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 벌가 3세들이 속속 기업경영의 전면에 나서고 있다. 최근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외손녀 장선윤씨가 임원을 달았고, 이준용 대림그룹 회장의 장남 해욱씨도 부사장으로 진급했다. 매년 초고속 승진이라는 그룹 안팎의 따가운 눈총을 받으면서도 미래의 경영수업에 바쁜 재벌가 3세들. 이들이 경영진에 합류하기까지 평균 얼마가 걸릴까? 요즘 가장 주목받는 재벌가 3세인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 정의선 기아차 사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 박정원 두산산업개발 부회장, 장선윤 롯데쇼핑 이사, 이해욱 대림산업 부사장, 정용진 신세계백화점 부사장 등 7인의 승진을 탐구해봤다. 그 결과 재벌가 3세들은 평균 26세를 전후해 그룹에 입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이들이 회사에 입사한 이후 임원이 되기까지 평균 7.7년이 걸리는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이들 중 일부는 아예 회사의 임원으로 입사했고, 또 서류상으로는 입사했지만 실질적인 출근은 몇 년 뒤에 시작한 사람이 있는 것을 감안할 때 이 기간은 더 짧아질 것으로 보인다. 평범한 일반 직장인이 신입사원에서 임원이 되는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20여년. 재벌가 3세들은 평범한 직장인들보다 3배나 빨리 경영진에 합류하는 셈이다. 이들 중에서도 초고속 승진의 ‘원조’격은 단연 정지선 현대백화점 부회장이다.

정지선 부회장 입사 6년만에 회장단 대열

그는 현재 부회장 직함을 갖고 있지만 회사 생활을 하면서 ‘상무’, ‘전무’, ‘사장’ 명패를 가져본 적이 없다. 모두 건너뛰었기 때문이다. 정 부회장은 지난 97년 현대백화점 경영관리팀 과장으로 입사했다. 그리고 입사한 지 4년 만인 지난 2001년, 이사로 진급했다. 지난 2002년에는 부사장, 2003년에는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정 부회장은 회사에 입사한 지 6년 만에 회장단 대열에 합류한 것. 당시 그의 나이는 만 30세였다. 박정원 부회장은 과장에서부터 부회장에 이르기까지 모든 직급을 두루 거쳤다. 일반인들과 차이점이 있다면, 매년 승진했다는 점이다. 1년에 2번 승진한 적도 여러 번 있다. 그는 회사에 입사한 지 9년 만에 임원이 됐다. 3세들의 평균 임원 승진기간이 7.7년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조금 늦은 편이다.

그렇다고 해서 박 부회장이 초고속 승진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박 부회장이 본격적으로 회사 일을 시작한 것은 지난 92년. 당시 그는 기린맥주 과장이었다. 하지만 이때부터 박 부회장의 이름은 매년 승진자 명단에서 볼 수 있었다. 그는 지난 93년 기린맥주 차장, 94년 7월에 부장으로 진급한 데 이어 같은해 12월 이사대우가 됐다. 박 부회장은 지난 97년 오비맥주(기린맥주의 바뀐 이름) 상무에서 (주)두산의 상무로 자리를 옮겼고, 98년 (주)두산 상무, 99년 전무, 같은 해 연말 부사장이 됐다. 부장에서 이사가 되는데 걸린 시간은 5개월이었고, 전무에서 부사장이 되기까지는 10개월이 걸렸다. 전대미문의 초고속 승진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정의선 사장 만 28세 이사로 첫출근

정의선 기아차 사장은 아예 임원으로 회사에 입사했다. 1970년생인 정 사장은 지난 99년 12월 현대차 구매담당 이사로 첫 발을 내디뎠는데, 당시 그의 나이는 만 28세였다. 정 사장은 이사로 취임한 지 1년 만인 지난 2001년 현대차 상무, 2002년 전무, 2003년 현대·기아차 총괄본부장이 됐다. 그리고 올 초 기아차 사장으로 부임했다. 회사에 입사한 지 6년 만에 회사의 최고의 위치에 오른 것이다. 장선윤 롯데쇼핑 이사도 평사원으로 입사한 지 6년 만에 임원이 됐다. 장 이사는 신격호 롯데회장의 외손녀이자 신영자 롯데백화점 부사장의 둘째딸로, 최근 롯데 명품관인 ‘에비뉴엘’을 성공적으로 런칭시키면서 재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재벌 3세다. 장 이사는 하버드대학을 졸업한 직후인 지난 97년 롯데면세점의 평사원으로 입사했다. 하지만 그는 이듬해에 해외상품팀으로 자리를 옮긴 이후, 5년 만인 올해에 팀장이자 이사대우로 승진했다. 현재 장 이사는 롯데쇼핑 본점 ‘에비뉴엘’ 담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재용 상무 7인방중 직급 최하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는 이들 재벌가 3세 중에서 직급이 낮은 편이다. 이 상무는 지난 2003년부터 2년이 넘도록 계속 상무직을 유지하고 있다. 이 상무의 초고속 승진이 가져올 외부저항 때문에 조심스러워하는 눈치가 역력하다. 서류상으로 이 상무는 지난 91년 삼성전자 총무부에 입사 한 것으로 돼 있다. 하지만 당시 이 상무의 나이가 스물 셋이었고, 그가 대학을 마친 이후 미국 유학을 떠났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그의 출근은 불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다. 어찌 됐건 이 상무는 지난 2001년 삼성전자 상무보로 승진했고, 2년만인 지난 2003년 ‘보’자를 뗐다. 정용진 신세계백화점 부사장과 이해욱 대림산업 부사장은 1968년생으로 동갑내기다. 정 부사장의 경우는 회사에 입사하던 지난 98년 상무로 입사를 해, 2년 만에 부사장 타이틀을 얻었다. 반면 이 부사장은 지난 95년 입사해, 지난 2003년 전무, 올해 부사장이 됐다. 이 부사장의 경우 정 부사장보다 승진은 늦지만, 입사한 지 10년 만에 부사장이 됐다는 점에서 초고속 승진이다. 실제로 재벌 3세들 중 비교적 탁월한 개인능력을 보이고 있는 인물도 있지만 일부 경영인의 경우 사생활이나 회사생활에서 제 몫을 하지 못해 내부에서조차 따가운 눈길을 받는 사람도 더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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