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라희, 이명희, 장영신… 너무나 잘 알려진 한국의 여성 주식 갑부들이다. 그러나 요즘 주식시장이 뜨면서 신흥 여성 주식부자들이 대거 등장했다. 일부 여성 갑부들의 경우 부자지도를 ‘확’ 바꿀 만큼 부가 급증했다. 특히 코스닥시장에서의 여성갑부들은 그 신장세가 무섭다. 증권업계 및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까지만 해도 코스닥 기업의 여성 대주주는 남성경영자의 부인이거나 친인척 등의 특수 관계인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여성 경영자들의 약진이 두드러지면서 상대적으로 경영과는 상관없는 여성 대주주의 순위가 하락하고 있는 추세다. 우선 지난해 5위권 밖에서 1위에 등극한 정복임 케너텍 대표가 대표적인 사례다. 정 대표는 최근 고유가에 따른 대체에너지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국내 유일의 난방에너지 시스템 업체라는 평가를 받아 시장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수간호사에서 경영자로의 몸바꿈이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수영(본명 이은숙) 아이콜스 대표의 지분변동도 눈에 띈다. 이 대표는 이젠엔터테인먼트 대표로 있으면서 지난해 9월 시스템 통합업체인 아이콜스의 주식을 인수하여 최대주주로 등극, 대표로 올랐다. 이어 매출이 감소되기는 했지만 철저한 구조조정을 통해 적자에 허덕이던 아이콜스를 흑자전환하면서 주식평가액 97억원을 보유하게 됐다. 그러나 일부에선 이 사장이 우회등록을 목적으로 아이콜스를 인수했고, 또 영업에 치중하기보다는 회사 내부에서 비용을 감소시켜 흑자전환을 시킨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에 이 대표는 “외형보다 수익성을 중시하는 영업전략과 업무프로세스 개선을 통한 원가절감 노력이 흑자전환하게 된 동기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엠씨스퀘어로 유명한 대양이앤씨 임영현 대표의 주식평가액도 97억원으로 15위에 올라섰다. 임 대표의 주식평가액이 지난해와 비교하여 급상승하게 된 원인은 최근 시류에 편승한 바이오·대체에너지 사업진출을 공시한 덕분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 9일 코스닥 시장에서 대양이앤씨는 DNA침 개발업체 디제네스 투자를 공시해 가격제한폭까지 올랐다.

또한 지난 2일에는 독일 지멘스와 신대체에너지 개발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공시하며 상한가를 쳤다. 증시전문가들은 기존 학습보조기구사업과 바이오·대체에너지 사업이 별 연관성이 없는 만큼 성공 여부에 불확실성이 크다는 비판이다. 반면 탁월한 경영능력을 보여줘 주식부자에 오른 여성경영인도 있다. 윤한희 오브제 이사는 경영자의 능력을 인정받아 주식부호로 새롭게 등극했다. 윤 이사의 주식평가액은 131억원으로 6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남편인 강진영씨와 함께 의류업체인 오브제를 세운 코스닥 기업에서 흔치않은 부부경영자다. 부부가 모두 수석디자이너이며 남편이 오브제를, 부인이 오브제 세컨을 맡아 디자인 개발에도 참여하고 있다. 지난 93년 신사동에 첫 매장을 연 이후 가장 빠른 시간에 국내 패션업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만들어낸 윤 이사는 오브제를 흔히 재래시장 카피 1위에 오르기도 한 공주풍 패션의 원조로 키웠다. 특히 윤한희 이사의 독자적인 브랜드 ‘Hanii Y’가 지난 2001년 뉴욕 컬렉션에 데뷔해 수상하며 해외시장진출에도 적극적이다. 지난해 경기불황에도 불구하고 오브제는 매출액 779억원에 영업이익 40억원을 내며 선전했다.

지난 7월 29일 코스닥 시장에 등록하며 200억원대 코스닥 여성부호(8월 18일 기준)로 새롭게 등장한 양윤선 메디포스트 사장. 설립한지 5년만에 양 사장은 200억원대의 주식부자로 등극했다. 양 사장이 주목받는 이유는 거액의 돈방석에 앉은 것 이외에도 의사에서 벤처사업가로 변신, 소위 ‘인생 이모작’에 성공한 여성이라는 것이다. 서울대 의대를 수석졸업한 그는 지난 89년 서울대 병원 임상병리과 전공의, 94년 삼성서울병원 임상병리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그러나 의사라는 안정적인 신분을 박차고 험난한 벤처의 길을 선택했다. 의사로 일하면서 선진외국에서 이미 보편화된 제대혈 은행의 가능성을 읽은 것. 창립자본금 13억5,000만원은 양 사장의 능력을 믿어준 지인들을 통해 마련했다. 당시로서는 불모지에 가까운 제대혈 시장에 뛰어든 양 사장은 발로 뛰는 마케팅 전략을 택했다. 전국의 산부인과 병원을 일일이 방문하며 의사들에게 제대혈 보관의 중요성을 알렸고, 의사들은 다시 산모와 가족들에게 전하는 소위 입소문 마케팅이 빛을 보기 시작했다. 창립 이듬해인 2001년 10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이 다음해인 2002년에 무려 132억원으로 급증하면서 자리를 잡게 된 것이다.

# 언론발표 코스닥 여성 신부호 순위 ‘뒤죽박죽’

“저 여성주식부자 아니거든요!” 안선희 다날 본부장은 요즘 이런 해명을 하느라 도통 업무를 볼 수가 없다. 지난 18일자 중앙일간지 대부분은 안 본부장이 161억원(주식평가액)을 보유, 코스닥 여성대주주 가운데 6위로 발표했다. 하지만 그는 실제론 5억원에도 미치지 않는 우리사주를 갖고 있을 뿐이었다. 도대체 100억원이 넘는 주식은 어디로 간 것일까. 속내를 들춰보니 안선희 본부장은 사내에서 우리사주 조합장을 겸직하고 있는데, 직원 150여명의 우리사주까지 안 본부장의 몫으로 잘못집계해서 발표한 것이다. 결국 언론의 오보로 안 본부장은 ‘코스닥 여성 주식부호’로 등극하는 해프닝을 벌인 것이다. 이은숙 아이콜스 대표는 오히려 정반대다. 이수영(가명) 전 웹젠 대표로 더 유명한 이은숙(본명) 대표는 이번 발표에서 지난해 3위에서 14위로 뚝 떨어졌다. 하지만 이대표는 여전히 웹젠의 주식 5.88%(218억원)를 보유하고 있어 아이콜스 주식평가액(97억원)을 합치면 315억원으로 사실상 1위다. 이와 같은 오보는 언론사가 선물거래소측에서 제공한 자료를 근거로 확인취재없이 기사를 작성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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