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친 데 덮쳤다. 핵폭탄(8·31 부동산 종합대책) 공격에서 살아남았다고 해도 수류탄(금리 인상)에 확인 사살되는 격이다.”“세금 폭탄이 투자용 부동산 매수세를 끊어 놨다면 금리 인상은 실수요자들의 매수세까지 옥죄고 있다.”한국은행의 콜 금리 인상 직후 부동산 시장이 다시 움츠러들었다. 8·31 부동산 종합대책 여파가 가시기도 전에 금리 인상 ‘태풍’이 밀어 닥친 셈. 연이은 폭격에 부동산 시장은 언제 깰지 모를 겨울잠에 들어갔다. 과연 부동산 불패 신화는 깨질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양도세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1가구 1주택자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제 아파트, 주택 투자로 대박을 내기란 어려워 보인다. 모든 부동산 시장의 가격 하락을 전망하는 건 물론 아니지만, 적어도 과거와 같이 다주택 보유를 통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길은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금리인상은 부동산 시장 위축으로

일단 초저금리 시대에서 벗어나 당분간 금리가 오를 것으로 예상하는 게 대세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10월 초 한국은행이 단행한 0.25%의 콜금리 인상을 금리 상승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금리가 오르는 데 부동산 시장은 왜 위축될까. 이 구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금리와 부동산의 관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 2000년 이후 금리가 급격히 하락하면서 부동산 시장은 부동자금 증가와 이자 비용 감소에 따라 급등했다는 사실 역시 염두에 둬야 한다. 국내 주택 시장에서 금융권 대출을 끼지 않고 부동산 매수에 나서는 경우는 거의 없다. 여윳돈이 철철 넘친다고 하더라도 5%대의 낮은 대출 금리로 거액의 부동산 담보대출을 밑천 삼아 부동산 매수에 나서는 게 보통. 부동산 가격이 연 5% 이상 상승해 이자 비용 이상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부동산 시장은 IMF 외환위기 때와 같은 특수한 시기를 제외하면 금융비용 이상의 수익률을 투자자들에게 안겨줘 왔다. 그러나 8·31 부동산 종합대책 여파에 따라 부동산 투자에 따른 기대 수익률은 낮아졌고 금리 인상 요인에 따라 대출에 따른 이자 비용은 더 많아지게 된다. 0.25%의 금리 인상이 큰 폭의 이자비용 증가를 가져오는 건 아니지만 부동산 매수세를 위축시킨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전달하기에는 충분한 수준이다. 고종완 RE멤버스 대표는 “콜금리 상승이 대출 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대출을 끼고 집을 사야 하는 실수요자들의 매수세마저 끊어 놓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금리가 오르면서 주택 시장이 급락한 건 선진국 사례에서도 여지없이 볼 수 있다. 강남 아파트보다 더 많이 올랐던 호주 시드니 지역 주택 가격은 호주 중앙은행이 연거푸 0.5%의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20% 가까이 하락하기도 했다.

국내 부동산 시장과 가장 유사한 패턴을 보여온 일본의 금리 인상과 부동산 시장 급락 사례도 있다. 일본의 콜금리는 지난 87년 2.5%로 인하되면서 부동산 시장 거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90년에는 6%까지 인상되면서 일본 부동산 시장은 급락했다. 금리 인상이 부동산 시장 하락을 초래하고, 부동산 시장 하락이 금융권 부실과 경기 침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거쳤다. 최근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일본은 91년부터 10년 동안 주택은 최고 60%, 상업지는 80%까지 폭락하기도 했다. 그만큼 금리 상승은 부동산 시장의 흐름 자체를 바꿔 놓을 수 있는 변수로 꼽힌다. 얼마나 더 떨어질지에 대해 논한다는 건 큰 의미가 없다. 정답은 아무도 모른다. 다만 과거 부동산 가격 사이클이 10년을 주기로 움직이며 4년 상승, 2년 보합, 4년 약세를 보여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적어도 현시점은 보합, 약세로 접어드는 초입이다. 8·31 부동산 종합대책과 금리인상에 따른 효과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무주택자, ‘시간은 우리 편이다??’

그렇다면 무주택자들은 언제를 내 집 마련의 기회로 삼아야 할까. 대부분의 부동산 전문가들이 “연말 또는 내년 1분기 급매물을 노려도 좋다”는 의견을 내 놓고 있다. 그러나 증권사 시황 전망이 항상 장밋빛인 것처럼 부동산 종사자들의 ‘기대 섞인’ 전망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반대로 과거에는 찾아보기 힘들던 비관론, ‘굳이 내 집 마련은 2006년 상반기까지는 할 필요가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얘기. 김은경 스피드뱅크 팀장은 “다주택자들의 보유세와 양도세 중과가 현실화돼 시장에 매물이 나올 때까지 무주택자들이 서둘러 매수시기를 저울질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2001년~2005년 상반기까지가 부동산 시장이 매도자 위주의 상승시장이었다면 현재부터는 매수자 위주의 조정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칼자루는 파는 사람이 아닌 사는 사람이 쥐게 됐고 시한폭탄을 들고 있는 사람 역시 매도자다. 부동산 불패 시장 논리를 내세우는 부동산 업계 종사자들의 말 보다는, 어쩌면 건전한 상식에 기반해 주택 시장을 봐야 하는 시점에 왔는지도 모른다.

# 청계 1가, 6가 쨍쨍 3가먹구름

8·31 부동산 종합대책 이후 부동산 시장에 부는 가장 큰 변화는 상가, 오피스텔과 같은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매수세 증가다. 세금 부담에서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청계천 복원과 함께 새 단장을 마친 청계천 상권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청계천 복원에 따른 유동인구 증가는 주변 상권을 웃음 짓게 하고 있는 게 사실. 그러나 내용을 자세히 뜯어보면 청계1가~2가까지의 오피스 상권과 6가 일대의 패션 상권은 웃음짓고 있는데 비해 3가~4가 중심의 공구상가는 고전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실제 오피스를 중심으로 한 청계 1가~2가는 매매가는 물론 상가 권리금, 임대료가 상승 일로에 있다. 동대문 패션타운 일대도 마찬가지. 그러나 공구상가는 매매가는 오르는데 비해 권리금, 임대료는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 유동인구 증가가 공구 상가 매출 증가로 이어지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영업에는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중장기적으로는 1가에서 시작되는 오피스 상권의 동진(東進)과 6가에서 시작되는 패션 타운의 서진(西進)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청계 1가 기준 평당 5,500만원~ 6,000만원대의 상가 매매가격이 더 상승해 강남 주요 상권 수준에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현 가격대에서 매물만 확보할 수 있다면 다른 부동산 투자 상품에 비해 메리트는 충분히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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