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지역 현안에서 대구-경북 간 ‘이견’ 포착…“내 지역구가 먼저”

[일요서울 | 고정현‧박아름 기자] 문재인 정부 2기에도 ‘TK(대구·경북) 홀대’는 이어졌다. 지난 8월 30일 문재인 대통령이 발표한 개각 명단에 TK 출신 인사는 전무했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 배정에 있어서도 TK 예산은 인구가 더 적은 호남지역에 비해 훨씬 적게 배정됐다. 자연히 지역 여론은 분기탱천했다. 문 정부에 대한 성토는 물론, 지역 의원들에 대한 ‘역할론’이 커지고 있다. 이에 [일요서울]은 대구·경북 25명 국회의원들의 심중을 엿볼 수 있는 추석특집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질문은 총 5가지로 ▲문재인 정부 평가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평가 ▲TK 현안별 우선순위 ▲TK 출신 유력 대권주자 ▲차기 자유한국당 당권 등이다.

첫 문항인 ‘문재인 정부에 대한 평가’에서 설문에 응한 의원 전원이 ‘못함’을 꼽았다. 이들 모두 그 근거로 문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를 들었다. 최악의 경제 위기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곤두박질치고 있는 상황을 최대한 부각하겠다는 의중으로 비친다.

문재인 정부 평가,
만장일치 ‘못했다’


당 차원에서도 조만간 소득주도 성장의 대안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이 대안을 마련한 것은 정기국회에서 ‘소득주도성장 대 새로운 성장 모델’의 프레임 대결을 벌이기 위해서다. 발표될 내용은 과거 집권 여당 시기 마련했던 성장 전략을 골간으로 세부 내용을 가다듬고 구체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이 대안으로 내세울 경제 성장 모델을 마련하기로 한 것은 지난달 하순이다. 다만 정책 개발에 시간이 많지 않았던 만큼 구체적인 내용 대부분은 각 상임위원회에서 소속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김병준 비대위원장,
‘일단은’ 잘했다?

반면 김병준 비대위원장에 대한 평가 항목에서는 설문에 응한 의원 중 92%가 ‘잘했다’고 평가했다. 이는 TK 의원들 대다수가 과거 친박계 출신임을 감안하면 ‘의외’일 수 있는 대목이다. 사실상 비대위는 김성태 원내대표를 비롯한 복당파의 작품이다. 비대위 탄생 당시 친박계 일각에서는 복당파가 비대위의 칼을 빌려 자신들을 내치는 일종의 ‘차도살인(借刀殺人)’ 음모를 벌이고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

당시 한 친박계의 중진은 기자에게 “근본적으로 비박계가 세력화를 꾀하고 있는데 용납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비박계가 비대위를 거쳐 전당대회까지 다 먹으려고 하고 있다”며 “맘에 안 드는 친박들을 수술대에 올려놓고 다 해부하려고 할 것”이라고 했다. 다른 친박계 의원도 “김무성 의원이 ‘징검다리 비대위’를 건너 당대표에 나선다는 이야기가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일각에서는 친박계의 ‘분당설’까지 나돌았다. 이래도 저래도 죽는다면 자진 탈당을 선택하는 쪽이 미래를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친박 중진인 홍문종 의원은 지난 6월 28일 의총에서 ‘분당’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 같은 설문조사 결과가 나온 데에는 결국 이미 공감대가 확산된 비대위에 섣불리 불만을 표출했다가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김 위원장이 취임 일성으로 계파 청산을 공언했음에도 아직까지 ‘메스’를 꺼내 들지 않은 점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굳이 이런 상황에서 친박계가 먼저 김 위원장에게 반기를 들 이유는 없다.

다만 설문조사에 임한 의원들이 조사 당시 ‘잘함’에 체크하면서도 “일단은...” 이라며 여운을 남긴 대목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는 김병준 비대위가 자신들에게 인적 청산 드라이브를 건다면 당장이라도 집단행동에 나설 각오가 돼 있음이 은연중 드러난 것으로 분석된다. 최악에는 ‘분당 사태’까지 일어날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

응답자 80%
‘TK 패싱’에 ‘공감’


TK에 산적한 현안 가운데 우선순위 두 가지를 꼽는 항목에선 설문에 응한 TK 의원 가운데 대다수인 80%가 ‘TK 패싱 및 예산 홀대’를 꼽아 공감대를 형성하면서도 세부적인 내용에서는 지역 간 이견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먼저 대구를 지역구로 둔 의원 100%가 취수원 이전을 시급한 현안으로 꼽았다. A 의원은 “아무래도 내 지역구 문제가 먼저이지 않느냐”며 “취수원 이전이 가장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북을 지역구로 둔 의원들 가운데선 취수원 이전 문제를 언급한 이가 거의 없었다. 대신 이들은 탈원전 정책에 따른 경제적 피해 및 고용 감소(약 40%)와 삼성전자 네트워크 사업부의 수도권 이전 문제(30%)를 주요 현안에 두었다.

현재 대구시는 취수원 이전 문제에 대한 특별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면서 먹는물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구시민의 고통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8월 20일에도 대구경북기자협회 주최의 토론회가 열렸지만 대구와 구미 양측의 간극만 확인했을 뿐이다.

대구 측은 깨끗한 원수 확보가 시급한 만큼 구미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구미 측은 취수원 이전만 고집할 게 아니라 취수원 다변화와 낙동강 수질 개선에 고민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대구 취수원의 낙동강 상류 이전을 둘러싸고 대구와 구미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린 건 이번만이 아니다. 2015년 대구시와 구미시가 민관협의회를 구성해 9차례 의견을 조율했으나 접점을 찾지 못했다.

결국 문재인 정부에서 노골적인 ‘TK 패싱 및 예산 홀대’가 지속되고 이를 지역 의원들이 피부로 느끼고 있음에도 대구·경북 의원들 간 세부적인 현안 조정에 대해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있음이 해당 설문조사에서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현재 지역 내에서는 갈수록 지역 홀대가 심해짐에 따라 자유한국당의 ‘대구경북(TK) 발전협의회’에 대한 성토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당은 지난해 7월 지역 현안을 해결하고 민심을 되찾는다면서 TK발전협의회를 설립했다. 대구경북 소속 국회의원 20명이 모두 참여한 첫 번째 조직이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설문조사에서 드러난 ‘간극’이 이 같은 결과를 초래한 한 원인으로 분석된다.

당대표·대권주자에 ‘김병준’
‘친박 색깔’ 지우기 나서나


TK 출신 유력 대권 주자를 꼽는 항목에서는 설문에 응한 의원 일부가 판단을 유보하거나 ‘없다(약 31%)’고 답했다. 의견을 낸 의원들 가운데선 80%가 김병준 비대위원장을 꼽았다. 여기에는 김 비대위원장이 계파색이 옅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한국당 내에서 계파색을 내는 의원들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물론 일부 친박 색채가 강한 의원들이 가끔씩 계파 입장의 목소리를 내지만 극소수다.

최근 문대통령의 지속적 지지율 하락이 곧바로 한국당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집 나간 토끼’를 잡기 위해선 지리한 계파싸움보다는 여론을 등에 업은 잘못된 정부 정책 비판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번 설문조사의 대상인 대구·경북 의원들 역시 이 같은 기류에 편승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들 의원들은 지난 총선에서 일부 몇 명을 제외하고 ‘친박 프레임’으로 당선된 의원들이 많다. 당시에는 박 전 대통령의 인기가 괜찮았고 이른바 ‘진박 마케팅’을 통해 실제로 많은 의원들이 당선됐다 게 사실이다.

향후 김병준 비대위 체제가 물러나고 전당대회를 통한 새로운 대표가 등장하면 정치 상황과 프레임이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지만 이제 TK의원들 머릿속에는 ‘친박’이라는 두 글자는 지워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친박 꼬리표를 계속 달고 다니면 2020년 총선 공천 따기가 더욱 힘든 상황이 됐다.

하지만 그렇다고 자신들과 대척점에 있는 비박계 혹은 복당파 인사를 차기 TK 대권주자로 꼽기도 난처했을 것이다. 결국 이들이 택할 수 있었던 ‘차악(次惡)’이 김병준 비대위원장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마지막 문항인 자유한국당의 차기 당대표를 꼽는 항목에서도 일부 의원들이 의견을 유보(37%)했다. 의견을 피력한 의원 가운데에선 이번에도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50%로 가장 많은 표를 받았다. 대구·경북 의원들의 위와 같은 심중이 그대로 반영됐을 것으로 보인다. 그 다음으로는 친박계 정우택 의원이 꼽혔다. 이 밖에 황교안 전 총리와 설문 문항에 없었던 주호영 의원을 꼽은 의원도 있었다.



고정현‧박아름 기자  pak502482@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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