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친구들에게 들어본 한국 추석 풍경

인터뷰에 함께 해준 친구들. 왼쪽부터 부티투이띠엔(베트남), 류애링(중국), 뭉흐둘궁(몽골), 에르덴자야(몽골)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한국의 큰 명절 중 하나인 추석. 반가운 얼굴을 보기 위해 저마다 고향으로 발걸음을 서두르고, 황금 같은 연휴에 모처럼 긴 휴식을 즐기기도 한다. 밖에서 바라보는 한국의 추석은 어떤 모습일까.

우리나라 ‘송편’처럼 위에삥·반쭝투 등 명절 음식 각양각색
‘효’ 사상·대가족 핵가족 등 한국 문화 배우고 “추석 명절 궁금해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한가위의 풍요로움을 두고 옛 조상들은 이렇게 말했다. 구정과 더불어 ‘민족대명절’ 중 하나인 추석. 우리 고유의 명절인 추석에 관해 한국에 머무르는 외국인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지난 12일 [일요서울]이 경기도 시흥시에 위치한 한국산업기술대학교 한국어교육센터를 찾았다.

기자가 들어간 강의실은 한국 문화와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학생들로 꽉 차 있었다. 그날은 한국의 가족 문화에 대한 수업이 한창이었다.

대가족과 핵가족 같은 한국 가족 형태 변화와 ‘효’ 사상 등의 문화를 배우는 학생들의 얼굴이 사뭇 진지했다.

고국의 가족 문화와 한국의 가족 문화를 비교해 말하거나 궁금한 점을 토론하면서 열띤 분위기를 빚었다.

열정적인 수업 후 기자는 분위기를 이어 에르덴자야(몽골), 뭉흐둘궁(몽골), 류애링(중국), 부티투이띠엔(베트남)과 함께 각국의 명절 문화와 우리나라의 추석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중추절·차강사르·쭝투
세계 각국 명절 풍경
 

인터뷰에 참여한 친구들 모두 한국의 추석에 대해 알고 있었다. 먼저 중국에서 온 류애링은 “중국에도 ‘중추절’이라고 하는 추석이 있다. 한국 추석과 똑같이 음력 8월 15일”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류애링은 “보통 달을 보면서 기원하고 위에삥(월병)이라는 음식을 먹는다”면서 중국의 중추절 풍경에 관해 설명해줬다.

중국의 위에삥은 우리나라로 치면 송편인 셈이다. 무슨 맛인지 궁금해 질문하자 류애링은 “매운 맛, 단맛 등 여러 가지 맛이 있다”고 답했다.

실제로 중국 월병은 팥, 밤, 호박뿐만 아니라 해산물이나 고기 등 여러 가지 재료를 넣어 만든다.

에르덴자야와 둘퉁은 “몽골에는 추석 명절 같은 날이 없다”고 말했다. 대신 이들이 소개한 몽골의 명절 문화는 바로 ‘차강사르’다. ‘하얀 달’이라는 예쁜 뜻을 가진 차강사르는 우리나라의 설날과 비슷한 몽골 명절이다.

부티투이띠엔은 “베트남에도 한국 추석 명절과 비슷한 날이 있지만 (한국처럼) 큰 명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베트남 역시 음력 8월 15일을 ‘쭝투(뗏쭝투)’라고 부르며 추석으로 보낸다. 한국의 경우 대개 추석기간을 연휴로 지정해 3일 정도 휴식을 갖지만 베트남은 추석에도 출근하는 등 다른 평일과 비슷하게 보낸다.

또 우리나라의 추석이 추수를 감사하고 조상께 경의를 표하는 날이라면 베트남의 쭝투는 어른들이 농사로 분주해 어린이를 잘 돌보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을 표현하는 어린이 명절로 여긴다는 것에도 차이를 보인다.

부티투이띠엔은 “하지만 잠깐이라도 가족들끼리 모여서 맛있는 요리도 해먹고, 이야기를 나눈다”면서 베트남 추석 케이크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 케이크는 반쭝투, 또는 문케이크(Moon cake)라고 불리기도 한다. 중국의 월병과 비슷한 모양을 띠고 있으며 안에는 고기, 해바라기씨 등이 들어간다.

부티투이띠엔은 “베트남에서는 추석 때 5~6명 정도의 아이들이 용, 사자 모양의 탈을 쓰고 춤을 추며 집집마다 돌면서 행운의 돈을 달라고 하는 문화가 있다”고 또 다른 문화를 소개했다.

아이들이 가가호호 방문하면서 집주인에게 사자춤을 춰도 되는지 먼저 묻고, 집주인이 허락하면 사자춤을 보여준 뒤 행운의 돈을 받게 된다.

집주인 역시 돈을 주면 행운이 올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흔쾌한 마음으로 소액의 현금을 아이들에게 준다.
 
추석 음식 1등 ‘송편’
자국 명절과 비교하기도

 
세계 각국의 명절 문화를 알아보고 난 뒤 가장 궁금증이 컸던 부분은 전통 음식이었다. 음식이란 그 나라의 문화를 즉각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친구들에게도 ‘추석’ 명절음식 중 무엇이 가장 먹고 싶은지를 물었다. 1등은 송편이었다.

부티투이띠엔은 “(저번 추석 때) 송편과 전을 먹어봤다”면서 “한과도 맛있었다”고 말했고, 류애링 역시 “송편을 먹어 봤는데 맛있었다”고 추억했다. 아직 추석 음식을 먹어본 경험이 없는 에르덴자야와 뭉흐둘궁은 “추석에 가장 유명한 음식을 먹어 보고 싶다”고 말을 보탰다.

기자는 친구들이 한국의 추석 풍경을 보며 갖는 생각이 궁금했다. 뭉흐둘궁과 에르덴자야는 추석 때 고향에 내려가면 부모님과 만나서 무엇을 하느냐고, 류애링은 한국 사람들은 왜 추석을 큰 명절로 중요하게 생각하는지에 관해 물었다.

부티투이띠엔은 “한국의 옛날 추석 풍경은 차례 지내고 성묘도 했다. 요즘은 사회가 변하면서 젊은 사람들은 (연휴 때) 여행도 많이 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의 질문처럼 한편으로는 핵가족화가 이뤄지면서 가족들끼리 모여 맛있는 것을 먹고 덕담을 나누거나 성묘와 차례를 지내는 등 예전 추석 풍경이 많이 사라진 것도 사실이다.

친구들의 질문을 통해 친구들의 한국 문화를 향한 관심과 우리에게는 너무나도 당연해 잊고 있었던 명절의 참된 의미가 다시금 되새겨졌다.

인터뷰를 정리하면서 기자는 친구들에게 이번 추석 계획에 대해 물었다. 모두들 작년부터 한국에 거주하면서 이미 한 번의 추석을 보낸 경험이 있다.

류애링은 “(저번 추석에는) 한국 추석 분위기를 느낄 수 없어서 조금 아쉬웠다”면서 “이번에는 친구들과 함께 한국 문화도 느끼고, 중국의 중추절과 비교해보고 싶다”고 답변했다.

뭉흐둘궁도 “당시(지난해)에는 한국어도 잘 못하고, 추석이라는 명절에 관해서 잘 알지 못해서 조용히 지나갔다”고 아쉬움을 드러내면서 “이번에는 추석이 무엇인지, 어떻게 지내는지를 알아볼 것”이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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