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직원들이 불안감에 떨고 있다. 지난 6일 하나은행의 최대주주가 외국계 투자전문금융사인 골드만삭스로 변경되면서 하나은행 경영진에 본격 합류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하나은행의 지분 1,300만주를 인수하면서 비상임이사직까지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은행 직원들은 “골드만삭스가 앞으로 하나은행의 경영에 합류하는 것은 아니냐”면서 ‘진로그룹 감원폭풍을 떠올리고 있다. 하나은행 경영진과 골드만삭스측은 “하나은행-골드만삭스의 제휴는 단순한 투자일 뿐, 경영권을 노린 전면적인 M&A시도는 아니다”면서 직원들의 동요를 막고 있다. 금융계에서도 “이번 골드만삭스의 하나은행 투자가 지난 1999년 국민은행 투자때와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며 “전면적인 경영권 접수는 아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하나은행 직원들은 여전히 불안해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역시 투자자들로부터 수익을 목표로 막대한 자금을 끌어들인 이상 이번 투자를 통해 수익 창출을 계획하고 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기 때문이다.

진로그룹 감원폭풍 회자

실제로 골드만삭스의 투자소식이 알려지면서 하나은행 직원들 사이에선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골드만삭스가 과거 투자했던 진로그룹의 감원폭풍이 회자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은행의 한 직원은 “골드만삭스도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이라며 “과거 골드만삭스가 투자했던 진로그룹이나 대한통운이 부서통폐합을 통해 상당부분의 감원이 있었던 전력이 자꾸 떠오른다”고 불안해했다. 골드만삭스는 진로그룹 인수 이후 유휴부동산 매각과 잉여인력 감축, 적자계열사 매각 등을 통해 진로그룹을 단기간에 정상화시켰다. 이후 한국자산관리공사를 통해 매각의사를 표명, 인수대금보다 1조원 이상 차익을 남기고 하이트그룹으로 매각했다. 대한통운의 경우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대한통운은 아직 매각이 되지 않은 상태지만, 물류사업의 지배사업자란 점을 이용, 보유 지분의 가치를 이미 극대화해 놓은 상황이다. 하나은행 직원들도 이런 점으로 인해 골드만삭스의 이번 투자를 썩 달갑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 선진금융기법 전수란 골드만삭스의 명분으로 인해 하나은행에 감원과 감축이 불어올 수 있다고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나은행측은 직원들의 이 같은 동요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 하나은행 고위관계자는 “이번 투자는 단순투자목적의 지분이동으로 은행 경영권과 관련된 내용은 비상임이사 자격취득만이 있을 뿐, 다른 목적은 없다”면서 “감원 및 감축 같은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골드만삭스도 언론홍보를 통해 “하나은행의 지분취득은 투자목적”이란 점을 분명히 했다.

감원폭풍에 전전긍긍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골드만삭스-하나은행의 제휴를 놓고 하나은행의 또다른 목적을 주시하고 있다. 이들은 지주회사출범을 앞두고 있는 하나은행이 앞으로 야기될 수 있는 ‘오버행’(지주회사법상 지분 이동은 6개월 이내에 모두 마쳐야 하는데서 발생하는 잠재매물 부담)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골드만삭스의 손을 잡았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하나은행은 이 같은 업계의 시각을 어느정도 인정한 상태. 하나은행 관계자는 “하나은행을 지주회사 출범을 위해 자회사인 대한투자증권, 하나I&S, 하나금융경영연구소를 지주회사로 이관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주식 1,651만주를 받을 예정”이라며 “하지만 이 지분을 지주회사법상 6개월 내에 매각해야 하는데 이 잠재매물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 “외환銀·LG카드 기다려라”

골드만삭스와 손을 잡은 하나금융지주(연내 출범 예정)가 대형매물로 풍년을 맞은 인수·합병(M&A)시장의 새로운 세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하반기 최대 매물 중 하나로 일컬어지는 외환은행과 LG카드에 하나은행이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는 오는 12월 출범하는 하나금융지주 주식 1,300만주를 사들이고, 종전 보유했던 하나은행 주식 500만주(2.7%)를 지주사 주식으로 전환하면 전체 지분율이 9.4%로 올라가게 된다. 이럴 경우 현재 하나은행의 1대 주주인 싱가포르 국영 투자회사인 테마섹은 2위로 밀려나고, 골드만삭스가 단일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하나-골드만삭스’의 제휴가 국내 금융권M&A 시장을 겨냥, 외환은행과 LG카드 인수를 노리고 있다고 경계하는 눈치다. 실제 김종열 하나은행장은 올초부터 “외환은행을 단독인수하기보다는 외국계 투자자와 제휴를 맺어 인수에 나설 것”이란 의사를 밝힌 상태. 특히 골드만삭스의 막대한 자금력과 M&A 업무에 자문을 받을 경우, 외환은행 인수에 유리한 고지에 올라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LG카드 역시 하나은행이 내심 노리고 있는 M&A 매물. 하지만 LG카드의 경우 주식가치가 거품이 있다는 업계의 지적으로 인해 외환은행 인수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란 게 금융계전반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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