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 그룹(회장 박성수)의 계열사 뉴코아가 ‘할인점 현물깡 (일명 카드깡)’ 때문에 물의를 빚고 있다. 전통적 카드깡은 가짜 매출전표, 백화점상품권 등을 이용한 방식이었다. 이에 대한 당국의 단속이 심해지자 계산대에서 신분 확인을 하지 않는 대형 유통할인업체들이 카드깡업체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 특히 판매인원 부족으로 일손이 부족한 뉴코아가 카드깡의 온상이 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랜드그룹은 뉴코아, 까르푸 등 대형 할인점을 연이어 인수하며 유통업계의 다크호스로 급부상하고 있다. 급성장 이면에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유통업체를 인수한 뒤 인력 충원이나 근무배치에 대한 노력은 하지 않은 채, 현 인원만으로 운영하여 인력부족 현상이 심각하다. 이 같은 빈틈을 노린 카드깡 업자들의 할인점 현물깡과 매출을 높이기 위한 가매출 현상이 만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쌀·가전제품’등이 주표적

최근 뉴코아 노동조합은 현물깡 사례를 발표했다. 뉴코아 ‘I’점의 경우 카드매출전표를 보면, 한번에 500여만원 상당의 쌀 155부대와 300만원 상당의 피죤 677개가 판매됐다. ‘R’점에서는 수천만원 상당의 라면이, 또 다른 점포에서는 수백만원 상당의 통조림햄이 판매된 사례가 카드깡의 사례로 소개됐다. 할인점 직원들에게 ‘할인점 현물깡’결제를 묵인할 것을 종용하는 사례도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직원들에게 매출실적이 낮다는 이유를 들어 우회적으로 할인점 현물깡을 종용하는 경우도 있고, 독려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관행처럼 해왔고, 수법도 교묘해 근절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할인점 현물깡에 주로 이용되는 물품은 환금성이 뛰어난 쌀과 가전제품. 가전제품은 부피는 작지만 비싸 구입가의 80~85%에 되팔아 10%의 차익을 남길 수 있다. 때문에 쌀과 가전제품은 카드깡업자들이 제일 선호하는 물품이다.

뉴코아측 “근절 위해 노력중”

이처럼 할인점 현물깡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를 ‘매출증대 착시효과’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할인점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매출 부진을 막기 위해 ‘할인점현물깡’을 통해 매출을 부풀린다는 것. 또한 할인점 현물깡은 할인점 업자와 카드깡 업자 간에 사전 공모로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때문에 일각에선 이랜드가 매출 증대를 위해 카드깡 업자들의 현물깡을 묵인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뉴코아 관계자는 “처벌규정이 마련됐음에도 불구하고 불법 ‘카드깡’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어 회사차원에서 뿌리 뽑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최근 정황들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 조사를 통해 카드깡업자들을 색출하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코아 노조는 할인점현물깡이 사회적 물의를 빚자 ‘끝장내자! 카드깡, 이제는 사라져야 한다’면서 할인점현물깡 근절을 위한 홍보를 하고 있다. 특히 홈페이지(www.nodong.to)의 할인점현물깡 사례를 수집하는 등 카드깡이 건전한 금융질서를 깨트리며 소비자들의 경제에 해악을 끼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인원부족이 카드깡의 원인(?)

뉴코아가 카드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는 것은 인원부족 때문. 현장 근무자들이 풀 근무를 하거나 휴무를 포기한다 해도 매장운영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뉴코아의 한 직원은 “물건을 팔고 정리하는데도 사람이 부족하여, 할인점현물깡이나 다른 부분까지는 신경을 쓸 여유가 없다”고 증언한다. 또한 한 카드깡 업자는 “급한 돈이 필요한 사람이 찾아오면, 할인점에서 신용카드로 물건을 사서 되파는 방법으로 카드깡을 해준다.

유명 백화점 등은 신분증을 확인하고 있어 신분증 확인이 소홀한 대형 할인점을 이용해 카드깡을 하고 있다. 특히 뉴코아는 카드깡 업자들에게 소문난 곳이다”라고 말했다. 카드 현물깡은 급전이 필요한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고, 고객 카드로 물건을 사서 되파는 방법이다. 오랜 기간 동안 카드깡이 극성을 부리고 있지만 뿌리를 뽑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의 관계자는 “하루에 많은 인원이 많은 양의 물건을 사는 곳이 대형유통업체다. 판매 데스크의 인원으로 그 많은 소비자들의 신분증을 확인하고 계산을 하는 것은 무리다. 이처럼 일일이 확인하지 못하다보니 이런 문제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카드업계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체신고센터를 운영하며 홍보활동을 벌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한 관계자는 “최근 들어 할인점 현물깡에 대한 상담 건수는 늘고 있다. 단속이 어렵다.

인원이 부족하여 상시 관리·감독할 수 없다”고 말했다.정부가 신용 카드 사용을 활성화시켜 자금 흐름의 투명성을 강화하고자 했다. 하지만 정부의 허술한 관리·감독과 할인점 유통업체들의 미비한 허점이 오히려 각종 카드범죄를 일으키고 있다.



# 대형유통업체 관계자 인터뷰“불법인줄 알지만 관행이다”

>대형 유통할인점에서 할인점현물깡이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의 증언을 통해 카드깡 실상을 들어본다.

다음은 일문일답.

▲‘할인점현물깡’이란 무엇인가.급전이 필요한 사람이 업체에서 물품을 신용카드로 구입한다. 이후 사채업자들을 통해 카드수수료를 제외한 금액을 현금으로 받고, 사채업자는 이를 유통업체에 재판매해 차익을 얻는 수법이다. 이번에 적발된 할인점현물깡은 물건의 매매가 실제로 이뤄진다는 것이 특징이다.

▲카드깡이 할인점에서 기승부리는 이유는.그동안은 카드깡 조직이 백화점 물건과 귀금속을 이용한 것은 되팔 때 제값을 받기 쉽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관계당국의 조사가 심해졌고, 대형할인점의 경우 계산대에서 카드 소지자의 신원을 확인하는 경우가 드물다는 점을 노린듯하다.

▲신용카드 ‘카드깡업자’에 대한 판매 문제는.신용카드 회사는 금액에 대한 손실을 입게 되고, 가맹점은 수수료율이 상승된다. 또 당사 직원, 까드깡업자, 신용카드소지인 등 3인이 공동행위에 의한 사기죄로 처벌을 받게 되는 경우도 있다.

▲신용카드의 본인여부를 확인 안하면 어떤 문제가 생기나.만약 다른 사람의 신용카드였다면 그 금액은 신분확인을 하지 않은 당사(직원)에게 있다. 직원도 회사도 불이익을 받게 된다.

▲향후 계획은.고금리 수취행위, 카드깡 등 불법영업을 차단하고 금융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앞으로 영업실태파악을 철저히 하며 현장점검을 강화해 카드깡을 뿌리 뽑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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