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기업인 동양레저가 동양메이저·동양종합금융증권 등 주력 계열사의 지배력을 강화하며 그룹의 지주회사로 부상한 것은 후계구도와 관련이 깊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현재현 회장의 외아들인 현승담이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 비상장사인 동양생명을 통해 그룹지배권을 강화하고 있는 것. 그룹 지배권 강화 전략은 동양생명의 부동산을 매각하고, 그 매각금액을 갖고 금융지주회사인 동양종금증권과 비금융권지주회사인 동양메이저의 주식을 인수하는 방법. 이 과정에서 대주주 이익을 위해 부동산 매각금액을 높게 상정했다는 의혹과 5조원대 동양그룹의 지주회사인 동양생명 지분 50%를 현재현 회장에게 약 6억원에 헐값 매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의혹1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계열사 동원(?)

동양그룹의 대주주 일가 경영권 승계 작업 과정에서 계열사를 동원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지난해 동양레저가 동양메이저·동양종합금융증권 등의 지분 24.6%와 15.2%를 각각 매입했다. 이로써 동양레저는 동양그룹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동양메이저는 동양시멘트, 동양매직, 동양시스템즈 등 그룹내 비금융 계열사 지주회사 역할을, 동양종금증권은 동양생명, 동양파이넨셜, 동양선물 등 그룹내 금융계열사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동양레저는 현재현 회장이 지분 80%를, 현승담(25)이 20%를 갖고 있는 오너 일가의 개인회사나 다름없는 비상장 기업.동양레저의 최대주주인 현재현과 현승담은 그룹의 모든 계열사의 지배권을 확보하게 됐다. 특히 현승담은 부친 현재현 회장에게서 동양레저의 지분 31%를 넘겨받으면 동양그룹 경영권을 자연스럽게 승계할 수 있다.이 같은 경영권 승계를 위해 동양메이저, 동양캐피탈, 동양생명보험 등 계열사가 이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의혹2동양생명보험이 동양생명의 자금줄(?)

동양생명보험이 동양그룹의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혹이 인다. 기업마다 불용 부동산을 매각하는데 반대로 동양생명은 동양레저에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필요가 없는 부동산을 동양레저로부터 매입하고, 다시 동양레저에 20년간 장기 임대하는 과정에서 이런 의혹을 사고 있는 것.동양레저는 지난 2004년 3월 안성 파인크리크 컨트리클럽 인근 부동산을 역시 동양생명에 1,533억원에 팔았다. 이 부동산 매매와 관련하여 일부에선 동양생명이 현재현, 현승담 등 대주주에게 더 많은 이익을 챙겨주기 위해 계약을 변경했다는 의혹이 있었다. 2003년 12월 29일 파인크리크 컨트리클럽 인근 부동산을 1,150억원에 매각키로 공시한 뒤, 2004년 3월 5일 당초 계약금액보다 383억원 더 많게 1,533억 원으로 변경을 했기 때문.이에 대해 동양그룹 관계자는 “계약당시 기타 조항에 보험법 114조에 따라 거래 목적물에 대한 외부감정평가가 진행 중이며, 거래금액은 감정 평가액으로 확정된다고 했다.

외부평가 기관에서 1,533억원으로 평가되어 그 금액을 지급하게 된 것이다”라고 말했다.동양레저는 동양생명에 부동산을 판 대금으로 장내매수 등을 통해 동양종금증권 지분을 사들였고, 지난 2005년 12월 8일 동양종금주식 400여만 주를 동양메이저에서 매수해 동양종금증권의 제1주주가 됐다. 동양레저는 처음 동양종금증권 주식을 장내 매입할 때 목적을 ‘투자’라고 밝혔으나, 지난해 동양메이저에서 동양종금증권 주식을 사들일 때는 ‘경영참가’로 명시했다.동양메이저가 동양레저에 동양종금증권 지분을 처분한 것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조치. 1,430여 만주를 동양레저와 도이체방크,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등에 약 1,160억원에 팔았고 부채상환에 썼다. 부채비율 1,430%대에서 700~800%대로 낮추었다.지난 2005년 5월 삼척 골프장 부지 등을 600억원에 판 뒤 6월초 동양메이저 유상 증자에 참여해 최대 주주가 됐다.

의혹3현재현 회장 동양그룹 지주회사 동양레저 지분 헐값 매입(?)

자본금 10억원으로 지난 91년에 설립된 동양레저는 경기도 안성의 파인크리크 컨트리클럽과 강원도 삼척의 파인벨리 컨트리클럽 등 골프장을 운영하는 레저전문 기업.당초 동양레저의 지분 관계는 동양캐피털이 35%, 동양메이저가 15%, 현재현이 30%, 현승담이 20%였다. 지난 2005년 5월 동양캐피탈은 동양메이저가 가진 동양레저 지분 15% 전량을 액면가인 5,000원씩에 매입하면서 최대주주가 된다. 그 뒤 동양캐피탈은 지난 2005년 12월 8일 그룹의 오너인 현재현 회장에게 동양레저의 지분 50%전량을 6,020원씩 총액 약 6억원에 매각한다.

이로써 현재현은 동양그룹의 지주회사인 동양레저 지분 80%를 소유하여 동양종금증권과 동양메이저를 통해 그룹지배권을 강화할 수 있었다.현재현 회장은 동양그룹의 지주회사 동양레저 경영권을 약 6억원이라는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확보한 셈이다.동양생명은 자본금 10억원이지만 동양종금중권 15.2%와 동양메이저 지분 24.6%를 가지고 자산규모 5조원에 이르는 동양그룹의 실질적인 지배주주 회사이다. 또한 경기도 안성시의 파인크리크 컨트리클럽과 강원도 삼척의 파인벨리 컨트리클럽을 운영하고 있는 회사이다.그러나 동양레저의 총 지분 가치 평가는 약 12억원. 이 같은 회계 법인의 평가를 토대로 동양캐피탈은 5조원대 동양그룹 지주회사 동양레저 지분 50%를 그룹의 오너인 현재현 회장에게 6억원에 매각한다. 한 마디로 초등학생이 봐도 알 수 있는 짜고 치는 고스톱같은 주식매매이다.

동양그룹 관계자는 “캐피탈 지분 50%를 인수한 것과 경영권과 연관시키지 말라. 어차피 동양메이저 지분 50%를 가지고 있어 지배구조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동양생명이 동양레저로부터 부동산을 매입한 것도 법적 하자가 없다. 고객 돈으로 투자 못하게 하는 금산법에도 저촉되지 않았다. 금액문제에 있어 법무법인에서 면밀하게 검토했으며, 적정 회사 주식 평가에서 주가가 6,020원이 나왔다. 때문에 회계 기준이나 세무법상 문제없다”고 해명했다. 또한 5조원 규모 동양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인 동양레저의 주식 가치를 12억원으로 보느냐는 질의에 대해선 “골프장은 회원권으로 운영된다. 회원권 가치는 회원에게 있기 때문에 주식 총액규모가 12억원으로 나온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이은정 회계사는 “비상장 기업을 통해 그룹의 지배구조를 만드는 대기업의 행태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한마디로 대주주 몰아주기 행태이다. 절차상 문제는 주가의 적정 가격에 대한 것이다.

그러나 주가가 저평가된 것에 대해선 동양레저가 비상장사라서 상법상 현행법으론 어쩔 수 없다. 또한 자본 잠식 상태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적정 주가를 정하는데 어려운 점은 있다. 단순하게 생각해도 5조원 규모의 동양그룹이 실질적인 지주회사이며, 동양종금증권과 동양메이저의 최대주주로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동양레저 주가를 6,020원으로 정한 데는 문제 소지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법률적 잣대보다는 다만 기업의 도덕성이나 투명성에는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다.5조원 규모의 동양그룹의 지주회사인 동양레저 주식 50%를 현재현 회장이 동양캐피탈로부터 6억원에 매입한 것은 특혜라는 게 일반적인 의견이다.팍스넷 주식동호회에서 활동하는 한 네티즌은 “12억원을 가지고 동양그룹 지주회사인 동양레저 주식 100%를 매입할 수 있다면 당장이라도 매입할 의사가 있다. 현재현 회장의 외아들 현승담에게 경영권 승계를 위해 현재현 회장과 동양그룹 전체가 짜고 치는 고스톱을 한 셈이다”라고 말한다.

재계에선 일련의 계열사간 주식매매는 현재현 회장과 현승담이 지주회사 지분을 모두 확보한 뒤 향후 그룹의 지배력을 더욱 강화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지분을 상속 받거나 증여 받을 경우 상속세와 증여세 부담이 워낙 커 소유와 경영권 이양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만큼 조금씩 지분을 확대하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동양그룹은 최근 일부 언론에서 보도된 현 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대해 당혹스러워하는 입장이다. 동양그룹 한 관계자는 “금산법과 관련,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 증여 등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사실과 다르기 때문에 확대 해석은 곤란하다. 현재현 회장은 전경련 등 재계에서 가장 젊은 나이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중이다.

또 외아들 현승담은 아직 미국 스탠퍼드 대학(컴퓨터공학과)에 재학 중인 학생이라서 경영권 승계로 확대하는 것은 무리다”라고 말한다.한편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도 “비상장 계열사를 통한 회사가치 편취에 의한 우회증여의 전형적 사례이다. 재벌그룹이 회사자산을 지배주주일가의 사익을 위해 포기, 사실상 양도하는 편법적 증여를 엄단할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면서 “현재는 동양그룹의 경영권 승계 과정을 지켜보고 있지만 탈법이나 불법이 드러날 경우 엄격한 법의 잣대에서 문제를 제기할 것이다”라고 말한다.

공정위, 동양그룹 부당내부 거래조사

지난해 말 동양레저와 동양그룹 계열사 간 거래과정에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부당내부거래 혐의에 대해 조사받았다. 공정위 관계자는 당시 동양그룹이 부당한 방법으로 5∼6개 계열사를 지원한 혐의가 있어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동양그룹에 대해 현장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양그룹은 일부 계열사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 등의 자산을 부당하게 다른 계열사에 지원하는 데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공정위 관계자는 “현재 조사가 진행되고 있어 구체적인 내용을 밝힐 수 없다”며 “조사 결과 발표와 이에 대한 조치는 2월초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공정위는 지난해부터 자산규모 2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의 부당내부거래에 대해 상시 감시체계를 운영 중이다.

동양메이저의 소액 주주들은 회사의 경영 투명성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 일부 소액주주들은 주총에서 현재현 회장에서 현승담으로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불거지고 있는 부당내부거래 의혹 등에 대해 따질 것이라고 한다.이에 대해 동양그룹 관계자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부동산이나 주식매매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경영권 승계와는 별개이다”면서 “동양메이저가 그룹 지주회사임에도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한 이유가 높은 부채비율에 있다고 판단하고 재무구조 개선에 힘쓰고 있다. 유휴 부동산과 계열사 보유 지분 매각을 지속적으로 진행해 부채비율을 꾸준히 낮춰가겠다”고 밝혔다.재계 일각에선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 등 재벌 2세의 경영권 승계 문제가 민감한 현안으로 떠오른 가운데 동양그룹의 지주회사 지분을 현 회장 아들이 확보하면서 경영권 승계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