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사업부·건설 영업이익 크게 늘어 10월 선고에 영향 미치나

[일요서울|김은경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오는 10월 재판을 앞두고 있다. 신 회장은 총수 일가에 500억 원대 ‘공짜 급여’를 지급하게 하고 일감을 몰아주는 등 1300억 원대 손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에게 70억 원의 뇌물 공여 혐의, 2000억 원대 탈세·배임·횡령을 저지른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29일 신 회장의 국정농단 뇌물공여 및 경영비리 혐의에 대해 2심에서 징역 14년에 벌금 1000억 원과 추징금 70억 원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구했다. 재판부 역시 그의 잘못을 지적하며 물러설 뜻이 없음을 확고히 했다.

롯데 측은 신 회장 부재로 사업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하소연한다. 그러나 실상을 보면 오히려 신 회장 구속 후 계열사 실적은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신 회장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해 이목이 쏠린다.

재판부 “엄중 책임 물을 것…재벌 위한 형사법 따로 없어”
변호인 “대통령 지원 요구 응한 게 전부…다시 기회 달라”


신동빈 회장이 자리를 비운 지 6개월가량 시간이 흘렀다. 당초 재계는 신 회장의 부재로 롯데그룹이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예상대로 그룹의 인수·합병과 대규모 투자 등은 멈췄다. 지주사 체제로의 전환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오히려 주요계열사의 실적은 유지되거나 성장하는 등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앞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2월 13일 뇌물공여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롯데그룹은 창사 51년 만에 ‘총수 부재’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고,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이 전면에 나섰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호텔롯데의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올해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조2000억 원과 565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이 5.6%, 영업이익은 163% 늘어난 수치다.

롯데쇼핑도 좋은 성적을 거뒀다. 롯데쇼핑은 올 상반기 매출이 8조7683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0.9%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1998억 원으로 1.6% 증가했다. 이에 따라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은 2.2%에서 2.3%로 소폭 늘었다.

롯데푸드도 견조한 실적을 올렸다. 롯데푸드 상반기 매출은 9010억 원으로 전년 동기(9133억 원) 대비 1.3%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337억 원에서 388억 원으로 15.0% 증가했다. 이에 따라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은 3.69%에서 4.30%로 늘었다.

특히 면세사업부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155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93%(1476억 원) 급증했다. 상반기 해외점 매출은 970억 원으로, 롯데면세점은 올해 해외에서만 2000억 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롯데건설 역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증가했다. 롯데건설의 상반기 매출은 2조7903억 원으로 전년 동기(2조5568억 원) 대비 9.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993억 원에서 2357억 원으로 무려 18.2% 늘었다. 영업이익률도 0.6%p 오른 8.4%를 기록했다.

물론 일부분에서는 신 회장의 공백이 티가 났다. 롯데는 올해 국내외에서 10여 건, 총 11조 원 규모의 인수·합병을 검토했지만 일부 계획을 포기하거나 연기했다. 4조 원에 달하는 인도네시아 유화단지 건설도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지주사 출범 후 2년 내 정리해야 하는 금융 계열사 지분 처분 작업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검찰은 지난달 29일 신 회장의 국정농단 뇌물 공여 및 경영 비리 혐의에 대해 2심에서 징역 14년에 벌금 1000억 원과 추징금 70억 원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구했다.

檢, 2심서 징역 14년 구형

검찰은 지난달 29일 서울고법 형사8부(부장판사 강승준) 심리로 열린 신 회장 등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등 혐의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엄중한 책임을 물어 알짜배기 영업을 일가가 일방적으로 빼먹는 범행이 다시는 나올 수 없도록 막아야 한다”며 이같이 구형했다.

신 회장은 경영비리 혐의 1심에선 징역 1년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지만 뇌물공여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 및 추징금 70억 원이 선고돼 구속됐다. 검찰 구형은 각각 징역 10년·벌금 1000억 원, 징역 4년·추징금 70억 원이었다. 이날 항소심은 두 혐의 1심 구형을 합친 것이다.

1심에선 두 혐의가 따로 재판이 이뤄졌지만 항소심에서 신 회장의 이부(移部) 요청에 따라 한 재판부에서 심리가 진행됐다. 이날 신 전 회장 구형은 피고인 9명 중 유일하게 롯데일가 경영 비리 외에 박근혜(66)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 공여 혐의까지 함께 이뤄졌다.

총수 부재에도 계열사의 실적이 호조세를 보인 것과 관련해 롯데그룹 관계자는 “당장의 실적이 잘 나온 것도 중요하지만, 미래 먹거리 확보 등 향후 투자에 대한 경영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며 총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현재 재판 중이다 보니 조심스레 결과를 기다리는 입장이다. 면세 사업 같은 경우는 중국 사드 관련 규제가 많이 풀려 좋아진 측면이 있고, 마트는 하이마트 등 냉장고 판매 실적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롯데 경영비리 사건 2심 선고는 이르면 10월 초 내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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