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소수의 부자들만이 타는 차라고 여겨지던 수입차에 대한 편견이 바뀌고 있다. 여전히 1억원대는 물론 10억원대에 이르는 최고급 럭셔리카가 즐비하지만, 지난해부터 수입차업계가 ‘저가경쟁’에 뛰어들면서 이 같은 인식이 변화하고 있는 것. 지난해 말부터 새롭게 출시되고 있는 수입차들의 가격은 대부분 2,000~3,000만원대. 벤츠, BMW, 렉서스 등 고급형 유명 명차로 대변되는 수입차업계가 혼다, 다임러, 폴크스바겐 등의 공격적인 국내진출로 다변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타고 다닐만해진 수입차들. 3,000만원대 엔트리카로 대변되는 저가 수입차종들을 살펴본다. 수입차업계의 돌풍이 거세다. 지난달 수입차 판매량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가운데 시장점유율 역시 4%대를 열며 본격적인 수입차 ‘대중화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 9월 수입차 신규 등록대수는 2,935대로 지난해 동기대비 50.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수입차가 국내진출을 시작한 이래 최대 월간 판매량으로 국내시장 판매 비중도 역대 최고인 4.17%를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수입차의 판매량이 이처럼 높아진 것에 대해 국산차와 가격대가 비슷한 저가 수입차들의 출시를 주된 이유로 꼽고 있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의 선택폭이 넓어졌다고 보고 있는 것. 실제 지난해 혼다자동차 진출이후 수입차업계는 3,000만원대 수입차를 잇따라 출시하며 소비자들의 구매욕구를 자극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입차의 점유율이 2002년 1%, 2004년 2%에 이어 단 1년 만에 3%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면서 “수입차 업체들도 대중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수입차시장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일본 수입차, 가격으로 승부한다
3,000만원대 저가 수입차시장을 선도한 업체는 단연 ‘혼다코리아’. 혼다코리아는 지난해 국내 시장 진입과 동시에 3,000만원대 어코드와 2,990만원의 SUV ‘CR-V’를 출시해 1,400여대의 판매량을 올려 수입차업계의 ‘태풍의 눈’으로 자리매김했다. 혼다코리아 관계자는 “국내 진출 당시 노마진 정책을 통해 저가 차량을 출시해 젊은 의사와 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한 타깃 마케팅을 편 것이 맞아떨어졌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전략은 1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2006년형 뉴어코드를 선보였지만, 여전히 3,000만원대(2.4-3,490만원·3.0-3,940만원)의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계 수입차업체들 역시 3,000만원대 저가 차종을 주력으로 수입차업계의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대표적인 업체가 ‘다임러 크라이슬러’. 이 업체는 대표차종으로 불리는 ‘세브링’을 3,450만원(컨버터블 3,590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세브링은 미국시장에서 2002~2003년간 판매1위를 차지한 인기차량이다. 이외에 다임러는 ‘PT크루저카브리오(2,990만원)’와 4륜구동 차량인 ‘지프랭글러(3,590만원)’를 판매하고 있다. 특히 PT크루저는 지난해 3,290만원에서 2,990만원으로 가격을 밑으로 내려잡았다. 포드코리아의 인기차량인 ‘몬데오’도 2,890만~3,780만원으로 저가수입차시장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또한 이 업체의 3,000cc급 SUV인 이스케이프 역시 3,000만원대이며, 올해 출시한 ‘파이브헌드레드’는 3,880만원으로 저렴하다. 포드 관계자는 “프리미엄급 세단이면서도 가격이 3,000만원대로 책정돼 국내 대형차 업체와도 경쟁력이 있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미국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GM 역시 프리미엄 브랜드인 ‘사브9-3’를 3,990만원으로 책정해 저가시장에 진입한 상황이다. 유럽수입차 ‘우리도 저가경쟁’
미국업체들과 일본업체들이 국내 수입차 시장을 놓고 저가정책을 통해 인기를 모으자, 유럽업체들 역시 3,000만원대로 낮은 가격을 책정하며 저가 수입차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유럽업체 중 저가수입차 시장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업체는 독일의 ‘폴크스바겐’. 이 업체는 ‘뉴비틀-3,170만원’과 ‘뉴골프-3,210만원’, 뉴‘보라-3,340만원’, ‘뉴파샤트-3,990만원’ 등 대표차종 3종을 모두 3,000만원대로 책정해 가장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기존 1,800cc터보가 4,120만원이었지만, 지난 12일 출시된 2,000cc급 뉴파샤트를 3,990만원으로 잡을 정도로 가격을 대폭 내린 상태다.프랑스의 국민자동차업체인 ‘푸조’ 역시 대중화를 컨셉트로 개발된 ‘206cc-3,130만원’을 주력으로 삼아 3,000만원대 수입차 시장의 돌풍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푸조의 206cc는 2인승 전동식 하드톱을 채택해 스포츠카의 매력이 물씬 묻어나는 차종으로 상반기 20~30대들에게서 인기를 끌었다. 푸조 관계자는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스포츠카의 매력은 절대 부족하지 않아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이밖에 고급명차로 불리는 BMW그룹의 소형차인 ‘미니S(3,300만원), 쿠페(3,800만원)’는 깜찍한 디자인의 합리적인 가격으로 500여대 이상이 팔려나갔으며, 3개월 이상 예약이 밀려있는 상태다. <서종열 기자 >snikers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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