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단계 업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업계 최초로 다단계 업체간의 그룹통합이 전격 발표됐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바로 STC그룹의 STC인터내셔날과 케넷그룹의 위베스트인터내셔날. 업계 3위(위베스트)와 10위(STC)에 해당하는 두 업체가 지난 5일 느닷없이 그룹통합을 발표한 것이다. 이로 인해 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두 기업이 통합을 할 경우 매출액만 2조원대에 달하는 거대 공룡다단계가 출현하기 때문이다. 사실상 다단계업계의 순위가 단 한번에 뒤바뀌는 셈. 따라서 다른 다단계업체들의 견제가 벌써부터 상당한 수준이다. 일부에서는 그러나 두 업체의 통합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벌을 앞두고 있는 위베스트가 ‘영업정지’를 염두에 두고 STC와의 통합을 발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는 것. 과연 공룡다단계업체는 등장할 수 있을까. 위베스트와 STC가 그룹통합을 전격 발표했다.

두 업체는 지난 5일 서울 센트럴시티에서 통합조인식을 체결하면서 “탄탄한 제품력과 제조라인을 갖추고 있는 STC와 최근 소비자 마케팅 강화를 통해 제2도약을 외치고 나선 위베스트가 시너지 효과를 노려 세계최고의 기업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발표했다. STC는 국내 생명과학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제품의 품질만으로 봤을 때 세계의 어느 상품과 겨뤄도 우위를 점할 수 있을 정도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후발업체인 관계로 유통망은 취약한 상황. 반면 위베스트는 지난 3년 남짓한 짧은 기간에 국내 정상에 오를 만큼 마케팅 능력에 관한한 자타가 인정하는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내로라할만한 자사제품은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번 그룹통합을 통해 두 업체는 서로간의 부족했던 부분을 채울 수 있게 됐다. STC는 위베스트라는 든든한 유통망을, 위베스트는 높은 품질의 STC제품을 확보한 것이다.

업계전문가는 이와 관련 “STC와 위베스트의 통합은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며 “STC의 뛰어난 제품에 위베스트의 탁월한 마케팅능력이 상승작용을 한다면 두 업체 대표의 말처럼 ‘세계제패’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본격적인 통합논의는 아직 진행되지 않고 있지만, 다단계업계는 STC와 위베스트의 그룹통합에 대해 상당한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실제로 통합이 일어날 경우 업계의 지각변동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판매원들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한 업체 관계자는 “STC-위베스트의 합병소식이 전해지자 바로 합병이 업계에 미칠 파급효과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는 등 사내가 어수선한 분위기”라며 “그렇지 않아도 불경기로 인해 매출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그룹통합소식은 엎친데 덮친 격이 됐다”고 말했다. 다단계 ‘빅3’로 불리는 한국암웨이, JU네트워크, 하이리빙 등도 마찬가지다. 표면적으로는 대수롭지 않은 듯 평소와 같은 모습이지만, 내부적으로 대책마련에 들어가는 등 분주하다. 특히 하이리빙과 한국암웨이는 비상이 걸린 모습이다.

두 업체는 지난해부터 업계를 강타하고 있는 이른바 ‘포인트마케팅’으로 인해 매출이 상당부분 줄어든 상황. 이런 가운데 두 그룹통합 소식이 알려지자 판매원들의 동요가 일어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STC와 위베스트의 매출액을 합치면 2조원대.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경우 더 늘어날 수도 있지만, 산술적으로만 따져도 업계 최고이다. 반면 업계 2위인 JU네트워크는 최근 마케팅 플랜의 변화를 통해 매출이 급속히 늘기는 했지만, 여전히 1조5,000억원대를 밑돌고 있다. 당초 발표했던 올 목표매출액을 달성한다 하더라도 여전히 통합 STC-위베스트에 비하면 매출액이 부족하다. 3,4위인 한국암웨이와 하이리빙의 사정은 더욱 나쁘다. 국내 다단계업계의 보상플랜이 대부분 암웨이 방식에서 포인트방식으로 변하는 가운데, 이들 두 업체의 매출액이 가장 많은 비중으로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두 업체간의 통합효과는 이뿐이 아니다. 통합이 완료될 경우 단번에 업계1위의 대표기업으로 발돋움하게 된다.

산술적으로 계산해도 판매원 3만명, 18개 계열사, 2조원대의 매출액 등 대기업 못지않은 공룡업체로 탄생하는 셈이다. 게다가 업계의 특성상 1위 업체의 메리트가 높은 만큼 실질적인 효과는 이를 더욱 상회할 전망이다. 그러나 STC와 위베스트의 통합이 제대로 진행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두 업체가 내부적인 문제로 소란스럽기 때문이다. STC는 현재 고위직급 일부 판매원들이 강남구 신사동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는 상황. 이들은 자신들의 수당을 지급해달라며 회사와 마찰을 빚고 있다. 위베스트도 마찬가지다. 위베스트는 판매원들의 대량 반품사태로 인해 회사측이 곤란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관계자들은 “두 회사 모두 내부적으로 분란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에 통합을 한다 하더라도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위베스트는 올초 있었던 1조5,000억원 상당의 다단계파문으로 인해 공정거래위원회의 행정명령을 기다리고 있는 불안한 상태.

즉 공정위가 어떤 명령을 내리냐에 따라 하루아침에 문을 닫을지도 모르는 상황에 처해 있다. 이 때문에 업계전문가들은 “위베스트가 공정위의 영업정지 명령을 받을 경우 STC의 사업권을 통해 사업을 계속하기 위해 일종의 보험성 통합발표를 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면 STC에 대해서는 “유통망 외에는 별다른 이유가 없지만, 업계 1위라는 규모를 노리는 것 같다”면서 “공정위의 처벌 수위와 위베스트의 안홍헌 회장의 선고결과에 따라 위베스트를 흡수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두 업체간의 통합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내부적인 문제를 선결한 후 본격적으로 통합을 시작해야 할 것”이라며 ‘기대 반, 우려 반’의 심정을 나타냈다.

# ‘팽’당한 백승혁 전 하이리빙 사장 ‘복수’를 꿈꾸나

극심한 경기침체로 매출에 난항을 겪고 있는 다단계업계가 신생 업체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 6월 하이리빙에서 전격적으로 퇴출당한 백승혁 전 대표가 최근 신생업체를 설립, 다단계시장으로 재진입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퍼지고 있어서다. 해당 업체는 바로 ‘하이넷생활건강(대표 황선원)’으로 지난 6월에 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이하 특판조합)과 공제계약을 체결하고, 9~10월 오픈을 준비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백 전 사장은 이미 오래전부터 ‘하이넷생활건강’을 준비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방문판매업체를 설립하기 위해서는 관할 광역자치단체에 먼저 등록한 이후에 공제조합에 가입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해당 자치단체 등록 이후 공제조합 가입까지 짧게는 한달에서 길게는 3~4개월 이상 소요되기 때문이다.

또한 백 전 사장이 퇴임하기 전부터 하이리빙 직원 중 친 백승혁라인과, 사업자그룹을 자신의 신설법인으로 옮기기 위해 준비를 했다는 주장도 업계에 퍼졌다. 그러나 하이넷은 “백 전 사장과 우리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백 전 사장과의 관계를 부인하고 있다. 영업준비를 위해 문을 열었던 홈페이지마저 폐쇄하고 사무실만을 운영 중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백 전 사장이 정말로 하이넷을 통해 업계로 돌아온다면 상당한 파란이 일 것”이라며 “카리스마 넘치는 백 전 사장의 경영방식을 감안한다면 하이넷은 출범과 동시에 다단계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는 변수”라고 말했다. 한편 백 전 사장의 자리에는 이정학 전무가 선출됐다. 이정학 전무는 신동방그룹의 구조조정본부장 출신으로 “신동방그룹 회장의 오른팔”로 불리는 인물. 업계는 백 전 사장의 퇴임이 이 전무와의 파워게임에서 밀린 결과로 보고 있다.

# 내우외환의 위베스트 해결책은 없을까?

STC와의 그룹통합 발표로 인해 다단계업계의 이목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위베스트. 이곳은 외부의 기대와는 달리 내부적으로 어수선한 상태다. 그룹 사령탑인 안홍헌 회장의 재판을 비롯해 판매원들과의 마찰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어서다. 안 회장은 현재 ‘방문판매법 위반’ 혐의로 1심과 2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은 상태. 22일 내려질 최종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당초 안 회장에 대한 최종공판은 지난 7월14일에 열릴 예정이었으나, 안 회장이 출석을 늦게 하는 바람에 선고가 연기됐다. 하지만 안 회장이 실형을 받을 것은 확실해 보인다. 그가 검찰측에서 제기했던 혐의내용을 대부분 시인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1심과 2심처럼 최종선고에서도 실형을 받을 것이란 게 법률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위베스트 내부도 판매원들과 회사측의 대립으로 인해 어수선한 분위기다. 창립당시부터 유지해오던 ‘공유마케팅제도’를 지난 5월 SR마케팅으로 변경한 지 두 달 만에 ‘직급마케팅’으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어서다.

이에 대해 판매원들은 “기존의 포인트를 SR마케팅으로 전환하면서 추가 구매하도록 유도하더니, 이제는 포인트 자체를 없애라고 하고 있다”면서 “회사측이 보상하겠다는 약속을 파기하려 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회사측은 이에 “현재 판매원들에게 지불해야할 자금능력이 회사에는 없다”면서 “수당지급 사이클을 길게 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재 회사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의 ‘행정명령’도 위베스트를 위협하고 있다. 업계는 “이미 지난해 공정위의 시정명령을 받은 바 있는 위베스트에 공정위가 ‘삼진아웃제’를 적용, ‘영업정지’와 같은 강력한 명령을 내릴 경우 사실상 위베스트는 문을 닫아야 한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내우외환에 시달리는 위베스트. STC와의 그룹통합만으로 이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