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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위원장은 취임 후 첫 공식 일정으로 단식 농성 중인 난민들을 방문했다. 최 위원장은 난민들의 건강을 우려하며 "단식을 풀어 달라. 한국 사회가 적정한 해결책을 찾겠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13일 오후 이집트 출신 난민 4명이 단식 농성하고 있는 서울 종로구 효자동 치안센터 앞을 방문해 30분간 함께했다. 이집트의 정치적 박해를 피해 한국으로 온 아니스 아흐마드 샤하닷, 무함마드 무나, 자이드 압델레흐만 등 4명은 공정하고 신속한 난민 심사를 요구하며 단식을 지속해 왔다.
 
최 위원장은 "난민 문제뿐 아니라 다른 이슈에서도 이런 단식이 길게 가는 상황은 마음이 아프다"며 "난민문제가 한국사회의 문제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한국사회도 난민 문제를 배워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날로 26일째 음식을 거부해온 자이드씨는 "단식농성이 너무나 힘든 일이란 것을 안다. 하지만 (난민 심사까지) 1, 2년이 걸린다"며 "너무나 많은 고통을 겪으면서 천천히 죽느니 빨리 죽는 게 낫겠다고 결정했다"고 농성을 하게 된 계기를 말했다.
 
그는 "우리가 얼마나 고통받는지 비명을 지르기 위해 단식 중이다. 한국의 모든 난민들이 제도, 정책 문제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며 "굉장히 발전된 문명 법치 국가인 한국의 법무부가 이렇게 어둠 속에서 문을 닫아버린 행태는 한국이란 나라에 걸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또 "우리는 한국을 사랑한다"며 "한국의 역사와 여러 정치적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다. 우리가 이렇게 고통받는 상황에 대해서도 (한국사회가) 이해해주리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단식 중단 요구에 대해 "위원장의 방문은 희망을 안겨준 감사한 방문이지만 단식 중단 여부는 공동으로 논의해 최종 결정하겠다"고 답변했다.
 
그동안 난민 심사 과정의 전문성과 공정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이 꾸준히 대두돼왔다. 난민들은 1차 심사를 받기 위해 길게는 1, 2년을 기다려야 하고 그나마도 면접 과정에서 통역 오류 등의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영선 인권위 사무총장은 "우리 사회도 난민 문제를 포용해갈 시대적 상황에 놓여있다"며 "이런 극단적인 단식에 대해 한국이 응답해야 할 때다. 인권위가 지속적 관심을 갖고 법무부에 공정한 심사를 촉구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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