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업계의 메카로 불리는 서울 동대문의 터줏대감 ‘프레야타운(현 청대문)’이 다시 소유권 분쟁에 휩쓸려 논란이 일고 있다. 프레야타운의 주인은 현재 소유자인 프레야R&D(대표 김삼영). 하지만 프레야R&D가 지난 7월에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인 KD파트너스(대표 문홍성)와 총 100억원의 투자계약을 맺으면서 프레야타운의 지분을 KD파트너스측으로 넘겼다. 이와 관련, KD파트너스는 생보부동산신탁에 신탁등기까지 마친 상태. 그러나 거평그룹 부도이후 프레야타운을 실질적으로 관리해왔던 임차인연합회(의장 배관성)가 “나승렬 전 거평그룹 회장이 KD파트너스를 통해 상가 소유권을 불법적으로 강탈하려 한다”며 반발하고 나서면서 프레야타운의 소유권 분쟁이 복잡하게 꼬이고 있다.

실제 지난 11일에는 검찰이 프레야타운에 대해 압수수색에 나서는 등 프레야타운의 앞날은 한치 앞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프레야타운은 거평그룹 부도 이후 배관성 의장을 중심으로 한 임차인연합회가 관리권을 쥐고 운영해 왔다. 이후 지난 5월 임차인연합회는 프레야R&D가 소유한 프레야타운 지분 인수를 추진했으나, 잔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되면서 소유권을 넘겨받지 못했고, 이 과정에서 투자전문회사인 KD파트너스가 7월 프레야R&D를 인수하면서 ‘프레야타운 소유권분쟁’이 촉발됐다. 당초 임차인연합회는 건물 리모델링 후 임차인들에게 저렴하게 분양한다는 계획이었다. 반면 KD파트너스는 프레야타운의 임차보증금 등 부채를 모두 청산한 뒤 재분양한다는 계획이어서 양측이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주목된다.

프레야타운 ‘소유권 쟁탈전’

업계에 따르면 프레야타운은 지난 1998년 거평그룹 부도 이후 소유주였던 프레야R&D가 아닌 프레야타운 임차인연합회를 통해 관리와 운영이 이뤄져왔다. 그러나 지난 7월 KD파트너스가 프레야타운의 지분 70%를 보유한 프레야R&D(구 거평산업개발)를 인수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KD파트너스가 프레야R&D의 사명을 KD알앤디로 변경하면서 프레야타운에 대한 관리권과 운영권 회복을 시도한 것. 이로 인해 소유권 이전을 기대해 왔던 임차인연합회측과 KD파트너스간의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KD알앤디는 일단 프레야타운에 설정된 부채를 일괄 탕감해 경영권을 회복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먼저 임차인들의 보증금 전액인 1,945억원을 돌려주고, 금융기관에 설정된 부채 1,400억원을 일괄 변제한다는 입장이다.

KD알앤디 문홍성 대표는 언론보도를 통해 “임차보증금이 반환되면 관리권 양여양수계약서에 의해 임차인연합회가 중심이 된 프레야타운 관리회사의 관리권 및 점유권이 자동적으로 무효화된다” 면서 “부채 변제 후 잔여 리모델링 공사를 마무리한 후 재분양할 예정이며 기존 임차인들에 대해서는 할인 등 우대 및 위로정책을 시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배 대표이사가 중심이 된 상가임차인연합회는 “프레야R&D가 KD파트너스에 소유권을 넘긴 것이 임차인과의 청산합의 약속을 무시한 이중계약”이라며 “법정 대응을 준비하겠다”고 반발하고 있다. 연합회는 “가등기됐던 소유권을 본등기화하는 과정에서 등기부상 소유자인 프레야 R&D가 주식을 100억원에 매입하라고 요구해 지난해 12월 주식매입계약을 체결했으며, 100억원 가운데 60억원을 지불하고 40억원은 분양대금에서 공제하기로 약정했다”면서 “그런데 프레야 R&D측이 계약을 어기고 KD측에 소유권을 넘겼다”고 설명했다.

특히 연합회측은 “소유권을 넘겨받은 KD측이 나승렬 전 회장의 측근이기 때문에 사실상 나승렬 전 회장이 KD를 통해 프레야타운을 강탈하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KD파트너스는 “우리는 프레야타운의 전 사주인 나승렬과 전혀 무관하며 만약 전 사주와 연관(지분관계 및 경영권 등 일체에 대해)이 있을 경우 지금까지의 당사의 모든 권한을 포기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오히려 배관성 의장을 포함한 임차인연합회 집행부가 설립한 ‘관리회사 프레야타운’이 ▶관리비 및 월임대료 약 2억원 ▶주차관리비 월 약 5억원 등 총 590억원을 7년 동안 임의로 사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KD파트너스는 “프레야타운 소유권은 지난 2004년 12월 임차인연합회 배 의장이 5명의 차명주주를 내세워 100억원에 매수하기로 하고 계약금 60억원을 지불했으나, 결국 잔금을 지불하지 못해 계약이 해지됐다”면서 ”계약파기에 따라 KD파트너스가 프레야R&D를 인수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청계천 효과로 가치 1조원대

임차인연합회와 KD파트너스가 프레야타운을 놓고 소유권을 벌이는 데에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프레야타운의 가치가 부채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느 쪽이 차지하든 부채만 청산하면 엄청난 이익을 챙길 수 있다. 현재 프레야타운의 부채는 총 3,300여억원(금융부채 1,400억원·임차보증금 1,945억원)이다. 여기에 최근 진행되고 있는 리모델링비용 500억원 역시 부채로 잡힌다. 그러나 프레야타운 건물 시가는 1조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당초 7,000억원 선이었으나 청계천 개발호재로 인해 1조원 전후로 치솟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따라서 부채청산 이후 재분양할 경우 3,000억∼6,000억원의 이익금을 챙길 수 있게 된다.한편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는 지난 11일 임차인연합회 사무실을 수색, 상가 운영 관련 회계장부와 컴퓨터 하드웨어 등을 압수했다. 검찰은 또 임차인연합회가 주장하는 프레야타운 설립자 나승렬 전 거평그룹 회장의 횡령재산 은닉 등 비리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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