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상권이 좋아야 한다”, “사람들이 많이 몰려야 한다”, “좋은 입지를 찾아야 한다”는 등 말로는 다 아는 듯하다. 그러나 막상 상권 속으로 들어가면 어디서부터 무엇을 알아보고 무엇을 조사해 봐야 할지 막막할 뿐이다. 그러다 보니 어느 지역이나 상가, 점포들이 밀집되어 있으면 그 수만 보고 “상권이 좋다”, “나쁘다” 소리를 한다. 눈으로만 보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모든 이치가 그렇겠지만 눈에 보이는 것만이 다는 아닐 것이다. “알아야 면장이라도 해 먹지”라는 옛 말처럼 상권을 보는 방법을 알고 접근을 해보자. 그냥 무턱대고 부동산중개업소를 떠돌며 시세나 알아보고 매물로 나와 있는 점포는 없는지, 조금 깎아줄 수는 없는지 이러고만 다니지 말자. 이번 호에는 지면을 통해 개략적으로나마 상권 보는 눈과 조사해 봐야할 부분을 짚어 보고자 한다.

상권을 비유하자면 필자는 ‘숲’에 비유를 한다. 입지는 그 숲 속의 한 그루 나무인 것이다. 그래서 상권을 보자는 이야기는 숲이 얼마나 건강할 것인가, 숲 속의 나무들이 얼마나 잘 자랄 조건을 갖추고 있는가를 보자는 것이다. 즉, 숲에 물은 얼마나 잘 공급 되는지, 볕은 얼마나 잘 드는지, 병충해가 들어 나무들이 썩어가고 있지는 않는지 등을 보자는 얘기다.숲에 공급되는 물이 무엇인가. 돈을 써 줄 사람인 것이다. 볕은 무엇인가. 정부 또는 지역자치단체 등의 개발정책, 활성화 대책 등 외부 환경인 것이다. 또한 숲의 모양새에 따라서도 각각의 나무들의 흥망성쇠에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여러 조건들을 통해 상권은 변하고 영향을 받게 된다. 즉, 상권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내·외적인 모든 부분을 하나하나 짚어봐야 한다.

대중교통 이용의 목적

그러면 상권의 외형부터 살펴보자. 상권의 현재 모습과 여러 조건을 보자는 얘기다.첫 번째로 상권내로 고객들을 실어 나를 수 있는 교통편의시설이 어떠한가가 중요할 것이다. 이는 지하철이든 버스든 대중교통시설과 차량을 이용하는 고객들을 위한 주차시설 등 사람들이 상권내로 들어오기 위한 조건이 얼마나 잘 갖추어져 있는가의 문제다. 그런데 대부분의 일반 창업자는 물론 전문가들도 간과하는 것이 현장조사를 하거나 분석자료를 만들 때 상권내 교통시설에 대해 인근의 지하철에서 몇 분 거리, 지하철 이용객 수 몇 명, 버스노선 몇 개 등 수치자료 조사에 그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이렇게 수치조사에 그치는 자료는 상당히 위험할 수 있다고 본다.

교통편의시설이 잘 되어 있다는 건 당연히 상권이 번성하는 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얘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 교통시설을 이용하는 고객들이 상권내로 들어와 소비를 해 줄 고객인지 단순히 귀가, 출·퇴근 등의 목적을 가지고 교통시설을 이용하는 고객인지를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단순히 지하철이 인근에 있고 버스노선 몇 개가 있는지를 따지는 게 아니라 고객들이 이 대중교통을 이용해 상권내로 얼마나 진입하는가가 중요하다는 것. 따라서 필자는 대중교통 시설의 편의성과 수치자료도 조사를 해야 하지만, 이러한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는 고객들이 승하차를 통해 어디로 움직이는가. 즉, 동선을 잡는데 주력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조건의 교통수단과 시설을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이용객들이 상권내로 들어오지 않고 다른 목적의 교통수단으로 이용한다면 이 교통시설은 상권에 도움이 안 되는 무의미한 존재인 것이기 때문이다.

도로 및 횡단보도의 조건


두 번째는 도로 여건이나 횡단보도 등 진·출입 조건이 어떠할 것인가의 문제다.이 역시 도로 폭은 얼마나 넓은지 몇 차선 도로인지 횡단보도 개수, 주차가능 대수 등 수치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상권내로의 차량의 진·출입이 얼마나 원활한지, 도로를 끼고 마주보는 상권이 형성되어 있다고 할 때 횡단보도를 이용해 잦은 왕래를 하며 소비의 연계가 이루어 질 수 있을 것인지, 또는 도로 폭과 무관하게 상습적으로 정체되는 구역인지 등 상권을 이용하고자 하는 고객의 입장에서 심리적으로 이용하기 편안할 것인가가 핵심이다. 이러한 부분들은 눈으로 봐서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도보를 이용하든지 차량을 이용하든지 직접 상권내로 수 십 번이고 다녀 봐야 한다. 아무리 도로조건이 좋으면 뭐하겠는가. 상권의 초입이라고 생각했는데 주 도로에서 상권내로 진입할 수 있는 진입로가 없어 후면으로 진입해야 한다거나, 상권의 측면에 횡단보도가 설치되어 사람들은 이면도로로 바로 진입한다거나 한다면 상권의 초입과 메인은 바뀌게 된다. 차량을 이용하든 도보든 사람들이 어디로 움직이고 있는가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또한 주차장이 아무리 많아도 주차료가 비싸다거나 사람들의 이용률이 떨어진다면 이 또한 무용지물이다. 무엇보다 고객의 입장에서 바라보자.

외적 장애요소를 잘 살펴야

세 번째는 상권에 영향을 미칠 외적인 장애요소의 존재 여부다. 필자가 경기도 어느 시에 오픈컨설팅을 해 준 지 6개월만에 폐점을 시킬 수밖에 없었던 사례를 들고 싶다. 당시 나대지에 1,200세대 규모 신규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고 4차선 도로 맞은편에 4~5층짜리 상가건물 8동이 들어섰다. 주변에 주거 또는 여타 다른 시설물이 없어 황량한 분위기였지만 아파트 독점 상권이라 기본 매출은 가능했다. 1층 분식점을 오픈 시켜주면서 일매출 30만원 정도는 충분히 가능하리라 예측했고, 오픈 후 30~40만원의 평균 일매출이 발생되어 점주는 꽤 만족해했다. 생각지도 못했던 문제가 발생한 것은 서너 달 후부터다. 상가건물들이 아파트 입구와 마주보고는 있으나 아파트 입구에서 상가지역으로 건너가기 위해서는 좌우로 50여m 정도 걸어가서 사거리의 횡단보도를 이용해야 했다.

따라서 목적 점포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실제 100m 정도를 걸어야만 했다. 주민들은 차량소통도 없고 인적도 드물기 때문에 자동적으로 아파트 입구에서 무단횡단으로 맞은편 상가로 건너다닌다. 이때까지만 해도 맞은편 상가들은 공실 10% 미만이었고 업소들마다 영업들이 꽤 괜찮은 상태였다. 차량소통량이 적다보니 주민들의 무단횡단이 일상화됐다. 이곳을 다니는 차량들은 인적이 많지 않다보니 속도를 내고 달렸다. 그 흔한 방지턱하나 없었으니 말이다. 그러다 몇 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주민들은 안전을 위해 시에 건의를 했고 시에서 아파트 정문 앞 4차선 도로의 중앙에 분리대를 설치했다. 이로 인해 주민들의 무단횡단으로 인한 사고는 없어졌다.문제는 이제 주민들이 무단횡단을 해 15~20m 도로를 지나 상가로 들어가던 것을 100m 정도를 돌아 횡단보도를 이용해 상가로 진입해야 한다는 데 있었다.

때마침 아파트단지 측면에 단층짜리 상가점포 30여개가 들어섰고 업종마다 입점해 영업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아파트 주민들은 100여m를 걷기보다 50여m를 걸어 단지 측면의 상가를 이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로 몇 개월간 아파트 입구 맞은편 상가는 폐점이 속출하기 시작했고, 상가의 절반이 공실로 남게 됐다.필자가 얘기하고 싶은 것은 중앙분리대라는 작은 변화 하나가 상권의 흥망성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여러 상권을 다니다 보면 다양한 형태의 외형 지물에 의해 상권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이 많다. 지상철로, 하천, 소형공원 등 이러한 지형지물에 의해 상권의 확장, 번성 등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요소들이 많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도 중요하게 짚어봐야 할 것이다.

약속장소 등 핵심시설의 유무

네 번째는 상권내 등대역할을 할 수 있는 핵심시설이 있는지의 여부이다.대형시설물이 아니더라도 약속 장소로 이용할 수 있다거나, 상권내로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집객시설이 있는가하는 얘기다. 누구나 알 수 있는 브랜드 점포가 될 수도 있고 백화점, 쇼핑몰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대표적 시설물로 인해 고객들의 상권 유입이 원활하게 이루어 질 수 있다. 다만, 이러한 핵심시설을 이용하는 고객이 여타 업종으로의 소비연계가 이루어지는지 잘 살펴봐야 한다. 고객들이 단순히 집객시설내에서만 소비하고 여타 업종으로의 소비연계가 이뤄지지 않은 채 상권을 빠져 나간다면 별 도움이 안 되는 시설물이기 때문이다.

유동인구의 동선라인에 주목

다섯 번째는 상권내 유동인구의 동선라인이 어디인가 하는 것이다. 상권내로 고객이 진입해서 주로 움직이는 동선은 있기 마련이다. 지하철입구에서 상권내로 진입을 하든, 버스정류장에서 진입을 하든, 주거지역에서 진입을 하든 그들의 주요 동선을 따라잡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부분 상권의 초입을 두고 조건이 좋다는 사람들이 많다. 유동인구가 많은 자리가 좋다고도 한다. 하지만 필자는 이러한 자들에게 태클을 걸고 싶다.

예를 들어보자. 시장에 장을 보러 간다고 할 때 시장의 초입부터 주부들은 여러 반찬거리를 기웃거리며 흥정을 해 본다. 하지만 시장의 초입에서부터 바로 구매하는 주부는 거의 없을 것이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뭔가 더 싸고, 더 좋은 상품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더뎌지며 중심으로 흘러들어간다.마찬가지 이치이다. 다양한 업종이 있는 상권내로 고객들이 진입을 할 때 상권의 초입에서는 유동인구가 많기는 하지만 걸음이 빠른 경향이 있다. 따라서 상권의 초입에서의 구매는 그리 많지 않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뭔가 더 많은 볼거리, 먹을거리가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에 사람들은 상권내로 들어서고 걸음걸이가 다소 느려지며, 좌우로 시선을 돌리기 시작한다.

즉. 이때부터 고객들은 구매의사가 생긴다는 것이다. 이 라인이 메인인 것이다. 따라서 유동인구가 많은 것만을 볼 것이 아니라 이들의 걸음걸이가 느려지고 머무는 곳이 어디인가를 잘 살펴봐야 한다.필자가 상권전문가로 활동하면서 많은 상권을 조사, 분석하고 있지만 6개월 전 조사한 상권을 다시 가보면 또 새롭다. 그만큼 수시로 상권의 모습은 변화하고 알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상권을 움직이는 것은 사람이다. 눈에 보이는 점포들, 건물들만 볼 것이 아니라 상권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그 안에서 움직이는 사람을 봐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내가 그 상권을 이용하는 고객의 입장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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