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지겠다” “통탄한다” 총장 줄사퇴…이것만이 답?

<사진제공: 교육부 홈페이지>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은 지난 3일 ‘2018 대학 기본역량 진단’ 최종 결과를 각 대학에 통보했다. 정원 감축 대상에서 탈피하지 못한 대학은 전국 116개교다. 역량강화대학에 포함된 대학의 총장과 보직 교수들이 줄지어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논란이 가속되는 양상이다.

최현주 교수, “지방대학 퇴출 의도 강한 평가”
진단평가, 사학비리 퇴출 한계 있어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원장 반상진)이 2018 대학 기본역량 진단 최종 결과를 발표하기에 앞서 가결과를 두고 지난달 24일부터 28일까지 대학별 이의 신청을 받았다.

당시 이의 신청을 접수한 대학은 일반대학 19교와 전문대학 10교였다. 이후 해당 대학을 대상으로 대학관리위원회와 대학구조개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쳤으나 변동은 없었다.

일명 ‘대학 살생부’로 불리는 기본역량 진단에서 자율개선대학에 들지 못하고 역량강화대학 수준을 유지한 학교의 총장들은 결과에 책임을 지겠다며 잇따라 사퇴를 표명했다.

순천대학교 박진성 총장은 지난 3일 “저(박 총장)와 본부 처·단장은 이번 대학 기본역량 진단 평가 결과의 책임을 지고 사퇴코자 한다”고 밝혔다. 해당 학교의 경우 가결과 이후 이의 신청을 제기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아울러 지난달 27일에는 목원대학교 박노권 총장과 박영태 이사장이, 가결과가 발표된 직후인 지난달 23일 조선대학교는 강동원 총장을 비롯해 김하림 부총장과 김흥중 기획조정실장 등 보직교수 11명이 사퇴 의사를 전달했다.

한편 목원대의 경우 지난 4일 권혁대 총장을 새로이 선출해 제9대 총장직으로 임명했다.
 
구조 조정·정원 감축
사실상 ‘퇴출’ 수순?

 
이번 평가에서 교육당국은 1·2단계 진단을 거쳐 각 대학들을 자율개선대학, 역량강화대학, 재정지원제한대학 유형 1,2로 분류했다.

해당 등급에 따라 정원 감축과 일반 재정 지원 등이 상이하다. 자율개선대학은 다음해부터 2021년까지 총 3년간 대학 혁신 지원 사업 유형1을 지원받는다.

이를 통해 정원 감축을 대학 자율에 맡기는 등 대학별 중장기 발전 계획에 따른 자율 혁신을 개진할 수 있다.

역량강화대학의 경우 대학 혁신 지원 사업에는 신청할 수 있으나 유형2로 분류된다. 여기엔 일부 역량강화대학에 정원 감축 및 구조 조정이라는 조건이 붙는다.

또 대학 특성화 추진 및 정원 감축 권고 이행 계획을 포함한 대학의 발전 계획을 별도로 평가 받는다.

마지막으로 가장 낮은 단계인 재정지원제한대학 1,2 유형은 차등적으로 정부재정지원을 제한받는다. 유형1에 포함된 대학의 경우 재정지원 일부 제한으로 운영 효율화를 유도하고, 유형2에 속한 대학은 재정 지원을 전면 제한하는 방식이다.

당초 자율개선대학에는 진단 대상 대학 323개교(일반대학 187, 전문대학 136) 중 64% 정도인 207개교(일반대학 120, 전문대학 87)가 선정됐다.

여기엔 고려대, 서강대, 서울대, 연세대, 이화여대, 한국외대, 한양대 등이 포함됐다. 앞서 예비 자율개선대학에 속했지만 사회적 물의를 빚은 한진 일가 갑질의 영향으로 교육부 감사를 받은 인하대도 여기에 포함됐다.

역량강화대학으로는 2단계 진단을 실시한 대학 86개교 중 66개교(일반대학 30개교, 전문대학 36개교)가 선정됐다. 포함된 학교들은 덕성여대, 서울기독대, 평택대, 연세대 원주캠퍼스, 한국해양대, 목원대, 순천대, 우석대 등이다.

재정지원제한대학 유형1에는 김천대, 상지대, 가야대, 두원공과대, 서울예대, 고구려대 등 9개교(일반대학 4교, 전문대학 5교)가 꼽혔다.

재정지원제한대학 유형2으로는 신경대, 경주대, 부산장신대, 한국국제대, 한려대, 제주국제대, 웅지세무대, 영남외국어대 등이 선정됐다. 이 대학들은 다음 해 신입생과 편입생의 국가장학금 신청과 학자금 대출이 모두 막힌다.

이처럼 재정지원대학의 경우 재정지원사업에 참여할 수 없고, 학생들의 국가장학금 신청과 학자금 대출 등도 제한돼 사실상 ‘퇴출’에 가깝다는 것이 중론이다.

다만 상지대의 경우 2016년 10월 대법원 확정 판결(2010년 당시 비리로 물러났던 구(舊) 재단이 2014년 다시 학교에 복귀한 것은 잘못된 결정이다)을 염두에 둬 2019~2020년 기존 및 신규 재정지원사업은 제한하지만 국가장학금과 학자금 대출은 제한이 없도록 정해졌다.
 
부패 사학재단은 남고
피해는 구성원이 지고…

 
이를 두고 교육계 일각에서는 대학 진단 평가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 지역 편차를 간과했다는 점 등을 들어 비판의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순천대학교 최현주 국어교육과 교수(광주 전남 전국교수노동조합 지부장)는 “(인구 절벽으로 인해) 학생 정원이 줄어 대학이 구조 조정을 해야 할 필요는 있다”면서도 “(하지만) 교육부가 수도권(중앙)과 지역을 구분하지 않고 획일적인 잣대로 평가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지난달 29일 이와 비슷한 취지의 성명문을 발표했다. 그들은 “교육부 입장에서는 사학비리에 대해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대학 기본역량 진단 평가’에 적용해 밝힌 것이라 할 수 있으나, 이러한 방법에는 부작용과 함께 한계가 있다”고 꼬집었다.

성명문에 따르면 이로 인해 사학비리를 밝혀내는 내부 고발자 구성원은 해교(害敎) 행위를 한다는 비판을 받아 위축되고, 징계나 불이익 처분을 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

최 교수는 “교육부에서 대학들을 상대로 평가하는 진단 지표가 몇 가지 안 된다”면서 “이를 통해서 대학을 구조 조정하고 발전시키려 한다기보다 오히려 대학들을 교육부에서 관리하고 그들의 의도대로 구조 조정해 일부 지역 대학, 특히 지방대학들을 퇴출시키려 하는 의도가 강한 평가”라고 강도 높은 비판을 가했다.

또한 그는 몇몇 대학은 일전 사학비리로 인해 이렇게 상황이 곪았음을 꼬집었다. 그에 따르면 구조 조정이 이뤄진다 해도 사학재단의 경우 모든 재산이 최초의 법인 설립자에게 돌아간다. 이를 두고 최 교수는 “결탁하고 부패한 사학재단들은 그대로 살아남고 교수, 교직원, 학생들이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계속해서 그는 구조 조정이 교육부 차원이 아닌 시장의 원리로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대학에 학생들이 오지 않으면 수입이 없으니 자체적으로 구조 조정이나 스스로 폐교의 길을 갈 수밖에 없다”면서 “(대학 구조 조정을) 교육부가 획일적인 몇 개의 잣대로 평가하기보다는 시장 원리에 맡겨 놓아야 한다. 오히려 교육부는 대학들이 창의적으로 발전해 나가고 구조 조정하도록 지원하는데 주안점을 둬야 한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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