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대기업 가운데 가장 왕성한 메세나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문화예술 지원에만 그룹차원에서 981억원, 삼성문화재단에서 992억원 등 총 1,983억원을 썼다. 직접 미술관을 운영하면서 전통 미술은 물론 유명작가의 현대미술 등을 전시하는가 하면 다양한 공연·출판·사회복지사업에 아낌없는 지원을 하고 있다. 이런 왕성한 메세나활동으로 지난해에는 삼성전자가 메세나 대상에서 대통령상을 받는 쾌거를 이루었다.‘메세나(mecenat)’란 기업이 경제 활동을 통해 얻은 수익의 일부를 문화예술계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메세나의 원류는 멀리 고대 로마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원 전 1세기 무렵 로마제국의 재상으로 문예 부흥운동에 관심이 많았던 ‘마이케나스’의 이름에서 비롯됐다.이후 메세나는 예술, 문화, 과학 등의 다양한 분야에 지원하는 특별한 활동을 총칭하는 용어로 자리를 잡는다.

특히 메세나를 언급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르네상스 시대에 예술가들에게 특별한 애정을 갖고 전폭적인 지지를 해왔던 이탈리아 메디치 가(家)의 활동이다.메디치 가(家)는 르네상스 시대에 금융업으로 거대한 부를 쌓았다. 축적된 부의 일부를 미켈란젤로와 같은 당대의 예술가들에게 지원함으로써, 기업이 단순히 이윤추구에 급급하기 보다는 사회적으로 상생할 수 있는 대안으로 문화활동 즉 메세나 활동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삼성이 메세나 활동에 전폭적인 지원을 쏟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단순한 이익의 사회 환원이 아니라, 기업의 생존의 차원에서 국민의 문화 경쟁력 향상을 위해 삼성이 선도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는 문화예술 지원 철학을 밝히기도 했다.

삼성의 메세나 활동은 삼성문화재단 주도 아래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문화재단은 삼성미술관 리움, 호암미술관, 로댕갤러리, 삼성어린이박물관 등을 총괄하는 것은 물론, 각종 문화예술 사업 지원 및 예술인재 양성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아울러 삼성전자를 필두로 한 그룹내 각 계열사도 문화예술관련 공연에 스폰서로 나서고 있다.문화재단의 메세나 활동은 미술관 운영, 문화예술진흥사업, 문화예술 인재양성, 해외문화 지원 사업 등으로 나뉘어 진행되고 있다. 첫째, 지난해 10월 서울 한남동에 개관한 미술관 ‘리움’을 포함한 총 4곳의 미술관에서 국보급 미술품을 전시하고 해외 유명작가의 현대미술을 수시로 초청하여 전시하고 있다. 다음은 문화예술진흥사업이다. 크게 국악동요사업, 문화재 보존사업, 미술출판사업 등으로 나뉜다. 어린이들의 정서에 맞는 국악동요를 발굴하기 위해 매년 국악동요 작곡에 관심이 많은 교사 및 일반인을 대상으로 창착국악동요를 공모하는 국악 동요제를 펼치고 있다.

문화교양 계간지 <문화와 나>, <한국의 미술가>, <한국미술> 등의 미술 출판 사업도 문화재단의 몫이다. 국민의 문화적 수준과 교양을 높이기 위해 <문화와 나>라는 계간지를 1년에 4차례 발간해 전국 도서관·공공기관·학교 등에 무상으로 배포하는 활동도 펼치고 있다. 삼성문화재단은 예술인 양성에도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맴피스트(MAMPIST)’ 제도가 대표적이다. 맴피스트는 음악(Music), 미술(Art), 영화(Movie), 연극(Play)의 영문 첫 자와 사람을 뜻하는 접미사 ‘-IST’를 조합해 만든 말이다. 재능있는 젊은 문화예술인을 선발해 2년 과정의 해외교육비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금까지 총 34명의 국외 유학 및 연수를 지원해왔으며, 이들은 현재 한국 예술계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실제로 상반기 최대 흥행작으로 손꼽히는 영화 <말아톤>의 정윤철 감독도 멤피스트를 통해 지원받았다.

뛰어난 재능에도 불구하고, 고가의 악기를 구입할 수 없는 젊은 음악인에게 세계적인 명기를 대여할 수 있게 하는 악기은행을 지난 97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과르넬리와 스트라디바리 바이올린, 가스파로 다살로 비올라, 마테오 고프릴러 첼로 등 5대를 보유하고 있으며, 오주영, 백주영, 트리샤 박, 세종 솔로이스츠 등에게 대여하고 있다. 문화재단 다음으로 메세나 활동을 가장 왕성하게 전개하는 곳이 그룹의 기둥이라 할 수 있는 삼성전자다.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앞으로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는 동안 과학기술과 문명창조의 토양인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이런 문화예술에 대한 애정을 토대로 삼성전자는 전문가와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문화예술 공간에서부터 일반인들이 자칫 소홀히 할 수 있는 분야까지 광범위한 메세나 활동을 펼치고 있다. 유명 문화공연 뒤엔 언제나 삼성전자가 있다는 우스갯 소리가 나올 정도가 됐다.

삼성전자는 문화공연의 인프라 구축을 위한 세종문화회관 무대 제작 지원사업, 고객을 대상으로 한 각종 문화체험 행사, 장애인 등 불우이웃을 위한 공연, 주요 사업장별 지역사회 발전 프로그램 운영, 해외공연 지원까지 국경을 초월한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삼는 게 특징. 삼성전자측은 “단순한 문화예술 후원 및 협찬을 넘어 ‘사회공헌 활동으로서의 메세나’ 역할을 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시각 장애인들의 곁에 앉아 소리와 설명으로 영화를 보여주는 문화행사를 갖고 있으며 동요보급 활동의 일환으로 YMCA와 함께 동요제를 열고 있다. 소외된 지역문화 진흥을 위해 경주 세계문화엑스포를 지원하고 환경음악제를 열어 환경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행사를 가지기도 했다. 올해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인 ‘수원 화성행궁’의 지킴이를 자청, 환경정화와 순찰 등 임직원들이 자발적인 봉사활동에 나서 화제가 되고 있다.

해외시장에선 ‘문화’와 ‘마케팅’을 접목시킨 형태로 활발히 진행된다. 독일에서 문화재 복원사업을 지원하는 문화재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독일의 기념물 보존재단이 2차 세계대전 등을 거치며 훼손된 문화재를 복원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는데, 삼성전자는 이를 적극적으로 후원함으로써 문화재와 브랜드 광고를 접목시킨 신 개념의 공익마케팅을 탄생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러시아에선 ‘문화’를 활용한 이색 프리미엄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러시아에서 가장 유명한 뜨레챠코프 국립 박물관으로 주요 거래선을 초청해 거장들의 작품을 보여주는 행사를 가졌으며, 모스크바 현지에서 열리는 영화제를 후원하기도 했다. 이처럼 삼성은 메세나 활동을 통해 기업 및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부가적인 효과까지 거두고 있는 셈이다. 문화예술지원과 사회공헌 사업에 대한 이건희 회장의 남다른 열정 때문에 삼성의 메세나 활동은 해를 거듭할수록 사업규모가 커질 것으로 삼성측은 전하고 있다.

#기업들 문화마케팅도 ‘활발’
기업이미지 높이기 위해 문화카드 내세워

기업들이 다양한 문화예술지원에 붐을 이루고 있다. 기업이 이윤 추구를 넘어 사회적으로 인정받기 위해 문화체험 행사에 앞장서고 있는 것. 특히 최근에 불거진 안기부의 X파일사건과 두산그룹의 형제의 난 등으로 대기업의 도덕성에 큰 흠집이 나자, 긍정적인 이미지 제고를 위해 ‘문화활동’이라는 카드를 내놓은 것이다. 국내의 문화사업 지원형태 중 가장 흔한 것은 문화재단이다. 현재 국내에는 60여 개가 넘는 비영리 법인들이 설립되어 있다. 이들 문화재단은 공연이나 미술품 전시 등을 주관하거나 해외 유명 예술가를 초빙해 국내 무대에 세우는 등 활발한 메세나 활동을 펼치고 있다.

삼성그룹의 ‘삼성문화재단’, LG그룹의 ‘연암문화재단’, 교보생명의 ‘대산문화재단’, 금호그룹의 ‘금호문화재단’이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LG의 연암문화재단이 설립한 LG아트센터의 경우 620억원을 들여 설립, 매년 수십억원의 적자를 보고 있지만 여전히 고급문화예술 공연을 소개한다는 취지로 운영되고 있기도 하다. 해외기업으론 IBM이 러시아의 에르미타주 디지털미술관의 지원, 이집트 카이로의 문화유적 데이터베이스 구축,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상’ 복원 등 세계의 문화재를 복원하고 각종 문화활동을 지원하는 e-Culture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해외의 유명 박물관을 가보면 대개 유명 기업의 이름이 전시관의 명칭으로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영국 박물관의 ‘코니카 전시실’,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의 ‘도시바 전시실’ 등이 대표적인 경우다. 이처럼 세계에서 이름난 다국적 기업들은 저마다 활발한 문화 사업을 펼치고 있다.


# 삼성문화재단 활동 현황
삼성미술관 리움(Leeum)

- 국내 국보급 전통미술과 근현대미술, 국제 미술을 대표하는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총 3곳으로 이루어진 미술관의 설계는 세계 건축계를 대표하는 마리오 보타(Mario Botta), 장 누벨(Jean Nouvel), 렘 쿨하스(Rem Koolhaas)가 맡아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호암미술관

전통한옥의 본관건물, 한국정원문화를 재현한 2만여평의 전통정원 <희원>, 대마상·사신상 등 프랑스 조각의 거장 부르델의 대형조각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 부르델정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고려국보전, 조선전기국보전, 중국의 명·청회화전, 분청사기명품전 등이 주요볼거리다.

로댕갤러리

19세기 프랑스 조각의 거장 오귀스트 로댕의 걸작품인 지옥의 문, 깔레의 시민을 상설전시. 사진, 설치, 도예 등 중견작가의 다양한 현대미술을 소개하며 로댕길러리 음악회를 개최하고 있다. 삼성 어린이 박물관
국내최초 체험식 어린이 박물관. 어린이가 부모와 함께 참여하여 전시물을 직접 조작하고 실험할 수 있게 800여평의 전시실로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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