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세 번째 남북 정상회담에 동행할 수행원 명단이 확정됐다. 2007년 노무현 대통령의 두 번째 정상회담과 비교해 큰 틀에서의 규모는 비슷했지만 분야별로 세부적 변화가 이뤄졌다.

 정부를 대표하는 공식수행원과 경제인 규모는 엇비슷했지만 정치분야 특별수행원은 대폭 축소됐다. 노동·종교·시민사회 분야 역시 유사한 반면, 문화·예술·체육분야 세부 구성원에 파격적인 변화를 준 것이 가장 특징이라 할 수 있다.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을 맡고 있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16일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2018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는 공식수행원 14명과 각계각층 인사 52명으로 구성된 특별수행원을 결정했다"며 수행원 세부 명단을 확정 발표했다.

 준비위는 공식수행원 14명, 특별수행원 52명, 일반수행원 91명에 취재기자단 17명 등을 더해 200여명 규모로 방북 수행원 명단을 구성했다.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 수행원(208명·통일백서 기준)과 비교하면 전체 규모에서는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올해 공식수행원 14명 가운데 정부 대표 인사는 8명으로 각각 서훈 국가정보원장, 조명균 통일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 송영무 국방부 장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김재현 산림청장이 각각 포함됐다. 청와대 인사 6명에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김현철 경제보좌관, 주영훈 대통령 경호처장, 김의겸 대변인, 김종천 의전비서관, 윤건영 국정상황실장이 이름을 올렸다.

 2007년 명단과 비교했을 때 당시엔 임상규 농림부 장관과 변재진 보건복지부 장관이 포함됐던 것과 달리 이번엔 도종환 문화부 장관, 김영춘 해수부 장관, 김재현 산림청장으로 구성원이 달라진 것이 눈에 띈다. 

 문화부 장관이 포함된 것은 향후 월드컵과 올림픽에서 남북 공동개최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해수부 장관은 공동어로 구역 등 서해평화협력지대 설정과 연관이 있고, 산림청장은 김정은 위원장이 강조하고 있는 산림 녹화사업 추진과 개연성이 있다.

 가장 관심을 모았던 경제분야 특별수행원의 경우 2007년과 비교해 큰 변화가 없었다. 2007년엔 18명의 경제인이 동행했고, 이번엔 17명으로 1명 줄었다. 2007년엔 6명의 대기업 대표가 동행했다면 이번엔 7명으로 1명이 늘어난 것이 특징이다. 그 마저도 공기업을 대표해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이 추가된 것을 감안하면 동일한 수준이라 할 수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박용만), 중소기업중앙회장(박성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손경식),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신한용) 등 각 경제 단체 대표들과 동반하는 것은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서 달라진 점으로 꼽힌다. 
  
 그룹 총수와 경제단체 수장들을 골고루 포함시킨 것은 추후 남북 경제협력 사업 추진 과정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국면에서 당장 경협을 추진하긴 어렵더라도 김 위원장에게 문 대통령의 경협 추진 의지를 간접적으로 나타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가장 달라진 점은 문화·예술·체육인 대표의 면면이다. 2007년에는 교수 등 협회 대표 등 학계 인사들로 채운 반면, 이번에는 시인, 선수, 감독, 대중 예술인들로 구성에 있어 변화를 줬다. 2007년에는 배우 문성근(남북영화교류추진위원)씨와 작가 조정래 선생을 제외하면 신경림 동국대 석좌교수, 안숙선 한예종 교수, 문정인 연세대 정외과 교수, 김근식 경남대 정외과 교수 등 학자 출신이 대부분이었다. 

 반면 이번에는 차범근 전 국가대표 축구대표팀 감독, 지바 탁구 세계선수권 '남북 단일팀 신화' 현정화 감독,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주장 박종아 선수, 가수 지코와 에일리, 작곡가 김형석씨 등 체육인과 대중예술인 등이 대거 합류했다. 이처럼 대중 문화·체육·예술인을 상징적으로 포함시킨 배경에는 대북제재와 무관하게 남북 간에 집중할 수 있는 교류협력 분야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임종석 실장은 "차범근 감독은 2034년 월드컵 남북공동 개최를 제안하고 있고, 현정화 감독은 1991년 지바 세계탁구선수권에서 북측 리분희 선수와 함께 남북 단일팀을 이뤄 감동을 선사한 주인공"이라고 선정 배경을 설명했다.

 임 실장은 지코·에일리·김형석씨 선정과 관련해 "지난 2월 북한의 삼지연 관현악단의 방남 공연과 '봄이 온다'는 제목으로 선보인 우리 예술단의 4월 평양 공연, 4·27 회담 만찬공연에 이어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남북 겨레의 마음을 하나로 잇는 감동의 공연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외에도 청년 분야를 신설해 2명을 특별수행원에 포함시킨 것도 달라진 점이라 할 수 있다.  

 최근 이뤄진 이산가족 상봉 때 북측의 큰 할아버지께 손 편지를 전달해 감동을 준 중학생 김규연 양과 통일부 대학생 기자단으로 활동 중인 이 에스더 양이 동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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