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지난해 4월 ‘맥주 회동’ 씁쓸…7월 주요 기업인 ‘호프 미팅’에선 화기애애
이우철 정조연구소 소장, “정치권에 ‘문재인 데스노트’라는 신조어 생겨”


지난해 7월 27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주요 기업인과 생맥주를 곁들인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간담회는 27일~28일 이틀에 걸친 ‘주요 기업인과의 호프미팅’의 첫날로서 재계 자산규모 순위가 짝수인 정의선 현대자동차(2위) 부회장·구본준 LG(4위) 부회장·권오준 포스코(6위) 회장·금춘수 한화(8위) 부회장·정용진 신세계(10위) 부회장·박정원 두산(12위) 회장·손경식 CJ(14위) 회장과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특별 초청 대상인 함영준 오뚜기 회장 등이 참석했다.
 
간담회는 오후 6시에 시작돼 청와대 경내 상춘재 앞마당에서 생맥주 350ml를 건배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드레스 코드는 넥타이 없는 캐주얼 비즈니스 복장이었다. 문 대통령은 건배 제의를 한 뒤 야외에서 선 채로 20분간 환담을 나눴으며, 곧바로 상춘재로 이동해 편안한 분위기 속에 기업인들과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문 대통령의 ‘맥주 미팅’은 당시 처음이 아니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해 4월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을 마치고 당시 경쟁했던 후보들과 호프집에서 맥주를 마시는 이른바 ‘맥주 회동’을 가졌다.
 
당시 모임은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문 대통령이 경선 경쟁자였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이재명 전 성남시장(현 경기도지사)·최성 전 고양시장 등 세 명에게 먼저 제안해 마련됐다. 모임 장소는 빨간색 원형 탁자를 두고 등받이 없는 의자가 있는 서울 마포구의 한 호프집이었다. 옆 탁자에는 일반 손님 20여 명이 술을 마시는 등 자연스럽고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그런데 당시 회동을 마친 뒤 온라인상에서는 뜻밖에도 문 대통령이 최성 전 시장에게 맥주를 따라주는 모습이 큰 화제가 됐다. 이 모습이 화제가 된 데에는 문 대통령이 최성 전 시장에 맥주를 따라준 잔에는 ‘거품’만 가득했기 때문이다.
 
이 사태를 눈치채지 못하고 흐뭇한 표정을 짓는 문 대통령의 표정과 달리 이 ‘거품 맥주’를 바라보는 세 사람의 얼굴에서 난처함이 엿보여 보는 이들의 웃음을 한껏 자아냈다. 특히 당사자인 최성 전 고양시장은 거품맥주 잔을 받고는 매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이에 일부 네티즌들은 ‘적극적인 해명이 필요하다’, ‘청문회 감이다’라는 등의 반응을 보이며 핀잔 섞인 반응을 남기기도 했다.
 
이후 기업인들과의 호프미팅은 어땠을까? 다행히 미팅에서 기업인들이 ‘거품 맥주’를 마셔야 하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이날 문 대통령은 기업인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눈 뒤 맥주 디스펜서로 가 스스로 맥주를 따랐다.
 
맥주는 중소 업체가 만든 수제 맥주로 알려진 ‘세븐 브로이’였다. 앞서 임종석 비서실장은 맥주 디스펜서를 미리 점검하고 맥주 한 잔에 거품을 적당하게 따르는 기술을 배워 문 대통령을 거들었다는 후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거품맥주 잔을 받은 최성 전 시장의 정치적 운명은 어떻게 됐을까?
 
최 전 시장은 공교롭게도 정치생명에 큰 타격을 받았다. 지난 4월 26일 민주당은 6·13지방선거 공천 심사에서 현역인 최성 전 고양시장을 탈락시켰다. 최 전 시장은 “민주당 대선 경선 출마 이후 지역 국회의원의 ‘최성 시장 죽이기 프로젝트’가 진행됐다고 하더니 결국 공천에서 탈락했다”고 주장하며 즉각 재심 절차를 밟겠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냈다.
 
그는 “그동안 제가 사랑하는 민주당은 제1공천 원칙으로 청렴성과 도덕성, 그리고 후보 경쟁력을 중심으로 한 시스템 공천을 강조해 왔다”면서 “그동안 고양시장 후보 여론조사에서 타 후보에 비해 압도적인 경쟁력을 지니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청렴성과 도덕성에서도 전혀 하자가 없는 저를 배제한 것에 대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추미애 당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의 공정성과 개혁성을 신뢰하면서, 당이 보장하는 공정하고 투명한 공천 재심 절차를 거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민주당 경기도당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위원장 윤호중)는 “최 전 시장의 경우 별정직 공무원인 A보좌관이 선거 관련 보도자료를 작성·배포해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당한 점과 고양시 내부청렴도가 도내 시·군 가운데 최하위인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경기 고양경찰서는 지난 6월 8일 최 전 시장과 고양시 전 정무직 공무원 A씨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의견을 달아 검찰에 넘겼다. 최 전 시장과 전 고양시 정무직 공무원 A씨는 불법 보도자료 배포 등을 통한 사전 선거운동을 전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치평론가 이우철 정조(正祖)연구소 소장(전 경기도 대변인)은 “문 대통령과 당내 대선 후보 경선에서 경쟁한 최성 전 시장은 사실상 정치생명에 큰 흠집이 났다. 정치권에 ‘문재인 데스노트’라는 신조어가 생겨난 것도 바로 이런 이유다”며 “물론 이는 문 대통령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다.
 
앞서 정치권에서는 ‘정의당 데스노트’라는 말이 유행했었다. 문재인 정부에 비교적 우호적인 정의당이 지명 철회 또는 자진 사퇴를 요구한 인사 대부분이 ‘낙마’하는 결과로 이어진 탓이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최 전 시장의 정치적 위기는 본인이 제공한 측면이 크다”며 “한 가지 확실한 점은 당내 친문(親文)세력의 지지를 받지 못한 것이 결정적이다”고 평가했다.
 
한편, 최근 고양시 공무원노동조합은 특정 지역 중심의 봉건적 인사 관행은 적폐 청산 대상이라며 이재준 현 고양시장에게 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공무원노동조합 구석현 위원장은 지난 3일 성명서를 통해 “현대사의 대한민국 사회를 분열로 갈라놓았던 영·호남 편중 지역 개발 및 인사 차별의 적폐가 지난 8년 동안 고양시에 망령으로 부활했다”면서 “특히 최성 전 고양시장을 중심으로 특정지역 편중인사가 노골적으로 진행돼 공무원사회의 불신과 아픔을 증가시켰다”고 지적했다.
 
구 위원장은 이어 “특정 지역 편중 인사는 편가르기가 돼서 공무원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업무 의욕을 떨어뜨려 결국 시민이 가장 큰 피해자가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고양시는 국가권익위원회가 발표한 2017년도 전국 시·군·구 지자체에 대한 청렴도 조사에서 내부청렴도 5등급으로 전국 꼴찌를 했고 외부청렴도는 3등급으로 중간 수준이었다”며 “이렇게 격차가 크게 발생한 이유는 내부적으로 공무원 불만이 극심하게 증가한 결과이고, 인사 부패로 인한 공무원 사회의 사기 저하, 불신, 의욕 감퇴의 결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시(市) 공무원노조는 “기피·격무 부서에 임용돼 2년 이상 성실히 근무한 자는 적성 등을 고려해 본인이 희망하는 적정한 직위에 임용할 것과, 인사 기준 및 과정의 투명한 공개, 이의제기 시 공개적 답변제도 시행을 촉구한다”면서 “특정지역 편중인사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집행부는 지난 8년간 실시한 인사에 대한 출신지역 데이터 공개를 통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최성 전 고양시장을 불러 청문회를 진행하고 모든 책임을 꼭 물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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