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양극화 현상에 몸살을 앓고 있다. 환율·오일쇼크 등 경제는 악재가 넘친다. 한마디로 위기이다. 이런 가운데 일부 재벌가 미성년 자녀들이 상속·증여 등을 통해 2,000억 원대에 달하는 주식 등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양극화를 부추긴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많게는 몇 백억 원, 적게는 몇 억 원어치의 주식이나 부동산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이 뚜렷한 소득원이 없는 미성년자이다. 이를 감안할 때 주식, 부동산 등 매입에 따른 자금출처, 세금 납부 여부 등은 시장 일각에서 논란이 될 전망이다.




한화 막내아들 ‘재산 부풀리기’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은 동관(22), 동원(20), 동선(17) 등 세 아들을 두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고등학교에 다니는 미성년자인 김동선은 한화의 주식 75만주와 비상장사인 한화S&C의 주식 2만주(지분 16.5%)를 갖고 있다. 김동선은 한화의 주식 75만주를 가지고 있어 지난 5월 2일 종가(2만9,450원) 기준 주식 총보유액은 220억8,750만원이다.

한화 주식이 지난해 이후 꾸준히 올라 100억 원대의 시세차익을 얻은 셈이다. 또한 비상장사인 한화S&C의 지분 16.5%를 소유하고 있어 상장만하면 수백억원대의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승연 회장은 세 아들에게 주식을 증여한 것으로 밝혔다. 매년 꾸준히 주가가 상승하여 수백억 원대의 재산으로 부풀려진 것이다.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의 3녀 행담(18)양도 동양메이저 주식 15만6,775주를 지난해 8월24일 취득했다.

현재가 기준으로 주식 평가액은 11억7,582만원이다. 또한 담철곤 오리온 그룹 회장 장남 담서원은 만17세로 오리온의 주식 3만1,669주를 갖고 있다. 담서원이 보유한 주식 총액은 80억7,559만원이다. 그는 10세였던 99년 말에 이미 오리온 주식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동양과 오리온도 ‘한몫’

유화증권 최대주주 윤장섭의 미성년자 친인척 4인방도 200억 원대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끈다. 윤장섭의 직계 손자로 윤승현(18)은 유화증권 보통주 34만1,070주(3.01%)를, 우선주 3만3,210주(0.95%)를 보유하고 있다. 평가 금액은 50억 7,220만원이다. 윤장섭의 조카 손자인 윤수현(17)은 유화증권 보통주12만 600주(1.06%), 우선주 5만80주, 성보화학의 주식 5만 7,080주를 보유하고 있다. 주식의 총 평가 금액은 21억6,771만원이다. 또한 윤태현(14)도 유화증권의 보통주42만2,100주(3.72%), 우선주 1만4,000주(5.42%), 성보화학의 주식 19만9,780주를 보유하고 있다. 주식의 총 평가 금액은 128억7,900만원이다.

윤수현과 윤태현은 지난 2004년 5월 7일 박연진으로부터 유화증권과 성보화학의 주식을 각각 물려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중학교에 재학 중인 미성년자 윤태현은 상장 기업인 성보화학의 대주주이다. 향후 경영권 승계와 관련하여 주식이 증여된 것이라는 재계의 분석이다. 윤서연(14)도 유화증권 주식 2만주를 보유해 평가 금액이 2억8,000만원이다. 이밖에 전윤수 성원그룹 회장의 아들 전동엽(12)은 성원건설 주식 677만여주(지분19.34%)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평가 규모는 232억3,620만원이다.

오뚜기 최대주주인 함태호 회장 손자인 함윤식(16)은 오뚜기 주식 13만주(지분 2%)를 보유하고 있다. 평가 금액은 86억8,400만원이다. 또한 정윤정(18), 함연지(15)도 각각 오뚜기 주식 1만주를 보유하고 있다. 평가금액도 각각 13억원이다.

중학생이 상장기업 ‘대주주’

김진용 삼성출판사 사장 조카이며 김창수 F&F 사장 아들인 김태영(13)도 주식 16억원대를 보유하고 있다. 김태영은 6세이던 지난 1998년에 증여를 통해 F&F 주식 1만5,000주를 취득한 후 분할, 무상 증자, 장내매수 등을 거치면서 주식수를 늘려 현재 30만9,950주(2.01%)를 보유하고 있다.철강 관련 상장기업인 NI테크의 최대 주주 친인척 미성년자들에 주식 매입이 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배윤경(16)은 3만6,400주(0.12%), 배윤선(14)은 4만3,000주, 배윤정(11)은 4만640주, 배승준(8)은 2만5,000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 배씨가의 형제들은 500원대에 주식을 매입하여 현재가가 990원이니 2배 이상의 시세차익을 거둔 셈이다.

김영호 일신방직 대표 조카손자인 김성태(13)도 지난 99년께 4,600주를 증여받은 후 장내에서 조금씩 사들여 6,935주(0.29%)를 보유하고 있다. 평가금액은 2억 9,820만원이다.박진선 샘표식품 사장 친인척 중에도 미성년자 주주 3명이 눈에 띈다. 박용로(18)는 샘표식품 주식을 6,755주 보유한 주주다. 주식 가치는 9,153만원이다. 박수연 (16) 박수정(12)도 샘표식품 주주로서 각각 1억100만원, 3,600만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우석형 신도리코 회장 친인척인 우승한(17)과 우승협(12)도 각각 7억원 규모의 자기회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치과용품을 판매하는 알짜기업인 신흥의 이용익 대표의 친인척 이상민ㆍ이남곤도 6억원 가치가 있는 신흥 지분 1.01%씩을 보유하고 있다.

벤처대표 2세도 수백억 주식보유

일부 코스닥 기업의 대표이사 자녀 중 미성년자가 적게는 수천만 원, 많게는 수백억 원어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정훈 서울반도체 사장의 자녀인 이민규는 서울반도체 주식 29만7,080주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5월 2일 종가 기준으로 142억5,984만원이다. 86년생이고 직업은 학생이다.김홍래 한도하이테크 사장의 자녀인 김연국도 한도하이테크 지분 1.05%(6만1,200주)를 보유하고 있다. 주식 평가액은 1억933만원이다.

노태욱 도들샘 대표이사의 자녀인 노윤지(15)·근호(11)도 주식 1만290주를 보유하고 있다. 주식 평가액은 5,015만원이다. 엄마 젖을 먹는 코흘리개 억대 주주들도 있다. 가장 어린 주주는 은성코퍼레이션 이영규 대표이사의 아들인 이모군(2004년 3월생)이다. 겨우 26개월이 넘은 어린이다. 이군은 아버지 회사 주식 12만980주를 보유하고 있다. 평가액은 5억1,416만원이다. 로지트코퍼레이션 이영훈 회장의 외손자인 김모 군(2003년 4월생)도 로지트코퍼레이션 주식 1만330주를 보유하고 있다. 시가 평가액은 1,787만원이다. 김 군은 가수 김현철의 아들이다.

김군은 지난 2004년 돌이 지난 무렵 외할아버지로부터 1만주를 증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벌가 미성년 자녀들의 주식보유는 다목적 포석으로 전개되고 있다. 일부는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을 위해서나 또는 계열 분리나 재산분배 목적 때문이다. 비상장 기업이 향후 상장되면 시세 차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이에 대해 참여연대 경제개혁위원회 김상조 위원장(한성대 교수)은 “세금을 제대로 내면 문제 삼을 것은 없지만 법의사각 지대를 노린 편법행위”라고 비판했다. 또한 재벌가 미성년 자녀들이 주식투자와 아울러 부동산투자로 큰돈을 벌어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땅 부자 상위 1%가 개인 소유 토지 가운데 51%를, 5%가 82.7%를 소유하고 있다. 이중 20세 미만 미성년자가 보유하고 있는 토지는 여의도(8.4㎢,250만평)의 21배인 179㎢(5,400만평)로 나타났다. 이 중 10세 이하 어린이들도 여의도 5배인 42㎢(1,270만평)의 땅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사회단체의 한 관계자는 “미성년자의 경제 활동을 제약하는 법은 없다. 다만 뚜렷한 수익원이 없는 재벌 2세들에게 상속과 증여를 통해 부가 상속되고 있다”면서 “이같은 재벌의 행태가 사회의 양극화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