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2세들이 창업주인 고(故) 조중훈 회장의 유산을 놓고 법정분쟁을 벌이고 있다.5월 한진가의 장손결혼식을 계기로 화해무드가 조성된다는 재계의 분석이다. 그러나 한진가를 잘 아는 인사들은 5월 갈등이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대한항공 조양호 회장의 아들 조원태부장(31)이 오는 5월21일(일) 오후 1시 하얏트호텔에서 결혼을 한다. 결혼할 상대는 모 대학 교수의 딸이다. 집안 소개로 만나 1년쯤 연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조양호 회장은 장남 조원태 부장의 결혼식을 앞두고 벌어진 형제간의 갈등에 대해 극적 화해를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조양호 회장은 모친을 통해 동생들에게 합의를 중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친은 조회장의 뜻에 따라 장손인 조남호의 결혼식에 작은 아버지인 조남호·조정호 형제가 참석해주길 요청해 놓은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남호·조정호가 해외 출장 등을 핑계로 결혼식에 불참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조남호·조정호 형제는 갈등의 골이 깊어 화해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조카인 조원태 부장의 결혼을 통해 화해무드를 운운하는 것은 무리라는 게 재계의 판단이다.메리츠 증권을 경영하는 조정호 회장은 재산 배분과정에서 소외된 점과 대한항공이 일방적으로 보험을 해지한 것에 대한 앙금이 남아 있다.

또한 한진중공업 조남호 회장도 현재 미국에서 유학중인 장남 조정국의 결혼식에 조양호 회장이 참석하지 않은 점을 들어 참석 여부가 불투명하다. 화해 무드에 대해 한진중공업측의 반응은 여전히 냉랭하다. 결혼을 앞둔 조원태 부장이 찾아온 적도 없을 뿐만 아니라 소송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아직은 화해 분위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조남호(한진중공업 대표)·조정호(메리츠증권 대표)는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소장에서 “정석기업 7만 주는 아버지인 조중훈 전회장이 차명으로 작은 아버지인 조중건 전부회장과 외삼촌 김성배(한진관광 고문)에게 맡긴 것”이라고 주장하며 “2년 전에 유산 상속을 논의할 때 큰 형인 조양호 현대한항공 회장이 2003년 말까지 자신들에게 넘겨주기로 합의하고 약속을 했는데 아직까지 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손해 배상액 3억4,000만원도 함께 청구했다. 재계에서는 창업자의 사후에 누적된 형제간의 불신과 갈등이 터진 것이라는 분석이다.한진그룹은 창업주인 조중훈 회장에서 2세 경영으로 넘어오며 재산 문제로 형제간 갈등이 불거졌다. 이젠 3세들의 결혼 문제로 사촌 간 갈등으로 확대되면서 건너지 못할 강을 건너고 있다는 재계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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