당이 ‘친문(親文) 백서’를 공개했다. 문재인 정부의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 현황을 파악해 그 결과를 내놓은 것이다. 이에 따르면 정부 출범 이후 새로 임명된 모든 공공기관 임원(기관장 포함) 가운데 총 365명이 소위 ‘캠코더’(대선 캠프·코드 인사·더불어민주당 출신) 인사인 것으로 조사됐다. 하루에 한 명꼴로 낙하산 인사를 내리꽂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이는 박근혜 정부 유사 기간 내 114명의 낙하산 인사 결과와 비교했을 때, 그 규모를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어서 “이런 ‘내로남불’이 어디 있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적폐청산’을 국정 핵심 기조로 삼는 정부에서 이러한 결과가 나오자 “신(新)적폐”라는 비난도 빗발치고 있다.

 
바른미래당, 文정부 출범 이후 공공기관 임원 전수조사
유사 기간 내 朴정부 114명 vs 文정부 365명 “신적폐”
“사람이 먼저다? ‘내 사람이 먼저다’로 변질된 거 아니냐”

 
지난 4일 바른미래당 정책위원회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국회 각 상임위원회 산하 공공기관의 신규 임원을 전수조사한 ‘공공기관 친문 백서―문재인 정부 낙하산·캠코더 인사 현황’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이 정부 출범 이후 1년4개월간 공공기관 340곳에 새로 임명된 임원(기관장 및 상임·비상임 이사) 1651명 중 365명(22%)이 ‘캠코더’ 인사로 나타났다. 특히 365명 임원 중 기관장은 94명(25.8%)이었다.
 
이 조사를 주도한 바른미래당 정책위에서 의장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채이배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능력과는 무관하게 정치권 인사들을 중요기관의 기관장이나 임원으로 내세워 신적폐를 쌓고 있었다”고 비판했다.
 
국회 상임위별 낙하산 인사 비율을 보면, 정무위 산하 유관 기관의 캠코더 인사 비율이 68%(88명 중 60명)로 가장 높았다. 환경노동위 산하 소관 기관이 63%(32명 중 20명)로 그 뒤를 이었고, 국방위 소관 기관은 50%(10명 중 5명)로 나타났다.
 
# 기관장으로 수직 낙하 ‘전직 의원’
 
공공기관장으로 ‘재취업’에 성공한 전직 국회의원은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오영식 한국철도공사(KORAIL) 사장, 이미경 한국국제협력단(KOICA) 이사장,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 김낙순 한국마사회 회장, 지병문 한국사학진흥재단 이사장, 이상직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 최규성 한국농어촌공사 사장 등이다.
 
지난해 12월 임명된 건보공단 김용익 이사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김대중 정부 시절 의약분업을 주도했고, 노무현 정부에선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을 역임하며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이던 문 대통령과 함께 근무한 바 있다.
 
2012년 19대 국회 민주통합당 비례대표로 당선된 김 이사장은 4년 뒤 20대 총선에서는 불출마를 선언했고, 이후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장이 됐다. 지난해 대선 기간에는 문재인 대선 캠프 정책본부장을 맡아 대선 공약 전반을 다듬기도 했다.
 
지난 총선을 앞두고 당시 김 이사장과 함께 불출마 선언을 한 노영민, 최재성, 홍종학 전 의원 등 ‘친문’ 인사들도 최근 재취업에 성공했다. 노 전 의원은 주중 대사, 홍 전 의원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 임명됐고, 최 전 의원은 6.13지방선거 재·보궐선거를 통해 다시 여의도에 컴백했다.
 
국민연금공단 김성주 이사장은 정치인 출신으론 처음으로 지난해 11월 이사장직에 오른 인물이다. 임명 당시 19대 초선 정치인 출신인 김 이사장이 국민 노후 자금 600조 원을 운용할 적임자인지를 놓고 논란이 있었다. 서울대 국사학과를 나온 김 이사장이 국민연금과 관련한 경력은 국회 보건복지위원 4년이 거의 전부여서다.
 
1999년 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설립된 이후 정치인 출신 이사장은 임용된 적이 없었고, 주로 초기에는 복지부 등 행정 관료 출신들이 맡다가 최근엔 기금 규모가 커지면서 금융·재정 전문가들이 맡는 추세다. 이에 ‘정피아’(정치인+마피아) 비판도 제기됐다. 김 이사장은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국정기획자문회의 전문위원단장을 지낸 바 있다.
 
올초 코레일 사장에 임명된 오영식 사장은 과거 20대 총선에 불출마한 뒤 지난해 대선 때는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조직본부 수석부본부장을 맡았다. 고려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오 사장은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과 16·17·19대 국회의원을 지내는 등 민주당 계열 정당에서 오랜 기간 정당 생활을 한 인물이다.
 
지난해 11월 임명된 코이카 이미경 이사장은 제15~19대 국회의원을 지낸 5선 의원 출신이다. 그간 국제 개발협력과 무상원조를 총괄하는 코이카 이사장에는 주로 개도국에서 대사를 수행한 경험이 있는 외교부 출신 인사가 임명돼 왔는데, 당시 5선 의원 출신이 오는 것은 이례적으로 여겨졌다.
 
이 이사장은 의정활동을 하면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을 한 번 거쳤을 뿐 이 분야 활동 경험이 적을뿐더러 국회에 들어오기 전에도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한국여성민우회 부회장 등 주로 여성 운동계에서 활동해 임명 당시 논란이 제기됐었다. 이 이사장은 지난 대선 당시 문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핵심 참모로 활동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 취임한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은 1992년 민주당 정책연구위원으로 정계에 입문한 인물로, 이후 김대중 대통령에 의해 발탁돼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 기조실장, 청와대 정무수석 등을 지냈다. 이 사장은 16·17·18대 국회의원을 거치면서 2009∼2010년엔 민주당 원내대표를 역임했지만, 이 분야의 전문성이 뛰어나다고 보기 어려워 임명 당시 “보은성 인사”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올초 한국마사회 회장으로 취임한 김낙순 회장도 임명 당시 잡음이 일었다. 김 회장은 전문경영인으로 활동한 기간은 길지 않았고 말(馬) 산업에 종사한 경력은 없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17대 국회 열린우리당 의원을 지냈으며 지난 대선 문 대통령 후보 캠프에서 조직본부 부본부장으로 활동한 바 있다. 그간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낙하산 논란이 일었던 마사회는 이번에도 같은 논란에 휩싸였다.
 
# 기관장으로 투하 ‘낙선자들’
 
올 초 한국주택금융공사에 취임한 이정환 사장은 지난 두 차례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부산 남구갑에 출마해 낙선한 이력이 있는 인물이다. 20대 총선에선 문 대통령의 지원 유세 등에 힘입어 48.04%의 높은 득표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 전임 사장이 퇴임했으나 새 사장 선임은 두 달가량 지연됐는데, 당시 사장 선임이 늦춰진 것을 놓고 청와대가 이 사장의 6.13지방선거 출마를 고심했기 때문이라는 의구심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 사장은 한국거래소 이사장과 국무조정실 심사평가조정관을 역임했지만, 두 차례 총선 출마로 이미 정치인으로 변신한 상황이어서 당시 다시 공공기관장으로 컴백한 것을 두고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고위 경찰 출신인 도로교통공단 윤종기 이사장은 인천지방청장으로 퇴직한 뒤 2016년 민주당에 입당해 인천 연수을지역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같은 해 20대 총선에 출마한 이력이 있다. 올 2월부터 임기 3년의 공단 이사장 임기를 시작했다.
 
# 기관 임원으로 슬며시 ‘캠코더 人’들
 
바른미래당은 문재인 정부에서의 공공기관 임원 인사가 기관 발전을 위한 전문가보다는 민주당의 지역 당직자 또는 시민단체 인사들을 임명, 능력보다는 출신 성분 및 지역 연고 등을 중시한다고 주장했다.
 
대구에 본사가 있는 신용보증기금에는 최상현 민주당 대구시당 정책실장이 비상임이사로 임명됐고, 부산에 있는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이동윤 상임감사, 손봉상·조민주 비상임이사 등은 모두 민주당 부산 선대위 출신이라고 했다. 특히 고도의 전문성을 갖춰야 할 금융 공공기관의 신규 임원 35명 가운데 21명이 ‘캠코더 인사’였다고 바른미래당은 지적했다.
 
경제적 약자들에게 무료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법무부 산하 기관인 대한법률구조공단엔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출신의 조상희 변호사가 지난 6월 신임 이사장에 임명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민변 출신 인사가 각계각층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가운데 법률구조공단 이사장에 민변 출신이 임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편, 앞서 2014년 당시 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박근혜 정부 취임 뒤 1년 동안 공공기관 84곳에 임원(기관장·감사·이사) 114명이 이른바 ‘친박’ 인사들이라며 ‘공공기관 친박 인명사전’을 발간한 바 있다. ‘친박 사전’과 ‘친문 백서’를 같은 잣대와 기준으로 동일하게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촛불 민심’으로 탄생한 이번 정부도 정권 초기 되풀이되는 낙하산 논란을 피해가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이같은 논란이 불거지자 반발이 더 큰 모습이다. 전 정부의 낙하산 논란을 강하게 비판했던 현 여당이 과거 폐단을 그대로 답습하는 ‘내로남불’ 행태를 보인다는 지적이 나와서다. 캠코더 인사가 낙하산 인사로 귀결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야당은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 논란에 대해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지난 6일 정기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이낙연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과 여당 전체 의원들을 면전 앞에서 “‘사람이 먼저다’라는 구호가 ‘내 사람이 먼저다’로 변질되지 않았는지 겸허하게 되돌아 보라”고 질타했다.
 
김 원내대표는 “무엇보다 내각과 공공기관에 캠코더 인사를 그만두라”면서 “문 대통령께서 주장하신 ‘기회는 평등하고 ,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세상’은 이런 식의 캠코더 인사로는 이루어질 수 없는 세상”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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