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타이어업계의 라이벌인 ‘금호타이어’와 ‘한국타이어’가 최근 레이싱걸을 통해 대리전을 펼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는 모터스포츠분야에 대해 전력투구를 하고 있다. 실제 지난 4월 국제모터스포츠대회의 스폰서 자리를 놓고 진검승부를 펼쳤을 정도다. 이런 가운데 레이싱걸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높아지면서 두 업체가 레이싱걸을 통한 ‘자사 브랜드 알리기’에 나서고 있는 것. 특히 지난 7월 한국타이어 소속의 이선영씨가 인기투표 1위를 차지하자, 금호타이어가 자사 소속인 손보윤씨를 적극적으로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금호타이어와 한국타이어가 ‘섹시’한 경쟁을 펼치는 숨은 사연은 뭘까.

레이싱걸 대결 ‘더 섹시하게~’

한국타이어는 최근 소속 레이싱걸인 이선영씨로 인해 입이 귀에 걸려 있다. 자사 소속 레이싱팀의 메인모델인 이선영씨가 지난달 실시했던 레이싱걸 인기투표에서 1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실제 이씨는 2만5,000여명 정도의 펜 카페 회원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미인대회나 모델 출신의 화려한 레이싱걸과 달리 시각디자인을 공부한 일반 회사원이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더욱 사랑을 받고 있다. 게다가 지난 5월부터는 SBS의 ‘스포츠중계석’을 진행해 선배인 오윤아씨에 이어 방송계진출의 교두보까지 마련한 상태다. 이처럼 이씨의 인기가 올라가면서 한국타이어 역시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이씨의 레이싱걸 모습이 퍼지면서 한국타이어의 브랜드 역시 알려지고 있어서다. 별다른 홍보프로모션을 취하지 않아도 이씨로 인해 자연스럽게 알려지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수치로 환산할 수는 없지만, 상당한 효과를 본 것은 확실하다”며 “올해 ‘레이싱개발팀’이 신규부서로 생긴 만큼 레이싱걸을 포함한 홍보활동에 적극 매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타이어가 레이싱걸을 통해 인지도를 높여가자, 금호타이어 역시 새로운 레이싱걸을 내세우며 인기몰이에 나서고 있다. 금호타이어가 얼굴로 내세우고 있는 이는 손보영씨. 손씨는 패션모델 출신으로 176cm에 달하는 큰 키와 날씬한 몸매를 자랑하고 있다. 특히 그녀는 귀여운 미소로 ‘뽀언니’라는 애칭으로 불리고 있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레이싱걸들은 모터스포츠의 꽃”이라며 “그녀들은 유니폼을 통해 우리회사의 움직이는 광고판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레이싱걸을 통한 인기몰이보다는 타이어 자체의 성능과 기술력으로 승부하자는 게 회사의 입장”이라며 “일부업체에서 행해지고 있는 레이싱걸을 통한 ‘브랜드알리기’와 우리회사의 입장은 다르다”고 한국타이어의 홍보 전략을 직접 겨냥했다. 그렇다면 금호타이어와 한국타이어는 왜 레이싱걸까지 동원해가며 홍보에 주력하고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해 업계는 두 회사가 레이싱걸을 통해 회사 이름을 알리는 한편, 모터스포츠분야의 홍보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단순히 레이싱걸로만 알려지고 있기는 하지만, 그녀들이 입은 유니폼을 통해 회사 브랜드가 알려지고 있으며, 그녀들이 등장하는 모터스포츠대회 역시 자연스레 알려진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타이어 업계에 있어 모터스포츠대회는 상당히 중요하다. 국제적인 대회의 스폰서로 자기 회사가 선정될 경우 부가가치가 높은 최고급 타이어시장에 대한 홍보효과는 물론, 자사의 브랜드를 세계적으로 널리 알릴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양사는 각각 레이싱팀과 레이싱걸들을 운영하고 있다.

애프터셋 타이어시장 진검승부 진행 중

최근에는 타이어업체들의 유통업진출로 홍보에 더욱 각별한 애정을 쏟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타이어프로’란 브랜드로, 한국타이어는 ‘T-스테이션’이란 브랜드를 통해 각각 타이어 소매유통업계에 진출한 상태. 이들 두 업체들은 한해 6,000억원에 달하는 애프터셋 타이어시장(출고 후 교체하는 타이어)을 놓고 벌써부터 진검승부를 진행 중이다. 이로 인해 전문가들은 “유통업계의 특성상 브랜드 인지도가 상당히 중요한 변수”라며 “양사가 최근 광고를 늘리며 공격적인 경영에 나서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점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한편 자동차업계 전문가들은 “금호와 한국의 타이어경쟁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현재 두 업체는 나란히 세계9위를 기록하고 있다”면서 “30년 넘게 라이벌관계를 유지해온 이상 자존심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라도 홍보전은 물론 타이어업계 전반에 걸쳐 경쟁관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타이어 유통업계는 지금 전쟁 중

타이어 3사가 최근 유통전쟁을 펼치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자사가 운영하는 타이어 전문매장 ‘타이어프로’를 올해 76개로 확대키로 했으며, 한국타이어도 새로운 유통망 ‘T-스테이션’의 확장에 나섰다. 넥센타이어도 ‘타이어테크’ 유통브랜드를 내세운 전문대리점을 지난 4월 오픈, ‘타이어 유통전쟁’에 합류했다. 금호는 타이어프로를 내년 초 80개로 확장한 뒤, 별도 분리해 독립법인으로 출범시킨다는 복안이다. 아울러 2008년 상반기 200개까지 확장시켜 국내 타이어 유통시장을 선도해 나간다는 계획.후발주자인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9월부터 ‘T-스테이션’이라는 신규 유통망을 본격 가동한 상태. 아직 금호타이어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빠른 속도로 지점들을 오픈하고 있다. 넥센타이어도 유통망 확장에 소매를 걷어붙였다. 넥센은 ‘타이어테크’라는 유통망을 통해 수도권을 중심으로 세력을 넓혀가고 있다.

국내 타이어시장은 과거 카센터에서 대량 판매하던 구조에서 타이어뱅크 등 대형 할인점 중심으로 급속히 재편된 상황. 하지만 타이어업계가 할인점에 물품을 공급하는 과정에 마진이 낮아지고 가격구조도 왜곡되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타이어업체들이 직접 프랜차이즈 사업에 뛰어든 상황이다.이외에 국내 수입차 수요가 급증하면서 고가 타이어 시장이 확장된 점도 타이어업계의 유통망확장에 어느 정도 작용을 했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제조에만 매달려온 타이어업계가 유통망의 급속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자체 유통대리점 확장에 심혈을 기울이기 시작했다”면서 “업체별로 향후 판매분야를 별도 법인으로 운영하는 것을 목표로 확장에 가속도를 붙일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