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측이 정부에 제출한 내부감사 보고서에 김윤규 현대아산 부회장의 개인비리가 상세히 공개되어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감사보고서가 ‘김 부회장의 재기’조짐이 보이는 미묘한 시점에서 노출되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대북비즈니스 전문가들은 공히 감사보고서의 파문으로 김 부회장의 재기는 물 건너갔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는데….

김윤규 ‘죽이기’인가?

김윤규 현대아산 부회장이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현대측이 공개한 감사보고서에 김 부회장의 개인 비리가 낱낱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일요서울이 이미 보도한(본보 591호 8월 28일자) 비리가 고스란히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일요서울은 김 부회장의 개인 비리로 인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마찰을 겪게 됐고 결국 김 부회장이 대북사업에서 손을 떼고 일선에서 물러나게 된 것이라는 보도를 했다. 그리고 김 부회장이 ‘팽(烹)’당한 개인 비리에 대해 ‘옥류관·온정각 시설 분양에 대한 특혜분양’과 함께 ‘개인적인 비자금 조성문제’, ‘개성공단 매점관련 특혜의혹’, ‘북한 사업소에서의 외화 밀반입’등을 비중 있게 다뤘다(본보 595호 9월 29일자).

‘김윤규 X파일’ 실체는

현대아산 내부감사 보고서를 통해 드러난 김 부회장의 비리 가운데 일요서울이 보도한 내용이 모두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에 밝혀진 현대그룹 내부보고서에 따르면 김 부회장이 북한 측의 금강산사업 회사인 ‘금강총회사’에 지급한 공사비 등을 장부에 허위 기재하는 등의 방법으로 76만2,000달러(내부 감사보고서 추정액 8억6,400만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04년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11억2,200만원의 비자금을 조성해온 사실도 드러났다. 비자금 조성과 함께 금강산 부대시설인 온정각과 제2온정각, 기타 숙박시설을 친지나 지인들에게 특혜분양한 것도 밝혀졌다.

김 부회장이 금강산 옥류관 공사를 할 당시 지인(知人)들로부터 사업비 40억~50억원을 투자 받으면서 지분 20%를 받았다가 감사에서 적발돼 모두 반환하기도 했다. 김 부회장은 이 밖에 개성공단 복지회관 건립 등 다른 경협사업을 추진하면서도 각종 공사 등에서 특정 업체를 지원한 사실이 밝혀졌다. 김 부회장은 아울러 북한사업소에서 벌어들인 현대아산의 외화 10만~20만달러를 수시로 밀반입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고 현대그룹 관계자는 밝혔다. 이 관계자는 “금강산 골프장을 건립하는 과정에서 관련 업체로부터 떡값 명목의 자금을 받았고, 자신의 장남이 간여한 G여행사에 금강산 관광객 모집 업무를 맡기는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한 내용이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감사보고서 유출 배경은

그동안 김 부회장의 비리에 대해 함구했던 현 회장이 감사보고서를 유출한 배경은 뭘까. 가장 큰 이유로 정체되어 있는 대북사업의 돌파구로 ‘김 부회장의 비리공개’라는 카드를 낸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사실 북한측은 현대아산의 공식적인 대북라인과 접촉을 기피하는 등 김윤규 라인에 대한 강한 집착을 보였다. 이젠 김 부회장의 혐의가 명확하니 북측은 더 이상 김 부회장에 집착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내기 위함이라는 것이다.김윤규 부활의 불씨를 사전에 밟아버리자는 복안도 깔려 있는 듯 하다. 김 부회장의 복귀설이 끊임없이 흘러나오면서 현 회장을 압박해온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그룹내부적으로 김 부회장에게 우호적인 분위기가 일부 감지되기도 했으며 김 부회장 자신도 “대북사업에서 도울 일이 있으면 돕겠다”는 적극적인 입장을 피력한게 어제오늘 일이다.

대북비즈니스 현정은 손으로

결과적으로 현 회장의 대북사업 주도권이 견고해 질 것이라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개인 비리가 밝혀진 김 부회장이 더 이상 명분을 잃게 됐다는 것. 김 부회장의 복귀를 요구하며 금강산 관광객 숫자를 절반으로 감축하는 등 일방적으로 현대측을 압박한 북한과의 주도권 싸움에서도 일단 승기를 잡았다는 분석이다. 북한사업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북한과의 관계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 지 현재로선 알 수 없다”며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지만 북한도 더 이상 김 부회장의 복귀를 요구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대북 사업이라는 것이 특성상 장기간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바로 정상복구가 되기는 힘들겠지만 점차적으로 주도권은 현정은 회장 손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정동영은 뭐가 되지?
화해 시도 물거품이네!

한때 현대측에 김윤규 부회장의 구명을 촉구했던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입장이 난처해졌다. 정 통일부 장관은 북한의 김 부회장의 복귀를 현 회장에게 전달하며 화해를 시도했던 장본인이다. 하지만 현재 김 부회장의 개인비리가 불거져 나오면서 북한, 김 부회장, 현 회장 사이에서 설자리를 잃은 상태다. 특히 금강산 관광문제 등 현대와 북한간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대화가 정 장관의 중재에도 불구하고 아직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어 겸연쩍은 상태다. 정 장관은 지난 13일부터 평양에서 열린 남북 장관급회담에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리종혁 아태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이 양측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직접 만날 수 있도록 중재했다. 그러나 현대는 아직 북측에 대화요청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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