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위는 백년손님’이라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된 듯하다. 주요 재벌기업들의 경영일선에서 사위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다. 일부 재벌가의 사위들은 오너 2~3세 부럽지않은 지위와 권력을 누리며 경영일선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들 중에는 일찌감치 CEO감으로 낙점, 초고속 승진을 거듭하며 기업의 핵심요직을 배당받거나 장인이 일궈놓은 회사 경영권을 손에 쥐는 ‘행운의 사나이’들도 적지않다.

동양, 오리온 대표적 사위경영체제

사위경영 체제를 실시하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그룹은 동양그룹과 오리온그룹이다. 동양그룹의 창업주인 고 이양구 회장은 아들이 없이 딸만 둘을 두었는데, 생전에 이미 사위경영 체제를 구축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 회장 사후에는 분사를 통해 두 사위들이 주축이 된 경영체제가 완전히 정착됐다. 따라서 이 회장의 맏딸 혜경씨의 남편인 현재현(56) 동양 회장과 둘째딸 화경씨의 남편 담철곤(50) 오리온 회장은 업계에서 가장 대표적인 사위 경영인으로 인정받고 있다.

서울법대 졸업 후 지난 77년 부산지검 검사로 재직하던 현재현 동양회장은 동양시멘트 이사를 맡으면서 본격적인 경영에 뛰어들었다. 한때 동양은 외환위기로 심각한 부채에 시달리기도 했으나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내실경영으로 그룹의 기반을 안정시키는데 공헌했다. 또 조지워싱턴대학 출신인 담철곤 회장은 오리온그룹을 식품과 유통, 엔터테인먼트 등으로 사업군을 확대시키며 저돌적인 경영수완을 발휘하고 있다.

삼성가도 사위들 초고속 승진 중

삼성 이건희 회장의 장남 이재용 상무가 잠시 주춤하는 사이 삼성가 사위들의 행보가 눈에 띈다. 삼성가의 두 사위들은 작년초 단행된 정기인사를 통해 일찌감치 요직에 들어섰다. 이회장의 장녀 부진씨의 남편 임우재(37)씨는 삼성물산 평사원 출신으로 결혼 당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그는 미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삼성전기 상무보로 전격 선임되어 요직에 올랐다. 동아일보 김병관 명예회장의 아들인 김재열(37)씨는 해외 유학코스를 밟은 전형적인 엘리트 출신. 이회장의 차녀 서현씨의 남편으로 제일기획 상무보로 경영에 참여한 이후 2003년 제일모직으로 옮기면서 이듬해 상무로 승진했다.

현대차그룹 사위 3인방 경영 능력 호평

현대차그룹의 사위들도 이미 업계에서는 무시할 수 없는 파워군단으로 자리매김했다. 가장 돋보이는 인물은 정태영(45) 현대카드 사장으로, ‘사위 파워’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정몽구 회장의 둘째 사위인 정사장은 서울대 불문과, MIT대 MBA 출신으로 화려한 경력을 자랑, 재벌사위라는 ‘특권’은 차치하고서라도 전문 경영인으로서 손색이 없다는 평을 듣고 있다. 현대카드를 흑자로 전환시키는 등 눈에 띄는 경영성과를 일궈낸 정사장의 조직활성화 능력에 정회장이 무척 흡족해했다는 후문.

셋째 사위 신성재(37) 현대하이스코 사장은 미국에서 MBA 취득후 1995년 현대정공에 입사해 지금에 이르렀다. 일찌감치 장인의 신임을 얻은 신사장은 2001년 현대하이스코 이사, 2002년 전무, 2003년 부사장을 거치는 등 초고속 승진으로 주목을 받았다. 보통 샐러리맨들이 사장에 승진하는데는 30년 정도 걸리는데 반해 신사장은 불과 10년밖에 안 걸린 셈. 맏사위인 선두훈 대전 선병원 이사장은 정형외과 전문의지만 의료벤처기업인 코렌텍의 대표를 맡아 경영일선에 뛰어들었다.

신세계, 크라운제과 젊은 사위들 약진

신세계 그룹에서는 문성욱(33) 상무의 약진이 돋보인다. 이명희 회장의 딸 정유경씨의 남편인 문상무는 엘리트코스를 밟은 IT전문가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문상무는 지난 12월말 정기 임원인사에서 신세계 I&C로 영입됐다. 크라운제과 윤영달 사장의 사위인 신정훈(34)상무도 눈여겨 볼만하다. 미국에서 MBA과정을 수료한 뒤 해태제과 인수작업을 주도한 신상무는 지난 1월 해태제과 상무로 입사, 관리재정본부를 맡으며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받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애경그룹은 장남 형석씨가 그룹 부회장을, 차남 동석씨가 애경백화점을 맡고 있어 사위경영 체제가 정착됐다고는 볼 수 없다. 그러나 큰딸 은정씨의 남편인 안용찬(46)씨의 약진이 눈에 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에서 MBA를 마친 안사장은 애경 사장으로 취임한 뒤 채부회장과 함께 그룹의 중추 사업부문인 세제·화학·생활용품 등을 담당하며 각광을 받고 있다.

‘세습경영’ 비판적 시각도

한편, 선대때의 명성을 유지하거나 명가재건을 위해 구원투수로 투입된 사위들도 눈길을 끌고 있다. 창업자 전중윤 회장의 맏사위인 삼양식품 서정호 사장은 ‘우지파동’으로 경영일선과는 떨어진 생활을 했었지만 경영정상화라는 중책을 부여받고 명가 재건에 나섰다. 김상범 이수그룹 회장의 행보도 주목할만하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사위인 김회장은 지난해 지주회사를 출범시키며, 제2도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매일경제신문 창업주 정진기 회장의 사위인 장대환 매일경제신문 대표이사 회장과 SK그룹 최종건 회장의 사위인 박장석 SKC 사장 역시 일찌감치 그룹 경영에 참여, 무난한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오너일가에 든든한 버팀목
최근 주요 그룹들의 사위들은 아들못지 않은 역량을 발휘하며 오너일가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재벌의 딸과 결혼해 회사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사위들은 학력이나 집안배경 면에서 대체적으로 무척 화려하다. ‘결혼도 비즈니스’라는 말이 있듯이 비슷한 배경을 지닌 집안끼리의 혼맥을 통해 기득권을 유지시켜 왔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사위들이 너도나도 경영일선에 뛰어들어 요직을 꿰차고 있는 것에 대한 비판도 있다. 특히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객관적인 검증도 거치지 않은 채 ‘사위’라는 이유만으로 초고속 승진을 거듭하며 경영권을 물려받는 것에 경고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는 ‘친인척 인사’의 전형과 다름없으며 안이한 재벌세습체계를 구축해 결국 경영기반 약화와 재정부실 등 엄청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삼성 S급인사 영입 극비 프로젝트

‘유능한 인재 1명이 1만명을 먹여 살린다’는 이건희 회장의 지론처럼 삼성 경쟁력의 핵심은 인재경영이다. 삼성그룹은 사내 자체 교육 프로그램뿐 아니라 해외 유수 대학과의 산학 연계, 해외지역 전문가 프로그램 등을 통해 글로벌 인재를 육성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삼성의 핵심인재는 글로벌 경쟁력에 뒤지지 않는 최상위 인물로 임원직에 해당하는 S급과 부장·차장급의 A급, 과장급의 H급으로 분류된다. ‘외부 수혈’과 ‘인재 싹쓸이’에 대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삼성은 S급인재의 영입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후문이다. 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은 이회장의 지시하에 올해 100명의 S급인재 영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룹은 S급 인재에게 ‘Acknowledge, Balance, Culture, Development, Environment’로 대표되는 소위 ‘ABCDE’프로젝트를 적용, 임금은 물론 최상의 보상책과 근무여건을 보장하는 계획도 마련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또 참여연대 등의 반발을 우려, 국내 S급 인재 영입을 자제하는 대신 구조본내에서 해외 인재 DB구축에 따른 글로벌인재 영입전담팀을 신설할 예정이라는 소리도 들린다. 나아가 앞으로 2년내에 해외유수인력이 자발적으로 찾아오도록 하는 구조를 갖추는데 전력할 거라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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