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발되면 자금회수, 신규대출 금지 주담대 규제 강화

<뉴시스>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일요서울은 뉴스 키워드를 통해 한 주 이슈를 점검하는 ‘生生 키워드 쏙! 생활경제’ 코너를 진행한다. 최신 IT트렌드부터 시사성 있는 생활경제까지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이에 대한 해법도 함께  알아볼 예정이다. 이번 호는 [편법 우회대출]에 대해 알아본다.

전세자금으로 대출받거나 가족을 차주로 내세우기도
금감원, 현장 점검 계획…용도 외 유용 땐 대출 회수


‘우회대출’은 실제 용도와는 다르게 대출을 받아 사용하는 것을 일컫는다. 엄연히 불법이다. 그런데 금융권에서 공공연히 우회대출이 이뤄지면서 규제가 한층 강화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세·임대사업자 대출 집중 점검

지난 6일 업계에 따르면 은행들이 정부의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강화되자 추가로 돈이 필요한 자영업자에게 개인사업자 대출을 통해 편법 우회대출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지난달 3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말 기준 은행권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2조5000억 원 늘어난 304조6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증가 폭이 6월의 2조 원보다 커졌다. 개인사업자 대출은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15조8000억 원 증가했다.

전체 기업 대출 증가액(30조8000억 원)의 절반 이상을 자영업자 대출이 차지한 것이다. 반면 전체 가계대출은 증가 폭이 줄고 있다.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보다 4조8000억 원 늘어난 796조6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6월 증가액(5조원)보다 2000억 원 감소했다.

은행별로 보면 국민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지난해 말보다 3조9000억 원 늘면서 가장 많이 증가했다. 주택자금 대출이 62조1000억 원에서는 64조6000억 원으로 2조5000억 원 늘었고 그 외 신용대출을 포함한 일반자금이 67조7000억 원에서 69조1000억 원으로 1조4000억 원 증가했다.

다만 주택자금 대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은 37조8000억 원에서 35조9000억 원으로 감소했다.

뒤이어 하나은행(3조5414억 원) 신한은행(2조8430억 원) 우리은행(1조4850억 원)등의 순으로 대출 잔액이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하나은행의 경우 담보대출이 3.8% 늘어난 87조7420억 원, 주택담보대출은 2.5%늘어난 71조9380억 원, 신용대출이 2.6% 늘어난 14조9340억 원 등이었다. 신한은행은 주택담보대출이 5조5808억 원에서 5조3097억 원으로 일반 자금이 4조6069억 원에서 4조8623억 원 늘었다.

이는 개인사업자 대출은 중소기업 대출로 분류되지만 소규모 자영업 특성상 얼마든지 생계자금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상당 부분을 가계부채로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경기가 나빠지는 가운데 가계대출을 받기가 어려워지면서 개인사업자대출이 늘어난 측면이 있다”며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되자 ‘포용적 금융’을 강조하는 정부 방침에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기업대출을 통해 실질적인 가계대출이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정부가 주택 관련 대출을 옥죄면서 다주택자 등 수요자들 사이에서 이를 피하려는 편법 우회대출 방법이 확산되고 있다.

일례로 고교 동창인 A씨와 B씨는 서울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에서 각각 5억 원의 같은 단지 주택을 구입했다. 서로가 4억 원의 전세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전세자금대출이 보증금의 80%에 달해 3억2000만 원을 대출받았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다면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40%를 적용받아 대출액이 2억 원에 불과했지만, 전세자금대출로 우회해 1억2000만 원의 대출을 더 받을 수 있었다.
또 다른 사례로는 본인은 두번째 부동산을 담보 제공하고 가족을 차주로 내세우는 대출이나 전세자금으로 편법 대출하는 방법이 통용되고 있다.

금융 당국은 최근 주택시장 불안과 관련된 가계대출 악용·회피 사례 등을 집중 점검하고 향후 정책 방향을 논의하기로 했다.

금융 당국 철저히 막는다

당국은 가계부채 증가세가 전반적으로 안정화되고 있지만 최근 급증한 개인사업자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이 주택시장 불안을 확산시키는 것은 아닌지 면밀히 점검하기로 했다.

당국은 일부 다주택자들이 전세자금보증을 활용해 금융사에서 전세자금대출을 받은 후 전세로 거주하면서 기존에 갖고 있던 여유자금을 활용해 갭투자를 하는 사례가 제기됨에 따라 사실 여부를 점검할 예정이다.

지인간에 허위로 전세계약을 체결한 후 전세대출을 받아 이를 주택구매에 활용하는 사례 역시 점검 대상이다. 임대사업자 등록증을 발급받아 완화된 대출규제로 주택을 구입하고 임대사업자 의무는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도덕적 해이도 살펴보기로 했다.
주요 시중은행 이외 금융기관에도 가계대출, 전세대출, 개인사업자대출 실태조사와 현장 점검을 대폭 강화한다.

금감원 또한 전세대출에 대해서도 용도 외 유용 실태를 파악한다. 제도상 한계는 있지만, 허위계약이나 위장전입 등으로 전세대출을 받아 투기목적으로 쓴다는 지적이 있어서다.

전세대출이 ‘갭투자’ 등 투기목적에 쓰이지 못하도록 주택금융공사는 이르면 9월 말, 늦어도 10월 초부터 전세보증의 자격 제한을 강화한다.

전세보증 상품 이용 대상은 부부합산 연소득 7000만원 이하로 규정한다. 신혼 맞벌이 부부는 8500만 원, 1자녀 가구는 8000만 원, 2자녀는 9000만 원, 3자녀는 1억 원이다.

또 무주택자나 1주택자에게만 전세보증 상품을 제공하기로 했다. 즉 다주택자의 전세보증 상품 이용을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당국은 주택시장 불안이 전국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필요한 모든 조치를 선제적이고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앞선 지난달 27일에도 윤석헌 금융감독원 원장은 대형 시중은행에 대한 현장 점검과 관련해 우회대출 우려가 있는 가계대출 유형에 대한 철저한 점검을 당부했다. 특히 전세대출에 대한 운영 실태 조사가 집중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한 은행 직원은 “차주가 계약서와 달리 용도 외 유용된 것으로 파악될 경우 대출 회수 조치를 할 수도 있다”며 “금융사 직원들도 제재를 받을 수 있어 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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