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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정부가 예멘 난민 23명에 대해 인도적 체류 허가와 관련, 서울 도심에서 동일한 시각 난민 찬반 집회가 각각 개최됐다.
 
법무부는 지난 14일 난민신청을 한 480여 명 중 영유아 동반 가족과 임산부, 미성년자, 부상자 등 23명에 대해 1차로 인도적 체류를 승인했다. 하지만 이들이 난민협약과 난민법상 5대 박해사유(인종·종교·국적·특정사회집단 구성원 신분·정치적 견해)에 포함되지 않아 난민 지위는 부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를 두고 반대 측은 "가짜 난민을 수용하는 잘못된 선례를 남겼다"며, 찬성 측은 "인도적 체류 허가가 아닌 난민 인정을 하라"고 촉구했다.
 
반대 입장을 띠는 ‘난민대책국민행동’과 찬성 측인 '난민과 함께하는 행동의 날 공동주최단'은 16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종로타워와 인근인 보신각 앞에서 각각 집회를 열었다.
 
난민대책국민행동은 "정부 말대로 미성년자, 임산부 등의 이유로 송환할 수 없다면 이들을 외국인보호소에 즉각 수용하라"며 "정부는 국민의 커지는 불안을 외면하고 오히려 가짜 난민을 감싸고 있다. 인도적 체류가 허가된 이들과 제주 무사증 불법체류자들의 소재지를 즉각 공개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사태의 근본 원인이 난민법에 있다면서 해당 법안의 폐지를 요구했다. 국민행동은 "난민법 대신 과거처럼 출입국관리법으로 난민을 다루면 된다"면서 "한국은 난민법이 있어 브로커의 타깃이 되고 있고 난민신청만 해도 주어지는 수많은 혜택으로 가짜난민들이 한국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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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난민 수용 찬성 측은 "문제는 난민이 아니라 난민 혐오"라며 예멘인들을 난민으로 인정할 것을 주장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난민인권센터,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등이 모인 '난민과 함께하는 행동의 날 공동주최단'은 "난민에 대한 가짜뉴스와 비이성적인 난민 혐오 분위기가 한국사회에 퍼지는 것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난민이 우리의 안전을 위협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합리적 근거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난민과 범죄율 증가에는 어떤 통계적 연관성도 없다는 것이 이미 드러났고 유럽 주요국가 중 난민을 가장 많이 받아들인 독일은 최근 30년 이내 가장 낮은 범죄율을 기록했다"면서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올해에만 1500명 이상의 난민들이 지중해에 빠져 숨졌는데 왜 유럽인들의 안전에는 민감하고 난민들의 안전에는 무감한가"라고 되물었다.
 
정부가 23명에 대해 인도적 체류 허가를 내준 것에 대해서는 "어떠한 지원도 없이 정기적으로 체류 자격을 갱신해야 하는 불안정한 체류만 허용받은 '난민 불인정'"이라며 "전쟁의 한 복판에서 죽음의 공포를 피해 한국을 찾은 이들이 난민이 아니라면 누가 난민의 조건을 갖췄다고 말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이들은 "난민에 대한 혐오발언과 증오범죄 등에 대해 강력히 대처할 것을 요구한다"며 "목숨을 건 단식까지 했던 난민들의 절규에 귀를 기울이고 공정하고 신속한 난민심사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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