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1 부동산대책’의 쇼크가 주택을 보유한 전국민들에게 몰아치고 있다. 일단 이번 정책시행으로 부동산을 보유한 대다수 가계의 세금은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그 중에서도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은 재벌 총수들. 대부분 수십억원대의 대저택을 보유한 이들의 부동산 세금은 당연히 일반인들보다는 높을 것이 뻔하다. <일요서울>은 부동산 세금 전문가 송재용 세무사와 함께 국내 최고가 주택에 사는 회장들이 올 연말 얼마의 부동산 보유세를 낼 것인지에 대해 집중 취재했다. 취재 대상은 지난 5월 정부가 발표한 국내에서 가장 비싼 주택 7곳이고, 세율 적용에 필요한 기준시가는 서울시청 자료를 이용했다. 또 종합부동산세는 여태까지 부과된 적이 없기 때문에 법제처의 법령을 기준으로 근접하게 산출했다. 새로 지정된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는 기준시가가 9억원이 넘는 초호화 주택에 대해서만 일정 수준의 세금을 더 부과하는 제도다. 수 십억원대의 집에 사는 재벌가 회장들은 모두 여기에 해당된다. 특히 종부세는 45억원이 넘는 초호화 주택에 대해서는 세금 부과 비율이 높기 때문에 재벌 회장들에게 부과되는 세금은 더욱 크다.

이건희 회장 이태원 자택 연간 재산세 샐러리맨 연봉과 맞먹어

가장 관심을 모으고 있는 사람은 한국에서 가장 비싼 집에 살고 있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다. 그는 국내 최대 재벌그룹의 총수답게 올해 부동산 세금이 어마어마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장은 현재 본인이 살고 있는 이태원동 자택과 고 이병철 회장의 장충동 자택을 소유하고 있다(장충동 자택에 거주하고 있지는 않지만 등기부등본상으로 소유주다). 그의 이태원동 135번지 자택은 기준 시가가 74억8,000만원이고, 장충동 자택은 65억8,000만원이다. 실거래가 이뤄지지는 않지만, 기준시가가 실거래가의 80%라는 점을 감안하면 두 집의 가격은 200억원에 육박한다. 올해 그의 이태원동과 장충동 자택에는 재산세가 각각 1,846만원과 1,619만원이 부과될 예정이다. 하지만 이 회장이 실제로 내야하는 재산세는 이보다 많다.

단순 재산세 이외에 도시계획세(340만원), 지방교육세(221만원) 등도 함께 부과되기 때문이다. 올 연말 이 회장이 두 집을 보유한 데 대해 내야하는 재산세는 총 5,213만원이다. 세부적으로는 이태원 자택 2,777만원, 장충동 자택 2,436만원이다. 이 회장이 올해 이사를 왔기 때문에 전년도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그가 납부해야할 세금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올 연말부터는 종합부동산세도 내야한다. 현재 종부세의 세율은 5억5,000만원 이하의 주택은 과세지표의 0.01%, 5억5,000만원에서 45억5,000만원까지는 0.02%, 45억5,000만원 이상의 주택은 0.03%다. 비싼 주택일수록 세금이 많이 부과된다. 이를 기준으로 계산할 때, 이 회장에게는 두 자택에 각각 1,500만원 이상이 부과될 것으로 보인다. 상한선 제한제도가 없다고 가정할 경우(이하 이렇게 가정한다.) 이 회장은 올 연말, 집 2채에 대해서만 1억원에 가까운 세금을 물어야하는 것이다.

정몽구 회장, 두 집주인으로 보유세 ‘더블’

정몽구 회장도 올 연말 호주머니가 조금 가벼워질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현재 본인이 거주 중인 한남동 1-3XX번지 자택과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청운동 자택을 법적으로 소유하고 있다. 지난 5월 정부가 발표한 시가에 따르면 한남동 자택의 공시지가는 26억7,000만원, 청운동 자택은 22억8,000만원이다. 정 회장의 한남동 자택은 단순히 면적만으로는 재벌 총수들 집 중에서 가장 넓은 340평이다. 지난 2004년 1월1일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토지 가격만 23억원. 지난해 정 회장에게 부과된 재산세는 580여만원이 조금 넘는다. 그런데 올해 정 회장은 이보다 4배 정도 비싼 세금 고지서를 받을 예정이다. 그의 한남동 자택에는 재산세 641만원, 도시계획세 200만원, 지방교육세 128만원 등 총 970만500원이 부과될 예정. 종부세는 약 1,300만원선으로 추산된다. 결국 정 회장은 이번 부동산 세제 개편으로 인해 지난해보다 4배나 많은 2,400여만원 정도의 세금을 부과 받는 셈이다. 정 회장이 살지 않는 고 정 명예회장의 자택에도 재산세 820만원 등 1,500여만원의 세금이 부과된다.

현정은 회장, 전년보다 4배 더 낼 듯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도 만만치 않게 세금을 내야할 것으로 보인다. 현 회장은 지난 2003년 8월, 남편인 고 정몽헌 현대아산 의장의 소유였던 성북동 자택을 상속받았다. 현 회장의 자택은 45억4,000만원으로 감정됐다. 그가 이 성북동 집 한 채를 보유한 것으로 내야하는 세금은 2,000만원 이상이다. 올 연말 재산세 1,109만원, 도시계획세 340만원, 지방교육세 221만원 등 총 1,671만원의 보유세와 1,100만원선의 종부세가 물려질 것이기 때문. 그가 지난해 낸 재산세 400여만원보다 4배가 넘는 수치다.종로구 가회동에 있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초호화 주택도 상황은 비슷하다. 김 회장의 가회동 자택의 기준시가는 39억9,000만원으로 발표됐다. 이 집에 대해 종부세를 제외한 재산세만 1,500만원에 육박한다. 40억원 저택에 해마다 매겨지는 재산세가 1,500만원이다. 종부세까지 계산하면 3,000만원에 가깝다. 올 연말 김 회장에게는 가회동 자택 재산세로 1,465만원이 부과될 예정이다. 집에 대한 재산세 971만원과 각종 지방세 500여만원을 포함한 금액이다. 효성家 조욱래 회장의 집도 성북동에서 최고가 주택 중 한 곳이다. 조 회장은 성북동 145-XXX 번지에 360평 규모의 저택을 갖고 있다. 그의 집은 기준시가로 25억원. 그에게도 올 연말 총 1,000만원의 재산세가 부과될 전망이다.

구본무 회장, 이명희 회장도 보유세 1,000만원대

구본무 LG그룹 회장과 이명희 신세계 회장,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도 예년보다 훨씬 세금을 많이 낼 것으로 보인다. 구본무 회장의 한남동 726번지 자택(기준시가 18억4,000만원)에는 1,300여만원의 보유세가, 이명희 회장의 한남동 733번지 자택(기준시가 20억7,000만원)에는 1,400여만원의 세금이 부과될 것으로 보인다. 김준기 회장의 한남동 733번지 자택(기준시가 18억7,000만원)에도 1,300여만원의 보유세가 부과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현행법에 세금 부과 상한선 제도가 있기는 하지만, 국내에서 가장 비싼 주택에 사는 재벌 총수들은 이번 부동산 세제 개혁으로 인해 최소 3배 이상 세금을 더 내야하는 것이다.

# 재산세 vs 종합부동산세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의 차이는 뭘까. 정부가 올해 보유 세제를 전면 개편한데 이어, 종합부동산세를 강화해 혼란이 일고 있다. 우선 재산세는 각종 건축물, 선박 및 항공기의 소유에 대해 그 소유자에게 부과하는 조세로 지방세다. 매년 7월과 9월 두 번에 걸쳐 부과된다. 재산세는 전 과표구간에 걸쳐 계산되는데 ▷4,000만원 이하는 0.15%, ▷4,000만원 초과~1억원 이하 0.3% ▷1억원 초과는 0.5%다. 과표란 기준시가의 50%를 말하는데, 오는 2006년부터는 기준시가의 70%로 상향 조정될 방침이다. 재산세의 세액은 과표에 세율을 곱하면 된다. 반면 종합부동산세는 일정 기준을 초과하는 토지와 주택 소유자에 대해 국세청이 별도의 누진세율을 적용해 부과하는 세금. 올 초 처음으로 제정됐으며, 매년 12월15일 고지된다. 주택의 경우는 국세청 기준시가 9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빌딩과 상가 등은 공시지가가 40억원을 넘는 경우 부과된다. 한 때 재산세와 종부세의 부과를 두고 법에 저촉되는 것이 아니냐는 ‘이중과세’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건희 삼성일가 이태원 땅, 1년 새 35억 올랐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일가는 용산구 이태원동에 땅 2,000여평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이곳의 땅값이 1년 사이에 35억원 이상이 상승한 것으로 밝혀졌다. 건교부의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지난 2004년 1월1일 이 씨 일가의 땅 보유 가격은 약 112억원 가량. 하지만 2005년 1월1일 이곳의 가격은 148억4,000여만원으로 훌쩍 뛰어올랐다. 이건희 회장은 이태원동 135번지 일대에 땅 500여평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04년1월1일 이 땅의 공시지가는 31억9,000여만원. 하지만 1년 뒤인 2005년 1월1일 이 땅의 공시지가는 37억5,000만원으로 평가됐다. 이 회장의 부인 홍라희씨는 이태원동 135번지 일대에 땅 430여평을 보유하고 있다.

이 땅은 지난 2004년 1월 25억원 안팎이었으나, 올 초 34억원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이 회장의 장녀인 부진(신라호텔 상무)씨는 135번지에 415평을 갖고 있고, 차녀 서현(제일모직 상무보)씨는 190여평을 갖고 있다. 부진씨가 소유한 땅은 1년 만에 5억, 서현씨는 2억원이 각각 올랐다. 이건희 회장의 장남 재용(삼성전자 상무)씨는 이태원동 101번지 일대에 450여평을 갖고 있다. 지난 2004년 1월1일 이 땅의 공시지가는 28억원선. 올 초에는 32억7,000여만원을 기록했다. 이로써 삼성가의 이 씨 일가는 1년 만에 땅 보유 금액이 35억원 가량 상승했고, 토지 보유세만 1억원 이상을 납부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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