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구조 개편' 법원행정처 일방 추진 적절치 않다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전국법관대표회의는 10일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3차 임시회의에서 "사법행정권 남용을 방지하고 법관의 독립을 충실하게 보장하기 위해 현행 사법행정구조에 대한 전면적인 개편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날 회의에는 재적인원 118명 중 108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현재의 법원행정처를 폐지해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대신 조직을 사법정책 및 사법행정에 관한 의사결정을 하는 회의체와 그 결정사항을 집행하는 집행기구, 대법원을 운영하는 조직인 사무국으로 분산해야 한다는 내용을 의결했다.

또 법관의 인사에 관한 심의기구를 별도로 설치할 필요가 있고 이는 다른 사법행정을 담당하는 기관과는 독립된 기관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기관인 대법원을 운영하는 조직과 사법행정 집행기구는 인적·물적으로 분리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특히 집행기구에는 상근 판사를 두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 법관대표는 상근 판사들이 기존에 하던 역할 등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배제하거나 필요하다는 의견도 냈지만, 조직이 분리되면 집행기구에 상근 판사는 필요 없다는 데 다수 의견이 모였다.

법관대표회의는 "사법행정구조 개편 내용을 법률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되 대법원규칙의 제·개정을 통해 실시 가능한 사항은 내년 법관 정기인사 시기에 맞춰 조속히 시행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사법행정구조 개편을 법원행정처에서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의견도 냈다. 법관대표회의가 추천하는 법관과 외부위원 등이 참여하는 별도의 추진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은 현재 대법원이 추진하고 있는 개편안과 유사하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대법원 특별조사단 조사결과 발표 직후 대법원과 법원행정처 조직을 인적·물적으로 완전히 분리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발전위원회'도 지난달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사법행정 총괄기구로 사법행정회의를 설치하는 방안 등을 대법원에 건의했다.

법관대표회의 관계자는 "법관대표들이 법원행정처 개편의 필요성에 대해 대체로 공감했다"며 "사법행정권 남용이 관련 당사자 개개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조직이나 제도의 문제일 수 있다는 공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검찰이 진행 중인 '재판거래' 의혹 등 사법행정권 남용 수사와 관련해선 이날 회의에서 별도 논의가 있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법관대표회의는 고등법원장과 지방법원장을 각각 고등법원과 지방법원 소속 법관 중에서 보임을 해야 한다는 이원화 방안을 의결했다. 기존에는 고등 부장판사들이 기수에 따라 지방법원장에 보임됐지만, 고등법원과 지방법원을 분리해 법원장을 임명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들은 이 같은 원칙에 따라 "내년에 2~3개 지방법원장을 임명해야 하고 인사여건을 고려해 이를 점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법원장 보임에 소속 법관들의 의사가 적절한 방법으로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호선 등 구체적인 방법을 두고는 의견이 엇갈려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다음 법관대표회의는 오는 11월 정기회의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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