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이 지난 13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다시 태어나자 포스코,! 노동조합이 답이다! 포스코 노동자 금속노조 가입보고 기자회견'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요서울|김은경 기자] 삼성, 포스코 등 대기업의 무노조 경영 원칙이 깨지는 분위기다. 우리나라에서 무노조 경영의 대명사는 ‘삼성’으로 각인됐으나, 포스코의 무노조 경영도 이에 못지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포스코는 과거 국영기업 시절 ‘제철보국(철을 만들어 나라에 보답한다)’의 기치로 노조를 허용하지 않는 기업문화가 자리 잡혔다. 무노조 경영이란 단지 회사에 노동조합이 없다는 의미가 아니라 노동조합을 없애거나 막기 위해서는 일정한 대가나 비용도 개의치 않는 것을 말한다. 이번 삼성과 포스코의 사례가 노사 ‘상호 협력’의 분위기로 직장 문화 전반을 바꾸고 노동권을 보장받는 데 선도적인 역할을 할지 관심이 쏠린다.

과거와 달리 노사 대립 아냐…“노조 활동 보장해야”
포스코 노조 “노조 무력화 역사 지나 새 역사 쓸 것”


무노조의 대명사로 알려진 삼성의 무노조 원칙이 깨진 것은 지난 4월 18일이었다. 이날 삼성전자서비스는 8000명 규모의 하청노동자를 직접고용하기로 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전자서비스지회와 합의했다. 삼성전자서비스 노사의 이번 직접고용 합의는, 지금껏 ‘무노조 전략’을 유지해 온 삼성이 노동조합을 대화 상대로 인정한 결과라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됐다.

이날 노사 양쪽이 공개한 나두식 삼성전자서비스지회장과 최우수 삼성전자서비스 대표이사 명의의 합의서를 보면, 회사는 협력업체 직원들을 직접고용하고 노조·이해당사자들과 빠른 시일 내에 직접고용의 구체적 내용에 관한 협의를 시작하기로 했다.

회사가 노조를 인정하고, 합법적인 노조 활동을 보장한다는 내용도 합의에 담겨 있다. 노사 합의에 따라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될 노동자의 규모는 가전제품 설치·수리기사 등 8000여 명에 이를 전망이다.

이번 노사 합의로 삼성이 80년 동안 유지해 왔던 ‘무노조 전략’은 사실상 폐기된 것과 다름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삼성은 이날 합의와 함께 “노조를 인정하고 합법적인 노조활동을 보장한다”고 선언했다.

포스코, 50년 무노조 역사 뒤안길로

지난 15일에는 포스코에 민주노총 노조가 첫 조합원 총회를 열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에 따르면 최근 포스코 소속 노동자들은 노조를 설립했다. 상급 단체는 민주노총 금속노조다. 이들은 구청에 노조 설립신고증을 내는 대신 금속노조 포항지부에 가입하는 방식으로 노조를 설립했다. 현재 포항지부가 온라인을 통해 노조 가입신청서를 받고 있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이번 노조 설립은 30대 직원들이 주도했다. 이들은 ‘포스코의 새로운 노동조합 준비위원회’를 꾸려 홍보활동을 하고 있다. 카카오톡 익명 채팅방을 열어 노조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들은 노조 활동이 자리를 잡을 때까지 관련 정보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을 방침이다. 회사가 노조 활동을 방해할 수 있다는 게 노조의 설명이다.

노조는 포스코의 직장문화 전반을 바꾸고 노동권을 보장받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노조는 출범 선언문을 통해 “지난 50년 동안 포스코 노동자들은 제철보국 이념 아래 노동3권을 누리지 못했다”며 “노사 공동 이익에 기반을 두고 포스코의 50년을 준비하는 새로운 노조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철강 제조공정의 특성상 위계적인 조직문화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노조가 임단협을 체결하면 포스코 최초로 노사가 맺는 임단협이 나온다. 사내하청 노조를 중심으로 노조활동은 있었지만, 포스코의 정규직 노동자가 활동하는 노조는 없었다. 노동계는 포스코가 사실상 무노조 경영 방침을 유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박태준 고(故) 포스코 명예회장이 1960년대 대한중석 대표를 맡던 시긴 노사갈등이 심해, 무노조 경영 방침을 도입했다고 노동계는 설명했다.

포항제철노조의 역사는 어두웠다. 해당 노조는 1988년 설립됐고, 1990년 강성의 대기업연대회의에 가입한 이후 전방위적인 탄압을 받았다. 노조 조합원의 강제 전보, 병역특례 등이 취소되면서 2개월 만에 조합원 1만6000명이 탈퇴했다. 노조 간부가 금품을 수수한 사건도 조합원이 탈퇴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당시 국내 최대 규모 제조업 노조였는데, 현재 조합원 9명만 남은 휴면노조(활동이 없는 노조)가 됐다.

“합법적 노조 활동 회사도 보장할 것”

재계 관계자는 포스코 노조에 대해 “합법적인 노조 활동이라면 회사가 이를 충분히 보장할 것”이라며 “올바른 노조 문화가 안착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포스코와 삼성 노조의 출범은 노동계와 재계 전반에서 큰 관심사가 됐다. 올바른 노사 문화 안착과 상생 경영에 시범적인 역할을 해 주길 기대하는 목소리도 높다. 민주노총은 포스코 노조가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민주노총은 “포스코 노동자의 결정에 지지를 보내고, 무노조 역사를 끝내기 위해 안착할 때까지 함께하겠다”며 “정부는 포스코 노동자의 노동권이 보호될 수 있게 부당노동행위를 감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금속노조 관계자는 “금속노조는 머리에 뿔 달린 이상한 노동조합이 아니다. 언제나 현장에서 인간답게 일할 권리를 위해 노동조합을 만들어서 회사에 요구하고 교섭하며 우리의 요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 시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을 활용해 조합원과 함께 단결하고 투쟁하는 지극히 상식적이며 합법적인 조직”이라고 강조했다.

노동계 관계자는 “이번 삼성과 포스코의 사례가 노사 ‘상호 협력’의 분위기로 직장 문화 전반을 바꾸고 노동권을 보장받는 데 선도적인 역할을 할지 기대된다”며 “앞으로는 노조 활동 하면 ‘빨갱이’라고 손가락질 하는 일이 사라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은경 기자  ek@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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